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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고개 갸웃하게 했던 금융감독원, 이제야 제자리 찾았다

새 정부 금융감독체계 개편, 규제와 감독은 공공 영역에 두어야 마땅하다

등록 2025.09.11 16:23수정 2025.09.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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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 영역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아래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아래 금융위)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 둘 다 공공기관이겠거니 생각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두 조직 모두 공적인 일을 수행한다. 금융위는 국내 금융 정책을 총괄하고,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큰 차이점이 있다. 금융위는 정부 조직이지만, 금감원은 민간기구에 가깝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특수법인이다.

금융위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분담금이 재정의 주요 원천이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일을 하는 조직의 운영비를 금융회사에서 받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일까. 연원은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다방면에 걸쳐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금융감독 영역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금융감독기구를 하나로 묶고, 통합된 기구를 정부가 아닌 민간 영역에 두라는 것이었다. 외환위기 이전, 은행에 대한 감독권은 한국은행이 가지고 있었고, 비은행권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감독하고 있었다. 이런 전사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금감원이다. 감독 업무가 정부와 민간 영역 '사이'에 어정쩡한 형태로 남겨진 것이다.

감독기구를 정부 영역에 두지 말라는 주문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은 국가가 수행할 때보다 시장에 맡길 때 훨씬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당시 시장 만능주의가 전세계에 휘몰아치면서 많은 나라들이 이 이념을 추종했다. 이 신화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시장의 자율 규제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아래 금감위)로 개편하고 위원회 내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또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개편은 이해가 상충되는 집단 간의 관계를 조직적으로 분리, 정립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금감원을 민간 영역에서 공공 영역으로 이전한 것이 그러하고, 금융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한 것이 그러하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설계된 개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번 개편안의 의의를 살펴보도록 하자.

정부조직 개편 방안 발표 (보도자료)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게 됨
▲정부조직 개편 방안 발표 (보도자료)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게 됨 행정안전부

1. 금융감독 체계의 공공성 강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르면, 금감원은 아래의 재원(財源)으로 경비를 충당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①정부의 출연금 ②한국은행의 출연금 ③금융회사의 출연금 ④금융회사의 분담금 ⑤그 밖의 수입이 그것이다. 문제가 되는 꼭지는 ③번과 ④번이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정부 조직의 경비를 금융회사가 낸 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고시한 2025년 금융회사 분담금 총액은 약 3300억 원이다. 금감원 전체 예산의 8할이 넘는 금액이다. 법령으로 강제된 징수라고 하지만, 이런 구조는 감독의 객관성을 해칠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시장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금감원을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바라본다. 금융회사가 준 돈으로 감독이라는 '용역'을 수행하면서 군림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된 감독기관이지 용역 회사가 아니다. 이런 비아냥에서 자유로우려면 이 재원(財源)을 잘라내야 한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건 금융회사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적 기구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금융회사의 분담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바꾸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 관치금융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지다(중앙은행도 포함된다).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읊조리는 독립성 확보와 관치금융의 탈피란 곧 '시장과 금융회사의 편에 서라'는 뜻이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금융은 규제를 강화해서 생기는 위험보다 규제를 느슨하게 해서 파생된 위험이 압도적으로 큰 영역이다. 금감원이 정부와 의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금융회사의 편에 서는 것은 '건전한 금융질서'에 반하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길이다. 독립성을 운운하며 금감원을 정부의 규제와 감독에서 떼어내려는 것은 공익적 가치를 포기하라는 것과 진배없다.

임수강 박사는 자신의 저서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에서 "금감원이 금융회사 분담금을 받아 운영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금융 감독의 실패로 투입되는 공적 자금의 규모를 생각하면 예산을 아끼는 것보다 금융감독을 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을 일깨운다.

2.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의 분리

금융회사의 이익과 금융소비자의 이익은 기본적으로 상충(trade-off)한다. 은행과 고객이 상호 거래를 통해 모두 이익을 보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객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을 빌리러 은행을 찾는다. 하지만 은행은 비가 오면 우산을 거둬들이고, 비가 그치면 우산을 내어준다. 움직이는 방향이 거꾸로다.

이 과정에서 금융 배제(financial exclusion) 문제가 발생한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되는 것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은 비싼 금리를 감내하고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금융 배제 현상과 '약탈적' 금융의 팽창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 사채 시장의 포식자들은 돈이 궁한 먹잇감을 노린다.

금융배제는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현상이다. 차이가 있다면 선진국들은 이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에서 탈락된 이들을 돕는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 정책을 금융회사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탈락, 배제된 이들을 일으켜 세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신용구제(credit relief)라고 한다. 신용구제는 두 가지 길이 존재한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적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를 통한 사적 채무조정이 그것이다. 전자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개선 효과가 크다. 후자는 법원에 비해 문턱은 낮지만, 신속성과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사적 채무조정을 위해 설립한 기관이 서민금융법을 근거로 만든 신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아래 서금원)이다. 서금원은 5개 시중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생명보험사(23개), 손해보험사(11개)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금융회사가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뜻이다. 신복위와 서금원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중 어느 편에 서게 될까.

신복위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으려면 채권자, 즉 5천 개가 넘는 협약기관의 50% 이상이 '탕감'에 동의해야 한다. 채권자 중심으로 움직인다. 조정 후 다시 건강한 금융 소비자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기 지원이나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헐겁다. 이들 기관들이 소비자 편에 서서 금융 약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주제는 공적 금융의 부수적인 업무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다수 나라가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 제도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소위를 금감위 수준으로 격상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동일 선상에 배치했다는 것은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는 뜻이다.

시장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우리는 감독 강화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간섭이라는 논리가 횡행하고, 포용금융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간주하는 시선이 깔려 있다. 금융회사가 주요 광고주여서 그런지 몰라도 언론들도 금융회사 편을 들거나 이 주제를 슬그머니 비껴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은행 중심 금융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은행들은 제도의 편익을 최대한 누리며 해마다 역대급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기업을 성장시키고 금융공백을 메우는 생산적인 영역이 아니라 부동산과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는 비생산적인 쪽으로 스며들고 있다. 금융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제도 개혁은 훨씬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조직개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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