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빗물을 저장·순환하는 기능을 갖춘 용인 성산초등학교의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자 지역의 기후적응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한무영
현장의 목소리
시설을 만들고 운영 경험을 해본후, 용인 성산초등학교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뛰면 흙먼지가 일고 잔디가 쉽게 망가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학교 시설 담당자는 관리 측면을 강조했다. "폭우가 쏟아져도 운동장에 물이 고이지 않고, 가뭄일 때는 자동으로 잔디에 물이 공급돼 관리가 훨씬 수월합니다."
행정실 관계자는 경제적 효과를 짚었다. "상수도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단순히 친환경일 뿐 아니라 학교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기후에 맞는 국산 기술, 왜 차별받나
하지만 또 다른 현실도 존재한다. 이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시스템은 정부로부터 우수 신기술로 선정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외국 기술이 더 쉽게 채택된다. 국내에서 이 기술을 개발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물순환과 빗물활용 같은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인증·심사 절차 때문에 고초를 겪습니다. 반면 외국 기술은 제대로 검증도 없이 쉽게 도입되곤 합니다. 이런 아집과 배타성이 국내 기술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가 불규칙하게 많이 오기도 하고, 한동안 전혀 오지 않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기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기후에 맞춰 개발된 국산 빗물 기술은 해외 사례를 그대로 들여온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술이면 무조건 우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현장에서는 국산 기술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강릉이 먼저 바꿔야 한다
강릉은 빗물이 넘쳐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가뭄 때는 오히려 물이 부족해 시민들이 힘들어한다. 만약 지역 학교마다 빗물저장 운동장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제한급수로 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운동장이 단순히 흙먼지가 날리는 공간이나 열섬 현상을 가속화하는 인조잔디가 아니라, 빗물을 저장하고 지역을 시원하게 만드는 기후적응시설로 변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새로운 물 관리 모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는 빗물 저장의 거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과 학생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장이 된다. 아이들이 매일 뛰노는 운동장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현장이 된다면, 이는 세대를 잇는 실천적 교육이자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시설은 매우 간단하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설치해두면 곧바로 봄비부터 저장할 수 있고, 여름철 홍수와 폭염에도 대비할 수 있다. 기술도 있고, 실제 사례도 있으며, 지지하는 사람도 이미 많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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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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