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하게 적힌 우리말 이름 '무인 주문기' ‘무인 주문기’라는 새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이제 더 이상 낯선 외국어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도록,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또렷한 우리말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효진
이름 하나 바꾼 것 뿐인데, 신기하게도 기계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직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지만, 낯설던 기계가 '무인 주문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분명 마음의 거리도 달라질 것이다. 기계라 해도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줄 때, 그것도 우리말로 불러줄 때, 마치 생명력이 깃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사람도 이름이 있기에 불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그 이름을 자주 불러줄수록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기계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인 주문기'라는 이름도 누군가 자주 불러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우리말이 된다. 사람의 이름이 그렇듯, 기계의 이름도 불릴 때 가치가 생긴다.
무인가게는 단순히 기술과 기계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배려할 때 비로소 굴러가는 공간이다. 기계를 이해하지 못해 주저 앉는 분이 없도록, 낯선 외국어 때문에 또 다른 소외가 생기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작은 글자 하나, 단어 하나를 두고 고민한다.
이 고민은 나의 또 다른 글쓰기에도 영향을 주었다. 출판사와 계약을 앞둔 동화 원고를 다시 펼쳐보니, 그 안에도 무심코 '키오스크'라는 단어를 적어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반드시 우리말로 고쳐야겠다. 기사에서 얻은 깨달음을 문학 속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언어를 다듬는 일은 단순한 교정 작업이 아니라, 독자와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지금은 K-팝, K-드라마, K-푸드 등 이른바 K-문화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시대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일상 언어 속에서는 여전히 외국어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제 그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 싶다. 화려한 무대에서만 한국 문화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가게 한쪽의 무인 기계 이름부터 우리말을 살려내야 하지 않을까.
말부터 바꿔야 어르신이 덜 소외되고, 우리말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름을 불러줄 때 살아나는 것, 그것이 사람이든 기계든 다르지 않다. 무인 주문기라는 이름, 그 불림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우리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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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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