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몰자 추모 국립 기념식에서 연설 한 후 서 있다.
EPA=연합뉴스
연이은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을 받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퇴임 의사를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7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라며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그는 미국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 퇴진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새 총재가 뽑힐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새 총리에게 이후를 부탁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 확인 절차가 이뤄지면 당내에 큰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만 고뇌의 결단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지지율 오르는데 끝내 사임... "고뇌의 결단"
그동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러 차례 도전했으나 당내 비주류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9월 정계 입문 38년 만에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지난 6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 이어 7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패한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소수당이 되었다.
당내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퇴진 압박을 받았으나 이시바 총리는 국정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버텼고, 최대 과제였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무난하게 이끌면서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민당이 사상 처음으로 '리콜 규정'을 통해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기로 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관련 절차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자민당 최대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시바 총리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민의'라며 사퇴를 촉구했고, 이를 따르는 의원들도 많아지는 등 당내 혼란이 계속됐다"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국민의 생각과 당의 사고방식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러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마지막까지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시바 내각의 한 각료는 "총리로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텐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매우 유감"이라며 무엇이 가장 국민을 위한 길인가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각료는 "이시바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당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선거 패배 후 야당의 의견을 듣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정권 운영이었다"라며 "당을 이끌고 난국을 타개하거나,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모습이 부족했다"라고 평가했다.
새 총재 누가 될까... 고이즈미 vs. 다카이치 '각축'
이제 관심사는 누가 새 총재가 되느냐다. 현지 언론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 가운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도 언급된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 투표 1위에 올랐으나 2명이 겨루는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으로는 선거 승리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있어 (비주류였던) 이시바 총리가 집권했던 것"이라며 "두 인물이 다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자민당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양강 후보로 떠오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두 패전일이었던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며 뚜렷한 우익 성향을 드러냈다.
특히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따르며 '여자 아베'로 불리는 데다가,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국제사회에 부정확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라고 부정하면서 그가 집권하면 한일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교도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회담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협력을 확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라며 "한국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역사 문제 등에서 비교적 온건하다고 알려져 퇴진 후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 정계가 현재 '여소야대' 구도여서 자민당 총재가 무조건 총리직을 보장받는 상황은 아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야당이 결집할 경우 야당 당수가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어 자민당이 새 총재를 내세운다고 해도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자민당에서는 새 총재가 주목받을 때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먼저 성과를 쌓은 뒤 민심을 물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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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막 내린 이시바 정권, 한일관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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