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물 건강터... 지붕 위에서 다시 걷는 노년

빗물을 모아 걷고, 꽃을 가꾸고, 지혜를 나누는 옥상 복지 플랫폼

등록 2025.09.13 16:59수정 2025.09.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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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공학을 전공한 박중현 명예교수님은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환경공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20세기 들어 인류의 평균 수명을 30년 이상 연장시킨 주역이 위생·환경공학"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바쳤다.

우리나라에서 100여 명이 넘는 상하수도·환경공학 교수를 길러냈고, 제자들은 외국에서도 교수로 활동하며 학문적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환경공학의 학맥을 전파한 스승이시다.

이제 요양원에 계신 은사님은 여전히 '물과 생명'의 관계를 탐구하고 계신다. 젊은 시절 깨끗한 물을 공급해 사람들의 수명을 늘렸던 그가, 노년에는 노인의 건강에서 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고 계신 것이다.

"약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하는 운동이고, 가장 좋은 운동은 따뜻한 물에서 걷기다."

많은 어르신들은 요양원에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낸다. 운동이 필요하지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고 안전도 걱정된다. 이때 가장 좋은 대안은 물속 걷기 운동이다. 부력 덕분에 관절에 무리가 없고, 넘어질 위험도 적다.

그렇다면 그 공간은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 답은 지하가 아닌 옥상이다. 이동이 쉽고, 하늘을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옥상에는 이미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 있다.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 따뜻하게 데워 '하늘물 건강터'로 바꾸면, 약값보다 값진 복지가 된다.

옥상 복지 플랫폼 – 정원, 건강터, 지혜의 마당


옥상은 단순한 운동공간을 넘어 복지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

· 오목형 옥상정원: 빗물을 받아 꽃과 채소를 기르고, 산책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
· 하늘물 건강터: 따뜻한 물속 걷기, 족욕, 물찜질로 몸을 회복하는 공간.
· 하늘마당: 하늘을 바라보며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혜를 기록하는 자리.
· 자원봉사 연계: 청년과 학생들이 참여해 세대가 함께 돌보는 공동체의 장.

하늘물은 이렇게 어르신의 건강, 마음의 평안, 세대 간의 지혜 순환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해외에서도 이미 시작된 변화

핀란드 Muonio 요양시설은 옥상과 마당을 정원·사우나·운동 공간으로 만들어 어르신들이 자연 속에서 걷고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나가사키대 연구팀은 병원 옥상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매 환자의 심리 안정과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고 보고했다. 일부 요양병원은 작은 온천·족욕탕을 두어 물속 걷기와 사회적 교류를 돕는다.

싱가포르는 요양원 옥상을 '적극적 노화 허브(Active Ageing Hub)'로 조성해, 물리치료 풀과 원예 공간을 주민과 공유한다.

세계 곳곳에서 옥상은 단순한 지붕이 아니라, 건강과 삶을 되살리는 복지 플랫폼이 되고 있다. 지금 이야기 하는 '하늘물 건강터'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물과 극복의 길

물론 현실적인 장애물도 있다. 하지만 기술과 아이디어를 이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

·구조 안전 문제: 경량화된 스테인리스 풀과 구조 보강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비용 부담: 낙상·입원·약값 절감 효과로 투자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위생 관리: 수질 관리와 입수 전 점검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인식 장벽: '수영장'이 아니라 '하늘물 건강터'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적 의지와 시범사업이다.

하늘과 이어지는 삶의 존엄

서울대 35동 옥상에는 제자가 만든 물·에너지·식량·공동체를 연계한 옥상정원이 있다. 지붕 위 빗물을 받아 식물을 키우고, 학교 구성원과 지역 주민이 함께 가꾸는 모델이었다. 그때는 단지 새로운 시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제자는 모르고 만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스승 박중현 교수님이 지금 강조하시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젊은 시절 깨끗한 물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지켰던 학자가, 노년에 다시 하늘물과 인연을 맺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순환처럼 다가온다.

하늘물옥상정원 서울대학교 35동 옥상에 만들어진 하늘물옥상정원. 물-에너지-식량-공동체가 연계된 세계적인 옥상정원이다. 박중현 교수님이 근무하시던 건물의 옥상에 만들어져 있다.
▲하늘물옥상정원 서울대학교 35동 옥상에 만들어진 하늘물옥상정원. 물-에너지-식량-공동체가 연계된 세계적인 옥상정원이다. 박중현 교수님이 근무하시던 건물의 옥상에 만들어져 있다. 한무영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 그 물속에서 다시 걸음을 떼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것은 단순한 운동이나 복지 시설을 넘어선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이 곧 인간의 존엄을 지켜 주는 물이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르신들은 꽃을 키우며 생명의 존엄을 느끼고, 야채를 길러 함께 나누어 먹는다. 옥상정원은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생명을 이어가고 나누는 삶의 교실이 된다. 또한 젊은 세대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어울리며, 서로 다른 세대가 인생의 지혜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하늘물 건강터는 결국 물과 생명, 세대와 세대를 잇는 순환의 복지 플랫폼이다. 그 안에서 노년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며 존엄하게 살아가는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약값보다 값진 노인복지, 지붕 위 하늘물 건강터에서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박중현 교수님의 제안은 단순히 한 요양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여준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년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은 건강한 우리가,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지붕에 머물고, 그 물이 다시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모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하늘물의 순환 속에서 복지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하늘물 건강터’가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어, 전국의 요양원과 경로당 옥상에서,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마당에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물과 생명의 순환이, 노년의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사회적 약속이 되기를 바란다.
#하늘물건강터 #노인복지 #옥상정원 #물속걷기운동 #요양원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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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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