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늦게 도착한 홉수골 호수 캠프에서 준비해준 격식 있는 코스 요리
오순미,김정수,신주철
달군 돌로 익히는 몽골 대표 음식 문화 '허르헉'
몽골은 광활한 초원, 건조한 기후, 극심한 기온차가 나타나는 유목 사회여서 농업보다 가축 중심의 생활 구조를 띤다. 그러다 보니 육류나 유제품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캠프에서도 끼니마다 주요 음식은 고기였다. 양, 염소, 말, 소 등 다양한 육류 중에서도 몽골에서 흔한 고기는 양고기다.
그중 '허르헉'은 몽골 유목민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양고기 찜이다. 양 한 마리를 뼈째 토막 내어 큰 냄비에 준비하고 감자, 당근, 양파(현대에 들어서 추가) 같은 채소를 넣은 후 불에 달군 돌을 고기 사이에 끼운다. 소금 간 한 물을 붓고 뚜껑을 꼭 닫아 증기로 찌듯이 조리한다. 실제 전통 방식으로 조리할 땐 동물 가죽에 고기와 내장을 넣고 달군 돌을 여러 개 넣어 굴리며 익힌다는데 캠프에서는 압력솥을 사용하는 게 시간적으로 유리하단다.
홉수골 호수 토일록 캠프에서 준비한 허르헉은 감자와 당근, 샐러드를 곁들인 데다 쌈 싸 먹도록 밀전병까지 나왔다. 잡내 없이 찐 양고기를 전병에 쌈을 싸 샐러드와 먹으니 부드럽고 담백했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호감 가는 맛이다. 팀원이 가져온 쯔란과 묵은지 볶음까지 겸하자 허르헉은 맛봉오리를 일으켜 세우는 진가를 발휘했다.

▲ 한 부위를 개인 접시에 담아 준비한 몽골 전통 음식 '허르헉'
오순미,김정수,신주철
테를지 국립공원 '스타투어 캠프'에서도 허르헉이 제공됐다. 토일록 캠프가 개인 접시에 한 부위만 올린 반면 스타투어 캠프는 프라이팬에 여러 부위를 담아 골고루 맛보도록 준비했다. 이곳은 한국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캠프라 김치와 마늘 초절임, 쌈장까지 푸짐했다.
몽골의 낯선 음식을 한국식으로 즐기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허르헉의 온기와 서늘한 저녁 공기, 탁 트인 초원, 초원 위에 흐르는 옛 팝송, 캠프 주인장이 쏘아 올린 불꽃과 밤하늘의 별들이 테를지의 마지막을 경이로운 감동으로 몰아갔다.

▲ 여러 부위를 한 접시에 차린 한국인 주인장 캠프의 몽골 전통 음식'허르헉'
오순미,김정수
다양한 몽골 전통 음식과 애절한 선율의 마두금 설화
테를지 국립공원 일정에서 '엉거츠산'에 오르지 못한 팀원들은 주변을 트레킹했다. 들꽃을 따르다, 야생마를 타고 달리는 청년에게 한눈팔다, 이름은 없지만 존재를 드러내는 기암괴석 사이를 오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호쇼르와 보즈, 초이왕, 커피를 주문했다.
'호쇼르'는 우리의 군만두와 닮은 튀김만두다. 주로 양고기(혹은 소고기)를 다져서 소금, 후추, 마늘을 넣어 고기소를 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소를 넣고 반달형이나 사각형으로 빚은 후 노릇하게 튀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풍부한 몽골식 튀김만두가 된다.
호쇼르는 '나담 축제(몽골 최대 민속 축제, 매년 7/11~13일 사이 전국적으로 열림)' 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다. 길거리 음식이나 가정식으로도 자주 접하는 거라 몽골 사람들에겐 국민간식 같은 존재다. 바삭하고 고소하지만 고기소만 들어있어 약간 느끼하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 의견이었다. 최근에는 채소 호쇼르를 만들기도 한단다.

▲ 몽골 전통 음식 '호쇼르'는 고기소만 들아가는 튀김만두
오순미,조진숙
'보즈'는 몽골식 찐만두로 고기소만 넣는 방식은 호쇼르와 동일하나 우리네 만두와 비슷하다. 명절(차강사르)이나 손님맞이용이며 담백·촉촉한 맛이다. 우리말이 유창한 몽골인 가이드는 지역에 따라 만두피의 두께가 다르다는 사실도 전했다. 우리 음식과 가장 흡사해 문화적 동질감이 느껴졌다.

▲ 몽골 전통 음식 '보즈' 역시 고기소만 들어가는 찐만두
오순미,조진숙
'초이왕'은 몽골식 전통 볶음면이다. 수제면에 고기와 파프리카, 당근, 오이 등의 채소를 넣은 볶음 칼국수다. 고기와 채소를 볶다 생면을 얹어 약간의 물과 함께 쪄내듯 조리한다. 빵과 만두에서 면으로 확장된 음식으로 외식 메뉴로도 인기가 높다.
도시화 이후 외식 문화가 부각되면서 빠르고 저렴한 메뉴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양 많고, 기름지고, 양고기 맛이 풍부한 음식을 좋아하는 몽골 남성들의 입맛에도 딱 맞아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에겐 다소 거칠고 건조한 맛이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 몽골 전통 음식 '초이왕'은 볶음 칼국수. 외식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
오순미,조진숙
이른 점심시간이어서 그 큰 식당에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한국인이라고 처음엔 '강남 스타일' 같은 가요 영상을 틀어주더니 이내 몽골 전통 현악기 '마두금(머릉호르)' 연주 영상이 흘렀다. 수다 사이사이 들리는 마두금의 선율이 얼마나 애절한지 연주 영상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네모난 몸체와 말머리 형상, 말꼬리 현으로 구성된 마두금은 젊은 목동의 애달픈 사연을 간직한 몽골 전통 현악기다.
몽골 동부의 젊은 목동 '남질'은 노래로 유명했다. 동부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에 늘 감탄했다. 군 복무 중 서부의 공주와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가 선물한 날개 달린 천마를 타고 밤마다 왕래하며 사랑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를 짝사랑한 고향의 부잣집 딸이 질투심에 타올라 천마의 날개를 잘라 죽이고 만다. 슬픔에 잠긴 남질은 천마의 모습을 본뜬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고 노래하며 슬픔을 달랬다. 후에 사람들은 이 악기를 '마두금'이라 불렀다. 마두금은 이후 공주에 대한 그리움과 몽골인들의 정서를 위로하는 악기가 되었다.- 마두금 설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카이브

▲ 몽골 전통 현악기 마두금을 든 몽골 연주자와 처연한 마두금 소리에 반해 칭기즈칸 마동상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마두금 모양 자석. 마두금은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악기다.
일파가야금연주단제공,오순미
몽골인들에게 공동체적 연대의 상징인 허르헉과 마두금은 여행의 감칠맛을 배가시켰다. 몽골인의 삶과 정서가 느껴지는 친밀한 장치로도 손색 없는 문화였다. 허르헉과 마두금은 때때로 몽골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동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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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벌어진 코스 요리에 놀란 여행자의 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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