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지킴이대회에서 만난 깃발들, 각 지역현장 이름들이다.
이경호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
강렬한 붓글씨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인다. 지난 9월 6일, 광화문에서 열린 생명지킴이대회 현장에서 등장한 깃발이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가덕도·새만금·제주도·설악산·지리산·4대강을 지키기 위한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 - 생명지킴이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의 생태 파괴 현장에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날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주민과 활동가, 시민 200여 명은 3시간 넘게 집회를 이어갔다. 무분별한 개발사업 중단을 외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생명과 국민이 공존할 수 있는 보전 정책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했다.
개발사업으로 인해 사라진 생명을 위로하는 위령제와 만장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4대강, 신공항(가덕도·새만금·제주), 신규댐(지천댐·아미천댐), 케이블카(설악산·지리산·황령산) 등 각 개발 현장에서 투쟁 중인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은 흐를 때 살아난다"

▲ 4대강 보 해체 요구 피켓을 든 시민들
이경호
4대강 재자연화 활동을 하는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2조 6천억 원을 들여 우리의 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최악의 국책사업"이라며 "오늘로 495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도훈 실장은 "우리의 강을 틀어막은 16개 보를 철거하고 강의 본래 모습이 회복될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현석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은 1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강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녹조의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산업·농업에서 흘러나온 과도한 영양염류, 그리고 강의 흐름을 가로막은 보와 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를 상시 개방하고 철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강은 흐를 때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신공항은 생명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가폭력"

▲ 발언하는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대표
이경호
신공항 발언 투쟁도 이어졌다.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은 주한미군이 요구한 군산미군기지 제2활주로 사업을 '새만금신공항'이라 포장하고, 해군기지를 '새만금 신항'이라 부르며 조기 완공을 외치고 있다"며 수라갯벌을 지키고 신공항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은 "부산 앞바다에서는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이는 생명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가 폭력"이라고 정의했다.
김현욱 위원은 "공항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은 심각한 부등침하가 예견되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라며 "부산시민은 이를 원하지 않으며, 우리는 서명운동을 통해 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 대표는 "공항 예정지인 성산은 전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지만 수많은 숨골이 있어 지하수 함양과 홍수 예방의 역할을 한다. 이곳을 파괴하는 공항은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제주도민은 더 많은 관광과 개발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고, 제2공항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댐이 아닌 기후재앙댐"

▲ 지천댐 반대투쟁 발언 중인 김명숙 대표
이경호
신규댐 건설 대응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 대표는 "그동안 충남 청양은 생태자연도 1등급 면적이 넓어 기업들이 제조산업시설 투자를 하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여기에 콘크리트 댐을 지어 청양군, 부여군 보다 잘사는 지역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려 한다"며 "이것은 용수수탈 정책이며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위다. 당장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박진만 연천 주민은 "아미천댐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연천군에 에 설치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설치 시 동막리는 수몰되고 상류 지역인 내산리는 고립되며, 남조류로 인한 생명 위협까지 겪게 된다"며 신규댐 사업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어 그는 "응회암 지질명소, 애기송이풀, 깽깽이풀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카는 생명 파괴의 시작"

▲ 발언하는 이성근 대표
이경호
이성근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 대표는 "황령산은 한차례 온천개발로부터 지켜낸 부산 시민의 허파"라며 "박형준 시장은 이 산 전체를 케이블카, 전망타워, 호텔 사업자에게 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바뀌어도 환경부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잘못된 것을 함께 바로 잡자고 말했다.
김동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자연과 우리를 갈라서 생각할 수 없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같이 죽자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예산이 465억 원에서 1176억 원으로 되었고, 앞으로 양양군민 2만 7000명의 주머니를 끝까지 털어야 끝날 상황이 될 것 같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면 국민은 절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영권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집행위원장은 "지리산은 지금 케이블카, 골프장, 양수댐 등 난개발로 위협받고 있다. 농민의 삶도 위협받고 있다. 폭염, 장마, 서리와 같은 기후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으로 전환하고, 주민 중심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 생명에 대한 애도로 시작한 생명지킴이대회
이경호
집회 도중 폭우가 쏟아졌지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 하구는 난개발의 상징이다. 우리는 대저대교·엄궁대교 건설 대응에 이어 이제는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라며 공공사업 재검토 전국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박성율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집행위원은 "풍천리 잣나무숲은 국내 최대의 100년 잣나무 숲으로 높은 생태적 가치를 가진 곳"이라며 "죽어도 되는 사람, 사라져도 되는 마을은 없다. 신규 양수발전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1229 무안공항제주항공참사 유가족대책위 고재승씨도 참여해 신공항 반대 연대발언을 전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미루, 편경열, 구럼비친구들, 밴드 프리버드의 공연이 이어졌고, 9월 13일 '국제 야간비행금지의 날' 캠페인을 위한 퍼포먼스와 선언문 낭독으로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국토 파괴의 광풍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생태적 가치를 압도하고, 단기적 경제논리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유일한 생태환경 과제로 '4대강 자연성 및 생물다양성 회복'을 포함시켰다. 보호지역 30% 확대와 국제 수준의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생명 중심 국가 철학을 세워나갸야 한다.
저항은 생명의 본질이다

▲ 국제야간비행금지의날 퍼포먼스
생명의편에선사람들기획단
'저항은 생명의 본질'
각자의 현장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이들이 있다. 이날 현장에는 케이블카 반대 피켓을 직접 만들어 혼자 집회에 온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 피켓에는 '케이블카, 인간의 멸종으로 가는 길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구 자체가 저항의 표현이었다.
비가 쏟아져 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모두 함께 서서 자리를 지켰다. 지칠까봐 더 크게 노래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생명의 편'이라고 외쳤다. 비가 그치고 나니, 우리는 다시 목소리를 잇고 춤을 추며 서로에게 환하게 웃었다.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각 현장의 투쟁은 결국 승리할 것이다. 저항하는 동지들과 함께, 이길 때까지 비 맞고 노래할 것이다. 그들이 투쟁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당신의 편'이라며 함께 서는 한, 끝까지 저항하고 반드시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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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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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되는 사람 없고, 사라져도 되는 마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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