강릉의 가뭄이 극심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30일 강릉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찾아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장기 대책으로 해수 담수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저수지를 계속 만든다고 해서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바닷물은 무한하고 수질도 좋아 장기적으로 더 싸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해수 담수화는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길이다.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1. 우리나라는 사막이 아니다
해수 담수화는 사막 국가의 불가피한 해법이다. 비가 오지 않는 곳에서는 바닷물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연간 13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다우(多雨) 지역이다. 태풍과 홍수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정작 가뭄이 닥치면 바닷물을 떠올리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문제는 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비를 받아두지 못하는 데 있다. 비를 애타게 기다리다가도 막상 오면 정부와 시민들은 그 존재를 무시하거나 쓰레기처럼 버린다. 값비싼 시설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만 기술이고 대안인 양 착각하는 것이다.
2. 에너지와 탄소 비용
해수 담수화에는 톤당 4~7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내륙 산지를 넘어 공급하려면 2~3배의 에너지가 추가된다. 지금은 전 세계가 탄소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시대다. 그런데 오히려 탄소를 더 배출하는 대안을 국가 장기정책으로 논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반대로 자기 지붕이나 마을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으면 운반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는다. 바닷물은 염도가 3만 5000mg/L라 이를 250mg/L 이하로 낮추려면 처리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빗물은 애초에 20mg/L 수준이어서 처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3. 비용과 유지관리 문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자기 지붕이나 지역에서 받아 쓰면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댐에서 받아 쓰면 원수 비용만 톤당 233원이 든다. 해수 담수화는 고도의 처리 공정과 막대한 운반비가 필요하고, 시설투자비와 유지관리비까지 따라붙는다. 막 교체, 약품 처리, 에너지 소비 등으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이러한 시설 및 유지관리 비용의 부담은 결국 후손의 짐이 된다.
4. 새로운 대안의 착각
반짝이는 신기술은 늘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늘 정답은 아니다. 강릉 오봉저수지는 유역의 10%만 잡아도 수십만 톤의 물을 모았다. 나머지 90%의 빗물까지 모을 수 있다면, 유지관리비 없이 엄청난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미 주어진 빗물을 현명하게 다루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5. 형평성의 문제
섬 지역의 물 부족을 담수화로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륙 가뭄까지 같은 방법으로 풀 수는 없다. 만약 강릉에 담수화를 도입한다면, 태백산 꼭대기까지도 바닷물을 정수해서 보내줄 것인가? 이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공평한 발상이다. 형평성 있는 대책은 각 지역이 자기 땅에 내리는 빗물을 모아 쓰는 것이다.
6. 어른다운 선택
진정한 어른은 후손을 먼저 생각한다. 눈앞의 이득보다 길게 내다보는 통찰력을 중시한다. 단기적 이익을 내세우며 거창한 시설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걸러내고, 자연이 이미 주고 있는 것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길을 선택한다.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오라 하기보다, 많이 올 때 모아두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어른다운 자세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을 올바로 가르치고, 함께 길을 찾아가도록 선도하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다.
7. 청년 세대의 권리와 힘
청년 세대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어른들이 만드는 정책이 결국 고스란히 미래의 청구서가 되어 돌아간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막대한 비용을 물어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렇기에 청년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요구할 충분한 이유와 권리가 있다. 더 나아가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투표권이다. 이 힘을 올바르게 행사할 때, 정책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
결론: 사막형 정책에 대한 도전
우리의 물 정책은 아직도 사막형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사막이 아니라, 비가 넘쳐 나는 나라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수 담수화가 아니라 빗물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물관리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후손을 위해 사막형 정책에 도전장을 내고, 빗물을 지혜롭게 받아쓰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나서서 정부에 요구할 때, 이러한 전환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특히 청년 세대는 침묵하지 말고, 자신들의 권리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어른들이 만드는 정책의 결과가 미래 청구서가 되어 돌아오기에, 청년들은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투표권이라는 힘으로 자신들과 후손들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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