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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뭄의 빠른 해법, 학교를 다시 보자

[주장] 학교 운동장을 기후적응시설로 만들고 인식을 바꾸자

등록 2025.09.05 09:44수정 2025.09.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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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계속하여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상수원 저수지가 바닥나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시민들은 물을 아껴 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속에서도, 빗물을 모아 활용하자는 논의는 여전히 수자원 대책에서 비켜가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 출발점으로 가장 좋은 곳은 바로 학교다. 학교 운동장은 단순한 체육 공간을 넘어, 빗물을 모으고 활용하며, 학생과 지역 주민이 기후위기를 함께 체험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후적응시설로 바뀔 수 있다.

대규모 집중형의 한계, 분산형의 장점

해수담수화 시설이나 대규모 댐은 계획·설계·시공에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학교 운동장을 다목적 빗물 저장소로 바꾸는 소규모 분산형 시설은 훨씬 빠르다. 지금부터 작은 규모의 시설을 각각의 학교에 설치하면 내년 봄 비가 올 때부터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그 이전이라도 물을 받아 놓아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설은 빗물저류조나 펌프장처럼 사람들이 싫어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운동장과 광장이 사계절 내내 활용되면서, 여름철 폭염에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고,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후위기 적응시설이 된다.

기존 운동장의 문제와 한계

우리나라 대부분의 운동장은 인조잔디나 마사토로 덮여 있다. 인조잔디는 관리가 편리하지만 여름철 고온으로 학생들이 뛰놀기 어렵고, 마모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마사토 운동장은 비만 오면 흙먼지가 날리고 웅덩이가 생긴다.


무엇보다 두 방식 모두 빗물을 모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 빗물을 저장하지 못하는 운동장은 가뭄·홍수에 아무런 대비가 되지 않고, 폭염을 완화하지도 못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후적응시설이 없으니, 환경 교육은 외국 사례나 책 속의 피상적인 설명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배우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교육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학교에 다목적 빗물순환형 운동장을 만들자

강릉지역의 각 학교마다 다목적 빗물순환형 운동장을 조성하면, 각 학교가 곧 작은 빗물 저장소가 될뿐 아니라 저관리형 천연잔디 운동장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 전체를 안전하게 만드는 분산형 물 관리망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주민과 학생이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실천하는 교육적 기후적응 시설이 될 수 있다.

학교 건물 지붕과 넓은 운동장에 떨어지는 빗물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여기에 빗물 저장 및 순환 시설을 설치하면, 가뭄 때는 생활용수와 운동장 관리에 쓰고, 폭우 때는 홍수 방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용인 성산초등학교를 비롯해 제주, 부산 기장의 학교에서는 이미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이 조성되어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단순히 '운동장 잔디 관리'가 아니라, 빗물 저장과 순환, 홍수 조절, 열섬 완화, 탄소 흡수, 학생들의 환경교육 효과 까지 한꺼번에 얻는 다목적 기후적응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빗물을 저장·순환하는 기능을 갖춘 용인 성산초등학교의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자 지역의 기후적응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빗물을 저장·순환하는 기능을 갖춘 용인 성산초등학교의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운동장.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자 지역의 기후적응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한무영

현장의 목소리

시설을 만들고 운영 경험을 해본후, 용인 성산초등학교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뛰면 흙먼지가 일고 잔디가 쉽게 망가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학교 시설 담당자는 관리 측면을 강조했다. "폭우가 쏟아져도 운동장에 물이 고이지 않고, 가뭄일 때는 자동으로 잔디에 물이 공급돼 관리가 훨씬 수월합니다."

행정실 관계자는 경제적 효과를 짚었다. "상수도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단순히 친환경일 뿐 아니라 학교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기후에 맞는 국산 기술, 왜 차별받나

하지만 또 다른 현실도 존재한다. 이 빗물순환형 천연잔디 시스템은 정부로부터 우수 신기술로 선정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외국 기술이 더 쉽게 채택된다. 국내에서 이 기술을 개발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물순환과 빗물활용 같은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인증·심사 절차 때문에 고초를 겪습니다. 반면 외국 기술은 제대로 검증도 없이 쉽게 도입되곤 합니다. 이런 아집과 배타성이 국내 기술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가 불규칙하게 많이 오기도 하고, 한동안 전혀 오지 않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기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기후에 맞춰 개발된 국산 빗물 기술은 해외 사례를 그대로 들여온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술이면 무조건 우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현장에서는 국산 기술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강릉이 먼저 바꿔야 한다

강릉은 빗물이 넘쳐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가뭄 때는 오히려 물이 부족해 시민들이 힘들어한다. 만약 지역 학교마다 빗물저장 운동장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제한급수로 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운동장이 단순히 흙먼지가 날리는 공간이나 열섬 현상을 가속화하는 인조잔디가 아니라, 빗물을 저장하고 지역을 시원하게 만드는 기후적응시설로 변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새로운 물 관리 모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는 빗물 저장의 거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과 학생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장이 된다. 아이들이 매일 뛰노는 운동장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현장이 된다면, 이는 세대를 잇는 실천적 교육이자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시설은 매우 간단하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설치해두면 곧바로 봄비부터 저장할 수 있고, 여름철 홍수와 폭염에도 대비할 수 있다. 기술도 있고, 실제 사례도 있으며, 지지하는 사람도 이미 많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이 기사는 카드뉴스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link24.kr/GP3Ojbk
덧붙이는 글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물과 어떤 도시를 남길 것인가. 가뭄이 닥칠 때마다 해수담수화 시설을 짓고, 지하수 관정을 파내는 방식은 당장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는 있어도, 후손에게는 빚과 고갈된 자원만 남긴다.

반대로 학교 운동장을 다목적 빗물순환형 기후적응시설로 바꾸는 일은 땅을 되살리고, 도시에 시원함을 더하며, 빗물을 후손에게까지 이어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길이다. 아이들이 매일 뛰노는 운동장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현장이 될 때, 그것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장 값진 교육이자 유산이 된다.
후손에게 고갈된 지하수와 바닷물 정화 시설이 아니라, 빗물을 모아 쓰는 지혜와 체계를 남겨주자. 그것이 지금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이다.
#강름가뭄 #운동장을다시보자 #기후위기대웅 #운동장저류조 #차별받는국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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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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