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8.17. '지구인의정류장' 사무실에서 인터뷰 도중, 부당하게 해고당한 캄보디아인 여성노동자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김이찬 활동가. 캄보디아인 여성노동자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절박함을 호소했다.
한노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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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주노동자가 왜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사는 걸까요? 이 폭염 속에서 정말이지 덥다는 말로는 표현 안 될 만큼 힘들 텐데요.
"이주노동자가 머무는 숙소는 논밭 중간에 덩그러니 서 있는 가건물로, 외딴 곳에 있어 치안이나 방화 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숙소가 '주택'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 안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입니다.
비닐하우스는 원래 보온용이지만 한여름에는 너무 취약할 수밖에 없죠. 여름에는 내부 온도가 40도를 넘습니다.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없고, 밤 9시가 넘어야 온도가 떨어져 겨우 들어갈 정도로 뜨겁습니다.
겨울에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혹한에 그대로 노출되죠. 에어컨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선풍기도 노동자가 직접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지구인의정류장에 오는 분들 중 대부분은 캄보디아 분들인데, '본국 캄보디아보다 한국 여름이 더 덥다'고 하소연합니다."
- 캄보디아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더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더 덥다고요?
"검색해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가옥은 대부분 땅에서 높게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집을 짓습니다. 이렇게 하면 바람도 잘 통하고, 지열로부터도 보호됩니다. 차양도 길게 만들어 햇빛을 막고, 창문을 많이 내어 환기가 잘 되게 설계합니다. 에어컨이 없어도 바람이 잘 불면 27~28도 정도는 유지된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는 덥긴 해도, 한낮에 그늘지고 바람이 부는 집 안에서는 그렇게 덥지 않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이주노동자가 사는 비닐하우스는 바람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집'으로 만들고, 그 안에 '방'을 만들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로 된 가건물을 세웁니다. 이것 역시 환기가 되지 않죠. 컨테이너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 우리 고향보다 더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이찬 활동가는 몇 장의 근로계약서를 보여줬다. 계약서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농사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계약서에는 월 2회 휴일이 명시돼 있었다. 그럼에도 매주 일요일에도 쉬지 못한다고 한다. '악덕 사업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방치임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정부의 방관과 고용허가제의 문제
- 숙소 상황이 열악하지만,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분들은 소정의 노동시간은 보장되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가끔 돈을 받지 않고 숙소를 내주는 농장주도 있었어요. 그러면 그 농장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몰려들었죠. 그러자 숙소비를 받는 농장주가 항의하는 거죠. 결국 전부 다 비슷한 수준으로 숙소비를 받게 된 겁니다. 한때 숙소를 쓰는 비용으로 이주노동자가 한 달에 30만 원가량 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업주가 급여를 주고서 다시 돈을 받아야 하니까, 이주노동자가 '못 준다'며 버티면 또 어쩔 수가 없단 말이죠. 급여에서 제하고 주는 건 또 바로 증거가 남잖아요. 그래서 거의 대부분은 사업주가 "숙소 제공을 대신한 것"이라며 '무급노동'을 더 시켜요.
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 월 226시간 근무'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2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합니다. 휴게시간을 포함해도 매일 2시간 이상이 무급노동으로 처리되는 셈이죠. 이주노동자의 월급은 180만 원 수준으로,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충남 금산, 경기도 양평, 이천 일대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거의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 불법이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 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나요?
"노동부가 이를 감독하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노동부는 표면적으로 '근로계약서 기준 8시간 노동'이라고 하지만 실제 근무 시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사조차 하지 않습니다.
사업주가 허위로 기재해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죠. 매일 몇 시에 일을 시작하고 마쳤는지 노트에 기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노트를 제출해도 '사장 서명이 없으니 믿을 수 없다'며 무시됩니다. 결국 착취가 감춰지도록 제도가 설계된 셈입니다.
이건 모두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체류와 고용을 모두 지배합니다. 노동자가 '왜 8시간 계약인데 12시간 일을 시키냐'고 항의하면 해고당하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합니다. 항의와 권리 주장은 생존의 위협과 직결되죠.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단순기능인력으로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통해 이주노동자가 3년간 특정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허용하면 최대 1년 10개월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해 4년 10개월까지, 그 뒤 고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취업하면 합쳐서 최대 9년 8개월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사실상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사업장을 나온 뒤 4개월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강제 추방되기 때문이다. 임금 체불, 과도한 노동 강요, 근무지 변경 제한, 폭언과 신체적 괴롭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항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나라에 따라 수천만 원의 비용을 업자에게 지불해야 한국으로 일하러 올 수 있어, 고국에 돌아가느니 한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기를 택하기도 한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약 38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 이번에 노동부에서 폭염기에 2시간 일하면 20분 이상 쉬게 해야 한다고 폭염 대책을 발표했잖아요.
"노동자들이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시작한 대책이라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시되고, 휴식 없이 일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물량으로 압박해요. 깻잎은 하루 34킬로그램을 수확해야 하는데, 이 수량이 모자라면 '이거 못 채우면 임금 깎을 거야'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법적으로는 작업중지권도 있고, 휴게 장소에 대한 규정도 있지만 어디서 지켜지겠습니까? 쉬겠다고 했다가는 바로 쫓겨날 수 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힘들다고 하죠."
이주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
- 농업은 그런 현실이고, 제조업은 좀 어떤가요?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편입니다. 이주노동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집단으로 항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얼마 전 광복절엔 한국인 정주노동자들이 모두 유급휴가를 받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설령 그날 쉬지 못하고 일을 했더라도 나중에 추가 수당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일하는 농업은 더 고립되어 있어 노동권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는 3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인 사장과 야채가게 주인밖에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깻잎 34킬로 따는 생산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비닐하우스도 농장 한가운데 있어 외부와의 연결이 없습니다. 그들의 일상은 '일-밥-잠'이 전부입니다."
4년 전, <일터>통권 203호(2021. 2)에서도 다뤘던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의 죽음도 맥락을 같이한다. 속헹씨의 숙소는 누전차단기가 계속 떨어졌다고 한다. 그 집은 다섯 명이서 자다가 세 명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나갔고, 결국 두 명이 남았다.
둘이서 한 사람이 나가서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고 돌아오면 떨어지고, 또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고 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 동료가 친구 집에 가면서 속헹씨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으나, 속헹씨는 '괜찮아, 여기 있을게'라며 숙소에 남았다. 다음 날 오후에 돌아온 동료가 차가운 주검이 된 속헹씨를 발견했다.
-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지 말씀해주시겠어요.
"한국 농업은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주체가 아니라 '값싼 노동력' 그 이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고용허가제를 완전히 개혁해야 합니다.
사업주에게 종속되는 구조를 깨고, 노동자의 노동권, 이동권, 주거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부가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에요. 새 정부에서 노동부가 하겠다는 일이 많지만,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일도 많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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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비닐하우스서 12시간 노동... 이주노동자들의 여름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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