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암댐 물
진재중
지난 8월 22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강릉을 방문해 가뭄 대책의 일환으로 도암댐 활용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은 "도암댐 수질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주민 수용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질과 온도가 동일한 조건이라면 물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20일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시민들이 제한급수와 생수 배급으로 고통받으며 "목마르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쏟아내자, 강릉시는 결국 도암댐 활용을 검토 대상으로 전환했다.
도암댐에서 비상방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질검사 등 사전 절차가 필요하다. 2001년 발전 방류가 중단된 이후 도수관로 내 물이 장기간 정체돼 있어, 방류 전 퇴적물 존재 여부와 식수 적합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9일 찾은 도암댐은 수면이 녹조로 뒤덮여 있었지만, 실제 방류 대상인 물은 강릉 남대천과 연결된 약 15㎞ 도수터널 안에 보관된 15t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조사 결과, 이 물은 수질이 1급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실시한 정밀 검사에서도 대부분 항목이 1급수 판정을 받았고, 인 성분만이 2급수 수준으로 확인됐다. 겉보기와 달리 전반적으로는 음용수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과거 수질 문제와 정선 주민들의 반발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지역사회 간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7일 강원도청 제2청사에서 김진태 도지사와 18개 시군 부단체장,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이 모인 '강릉 수자원 확보 긴급 대책회의'에선 '도암댐 비상방류'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날 회의에서 도암댐이 위치한 평창군과 직접 수계가 맞닿아 있는 하류 정선은 원칙적으로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선 주민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도암댐 활용 논의가 번번이 막힌 건 20년 넘게 이어진 '수질 불신'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전상걸 정선군 번영회연합회장은 9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도암댐 도수터널 안에 24년간 갇혀 있던 물 15만 톤이 저장돼 있다"며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위급한 만큼 그 물을 사용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도암댐 발전 사업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전 회장은 "만약 발전을 하게 되면 강릉으로 물이 방류돼 송천 수계가 막히게 된다"며 "그럴 경우 정선과 영월도 물 부족 마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시민 생존이 우선" "도암댐 물이라도 공급해야"

▲ 가뭄으로 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확을 앞둔 대파가 시들고 있으며, 농민들은 올해 농사에 큰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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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지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강릉시의회는 6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가뭄 해소를 위해 비상방류를 실시하는 방안을 잠정 결정했고 김현수 강릉시의원은 시의회 임시회에서 환경부가 1급수로 확인한 도암댐 방류터널 구간 15만 톤의 물을 즉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릉시는 10일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른 시일 안에 지자체,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수질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비상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체계 안정성 등을 점검한다. 또한 이번 비상 방류는 발전방류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험 방류 시기는 오는 20일로 예측된다.
강릉시민들은 물 수질 기준에 충족하면 도암댐 물이라도 공급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남동에 사는 40대 주부는 "아이들과 노부모가 있어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제한 급수를 받아야 하니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지금은 시민의 생존이 우선인 만큼 도암댐 물이라도 즉시 공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구정면에 거주하는 65세 주부 박성욱씨도 "가장 큰 걱정은 화장실 문제"라며 "이대로라면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도암댐 물이든 어떤 방식이든 하루빨리 공급돼 주민들의 생활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제동의 시민 황기정씨는 "물 공급과 무관한 연곡이나 주문진까지 점심을 먹고 씻으러 다녀야 한다"며 "강릉시의 물 정책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한 어머니도 "퇴근 후에도 아이들을 씻기지 못하고 있다"며 "급한 시기인 만큼 도암댐 물을 하루빨리 방류해 화장실과 목욕에라도 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뭄에 말라가는 논밭을 지켜보는 농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곳곳에서 농작물이 시들고 쓰러져가면서, "당장 물을 쓰지 못하면 올 한 해 농사를 통째로 포기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강릉 구정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벼가 한창 물을 필요로 할 때 물을 줄 수 없어 다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수확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면서 도암댐 물을 농업용수로라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도암댐이 던지는 질문

▲ 도암댐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발전방류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강릉시민과 정선군민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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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 논의는 단순히 강릉의 가뭄 해갈책을 넘어 한국 사회의 수자원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가뭄 때마다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개발 이익에는 민첩하면서도 시민의 물권 보장은 뒤로 밀려난 현실, 반복되는 지역 간 물 갈등 속에서 통합적 수자원 정책이 자리잡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도암댐 도수터널 안에 물이 강릉의 목마름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나, 진정한 해결책이 되려면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시스템과 시민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은 생존권이자 공공재다. 이번 강릉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물을 '개발의 도구'가 아닌 '시민의 권리'로 다루는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 도암댐 수면이 녹조로 뒤덮여 있다. 24년간 방치되면서 수질이 장기간 정체돼 발생한 현상으로,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강릉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도암댐 활용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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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간 갇혀 있던 도암댐 수면이 녹조로 가득 차 있다. 장기간 방치된 댐으로 인해 수질 오염 우려가 남아 있지만, 강릉의 극심한 가뭄으로 도암댐 활용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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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암댐 수면이 녹조로 뒤덮여 있다. 장기간 방치된 댐 수질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번 가뭄으로 인해 도암댐의 물 활용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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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한옥마을 입구에 걸린 휴장 안내 플래카드 극심한 가뭄으로 관광 시설 운영이 제한되면서, 방문객들에게 임시 휴장 사실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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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도암댐 비상 방류수 한시 수용"... 여전히 남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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