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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 기한 넘긴 푸틴, 트럼프 중재 포기하나

평화회담 시한 지나도 움직임 없어... 러시아 키이우 대규모 공격 감행

등록 2025.09.03 12:22수정 2025.09.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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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활주로에 깔린 레드 카펫 위에서 마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1>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활주로에 깔린 레드 카펫 위에서 마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정당성에 귀를 기울였다며 러시아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상호 이해(mutual understanding)"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푸틴 대통령이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런 사실에 매우 만족하고 (미국과의) 건설적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하루 전인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발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 알래스카 회담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방향으로 가면 우크라이나 평화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전쟁의 원인은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이려는 서방의 시도"였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했다.

지난 8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국가 정상들을 만난 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했고 2주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9월 1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주 기한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 시한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소환했다. 시한을 넘긴 2일에도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회담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다시 전날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래스카 회담에서 '사실상 합의'한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두 정상이 알래스카 회의에서 논의한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후 발언은 가장 논란이 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확보에 대한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를 재확인하듯 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평화회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교 당국자들이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영속성이 있는 평화를 위해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가 점령한) 실질적인 영토가 인정되고 공식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일 스코트 제닝스 라디오쇼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시한을 넘기고 평화회담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굉장한(great)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뭔가 할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중재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여전히 평화회담을 압박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결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화회담 시한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이냐는 CNN의 질문에 "그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무엇을 할지, 대규모 제재가 될지 관세가 될지, 두 가지 모두가 될지 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지 중요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이건 당신들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대답에 대해 CNN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을 고려하고 있느냐고 묻자 "난 뭘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일단 그들이 회담을 할지 어떨지 볼 것이고, 만일 하지 않는다면 왜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2주 안에 뭔가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자신의 계획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거부 내지 지연 전략에 대해서는 깊이 고려하지 않았고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과 휴전을 원하고 있고 반대로 푸틴 대통령은 평화회담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움직임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담을 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서 제재나 관세를 부과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언급은 결국 자신이 보기에 타당한 이유가 보이면 러시아에 아무런 압박도 가하지 않을 것임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전쟁은 물론 평화회담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트럼프 대통령의 자업자득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선 종전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중재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만들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기울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발언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이제 국제무대에서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과 평화회담의 주도권을 쥐고 시간까지 자기 편으로 만든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공격을 강화하며 우크라이나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전 세계가 평화회담 개최에 기대를 걸고 있던 지난 28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공격했다. 이는 전쟁 이후 두 번째로 큰 공습이었고 이로 인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23명이 사망했다. 유럽연합과 영국문화원 사무실 등도 피해를 입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분노했고 유럽연합과 영국은 러시아 고위 외교관을 소환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고 확신한 푸틴 대통령의 거침 없는 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에 근거한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만나 개인적 관계를 복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 종식을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하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평화회담을 성사시키려 했다. 그러나 침략자를 편들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방식은 정당성을 결여했고 오히려 침략자가 이를 악용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고 미국의 무기 지원이 전쟁을 지속시킨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전쟁 종식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또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야기된 많은 인명 피해와 사회 파괴를 고려한다면 미국은 국제 정치를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서 신속하게 전쟁을 끝내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감도, 사명감도 전혀 없이 자기 이익을 위해 여전히 전쟁 종식 노력을 계속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곧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서 손을 뗀다 해도 놀라울 것이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자기 이익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라도 절실히 필요한 게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평화회담 #푸틴트럼프알래스카회담 #우크라이나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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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박사,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평화연구자와 갈등해결 전문가로 활동, 저서는 <공격 사회>, <평화학>, <갈등해결 수업>,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10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갈등은 기회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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