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지노조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맞아, 여러 학습지 회사에 대기시간 휴식을 위한 조치 마련, 보호장비 제공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구몬은 이동방문 조건이 너무 다양하다는 이유로 물품 지급이 어렵다고 회신했다. 다른 학습지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요원한 작업중지권, 방기된 회사 책임
기후재난으로 인한 위험 시 노동자는 작업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작업중지권 실현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많다. 영업 실적으로 대변되는 평가제도 역시 그중 하나다. 공통으로, 성과 평가가 기후재난에서도 노동자를 작업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지 교사들은 수업과 함께 영업도 병행해야 하거든요. 홍보물을 집집마다 돌리게 해요. 폭염 기간에는 하지 말라고 회사에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저희 사무실도 지국장이 계속 영업을 유도하고 있어요. 덥고 힘든데도 아파트 계단 타면서 홍보물 꽂아놓고 사진 찍어서 올리고 있어요." (여민희)
"저희는 할당량에 따라 정해지는 성과 평가가 임금 수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작업 중지 시 불이익을 명시적으로 주지는 않는다지만, 상대평가 인사제도하에서 개별 노동자는 평가를 걱정할 수밖에 없어요. 재난 시 작업 중지를 성과 평가의 예외로 처리하지 않으면 개별 노동자 입장에선 업무 중단을 못 하고 작업할 수밖에 없어요. 평가제도가 살아있는 한 개별 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거나 감추려고 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정승호)
작업 중지를 포함, 기후재난으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드는 건 회사의 책임이다. 그러나 매뉴얼 제공이나 안내는 물론, 작업 중지에 대한 안내 및 조율과 관련해서도 회사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인터뷰 참여자들은 지적했다.
"요양보호사가 폭염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고, 더우면 쉬어라 이런 이야기를 센터가 하지 않아요. 폭염을 포함해 성희롱, 위협 등 방문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사무실에 연락할 수 있다, 그 공간을 회피할 수 있다'라는 얘기가 매뉴얼에 있지 않은 거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참으라고 하는 거예요, 모든 거를." (전현욱)
"예전에는 관리자들이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등 날씨로 인해 선생님들이 조금 늦게 방문할 수 있으니, 학부모님들께 양해 요청한다'라는 문자를 보내줬어요. 선생님이 보내는 거랑 사무실에서 보내는 거랑 다르거든요. 하지만 지금 관리자는 그렇게 해 달라 했더니 안 보내주는 거예요. 뭔가를 했을 때 책임지기 싫은 거죠. 만약에 그렇게 해서 그만두는 회원이 발생하거나 이럴 때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여민희)
또한, 회사의 안전보건 관리 책임은 누락된 채, 개별 노동자의 작업 중지 결정에 판단과 책임이 집중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회사는 기후재난 시기 상황에 따른 위험 요소를 유형화하고 안내할 책임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채 노동자 개인의 판단으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라도 작업 장소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요. 예를 들어 베란다는 실내라 하더라도 냉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죠. 몇 군데 뽑아 온습도를 측정해 보면서, 각각의 장소와 상황에 따른 작업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기도 합니다. 이는 회사의 안전보건 관리의 책임이기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거죠. 작년에 추락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회사는 이후 같은 유형의 작업구역을 전수조사했어요. 그동안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거죠. 기후재난 관련해서도 '이런 조건에서는 작업을 지시하지 않는다'라는 영역을 만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노동자가 작업 장소에 가서 너무 더우면 작업 중지를 하라는 등 개인 판단으로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정지승)
회사의 안전보건 책임은 불안정 노동구조의 개선과 떨어질 수 없다. "정부가 배제해 놨는데 기업이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라는 여민희 님의 지적처럼, 노동자들은 기후재난 시 회사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제도적 차별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희는 돌봄 대상 수에 따라 임금이 사실상 좌우되고 있어요. 그래서 월급제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비용 논리로 묻히고 있고요. 돌봄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급을 다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잖아요. 그 상황 속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이나 인권 증진이 논의되기 어렵습니다." (전현욱)
"우리는 늘 차별받고 있어요. 특고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차별해도 되는 당사자들로 만들어 놓았기에 사실 제도적인 부분이 개선되는 게 먼저입니다. 정부가 배제해 놨는데 기업이 알아서 해주겠어요?" (여민희)
상황 대처로 무마될 수 없는 위험,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
단시간 갑자기 찾아온 위험에 대해 전면 작업 중지만을 말하기 어려운 문제, 기후재난으로 인해 유예된 할당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증가하는 문제 등이 제기됐다. 더불어 위험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나타날 건강 영향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일터의 위험은 예측할 수 없고, 또한 당장의 상황 대처에 국한할 수도 없다.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대책 마련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동 방문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
"작업 중지를 해도 그 현장을 안 가는 것은 아니에요. 유예하는 거죠. 폭우 때문에 대량으로 무선 장비가 다운되면, 날이 밝으면 어떻게든 복구해야 해요. 그러면 정신없이 분주해지죠. 또한 1~2시간 만에 국지성 호우가 내렸다가 그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선 전면 작업 중지를 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대처할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정승호)
"당장의 작업 중지를 넘어, 위험을 참고 견뎌서 일해서 생기는 각종 질환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희는 이동하면서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없어요. 계속 참다 보면 병이 생기거든요. 다 직업병이잖아요. 폭염 상황에서는 특히 심해지는 거고요. 그렇다고 물을 안 마시면 탈수가 오고, 이런 악순환을 겪고 있어요. 관련 고민도 앞으로 같이 해야 합니다." (여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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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차 안에서 대기" 기후재난 정면으로 겪는 이동방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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