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9.12 15:13수정 2025.09.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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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끝에는 언제나 다시 따뜻한 시작이 있다."
맞벌이 부부로 살아온 지난 12년 동안, 우리는 이 말을 숱하게 확인하며 살아왔다.
부부의 살림살이는 원래 함께 돕는 거라지만, 현실은 언제나 생각처럼 부드럽게 흘러가진 않는다. 종일 회사에서 보내고 나면 집안일을 둘러보는 눈길부터 피곤하다. 싱크대에 쌓인 그릇은 그대로고, 바닥에는 양말 한 짝이 굴러다닌다. '오늘은 꼭 정리해야지' 다짐하면서도, 퇴근 후 몸은 늘 천근만근이다.
부지런하게 해내고 싶지만 손은 느리고,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면 미루는 습관이 고개를 든다. 결국 우리 밥상 위에는 따뜻한 갓 지은 밥 대신 즉석밥이 올라오는 날이 많다. 전자레인지에서 '띵' 소리가 울리면, 밥상은 순식간에 차려진다. 그 앞에서 양심은 늘 속삭인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내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결국 즉석밥이네.'
그러나 결혼 12년 차. 완벽하지 않아도 쌓이고 쌓인 시간 덕분에 어떻게든 해내며 살아왔다. '후다닥' 대충 차린 밥상이라도, 둘이 마주 앉아 밥을 뜨는 순간은 따뜻하다. 몇 가지 되지 않는 반찬들이지만 서로 맛있게 먹어주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누다 보면 그게 곧 우리 식탁의 소중한 대화가 된다.
그 자리에 빠지지 않는 또 한 명의 가족이 있다. 바로 반려묘 다람이다. 엄마, 아빠 사이에 공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다람이는 말 없이도 큰 존재감을 뽐낸다. "다람이도 고맙다람~"이라는 다람이를 흉내 내는 말에, 부부가 시덥잖은 웃음을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덜어낸다. 하루 끝 피곤했던 일상을 순식간에 웃음으로 바꾸는 일종의 마법이다.
살림이란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일이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티가 너무 많이 난다. 그래서 더 서운해지고, 그래서 더 쉽게 지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오늘도, 내일도 집안일을 이어가는 건, 결국 서로의 한마디 때문이다.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우리 집의 엔진이 된다. 밥을 못 차려서 미안해하는 마음을, '괜찮아'라는 말이 안아준다. 소소한 밥상 앞에서라도 '고맙다'는 말이 서로를 살린다. 우리는 매일 다짐한다.
'내일은 조금 더 잘해야지. 내일은 꼭 밥솥으로 밥을 지어야지!'
이렇게 매번 다짐은 하지만 내일도 다시 즉석밥이 올라올 가능성은 크다. 그래도 괜찮다. 매번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시작하는 게 우리 삶이고, 그게 우리 부부가 걸어온 지난 12년이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 끝에서 우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일도 집은 엉망일지 모른다. 내일도 반찬은 몇 가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웃으며 마주 앉을 것이다. 그 자리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다람이'가 함께할 것이다. 따뜻한 말 끝에, 다시 따뜻한 시작이 있음을 믿으면서.

김태리 손글씨, 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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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
제주에서 달리고, 쓰고, 만들며 작은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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