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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구워먹는 사회'에서 채식주의는 가능할까

세계적 비건 인플루언서 에드 윈터스 내한 강연... "비건은 육식이 습관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등록 2025.09.14 12:21수정 2025.09.1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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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비건 운동가 에드 윈터스가 9월 13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비거니즘은 식문화가 아닌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비건 운동가 에드 윈터스가 9월 13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비거니즘은 식문화가 아닌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정우

"한국 사회에서는 삼겹살을 둘러앉아 굽는 문화가 강합니다. 이런 공동체적 문화와 비건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문화는 고정된 게 아니라 늘 변해 왔습니다. 비거니즘은 전통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과정입니다."

영국 출신의 활동가 에드 윈터스(Ed Winters)가 방한해 13일 제로웨이스트샵 '노노샵'에서 강연을 열었다. 윈터스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비건 전도사' 가운데 한 명이다. 구독자가 58만 명이 넘는 그의 인스타그램 채널과 유튜브, 거리 캠페인에서 그는 늘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이 다른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13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그는 이 질문을 한국 청중에게 건넸다.

비건, 혹은 비거니즘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을 뜻하지 않는다. 가죽 신발,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서커스의 공연 동물까지 포함한다. 인간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동물의 자리를 다시 묻는 태도다. 그래서 윈터스는 "비거니즘은 밥상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강요하려 하지 말고, 시야를 1mm씩 열어라"

 서울 강연 현장에는 비건과 논비건을 막론하고 수십 명이 모여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서울 강연 현장에는 비건과 논비건을 막론하고 수십 명이 모여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임정우

그는 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비건을 외면하는지 묻는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속 동물 캐릭터를 응원하면서도 저녁에는 치킨을 먹었던 자신의 경험, 혹은 사냥감을 잡을 때마다 기도를 하곤 했던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었던 사례를 전했다.


윈터스에 의하면, 육식은 의식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문화에 의해 답습되어 온 사회적 습관에 가깝다. 윈터스의 비거니즘은 육식이 습관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가 제안하는 변화의 방식은 '1mm 원칙'이다.


"상대의 세계관을 단숨에 뒤집으려 들지 말라. 단지 시야를 1mm만 열 수 있으면 된다. 오늘의 1mm가 쌓여 몇 년 뒤에는 전혀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윤리, 환경, 건강… 세 가지 이유

청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왜 비건을 하느냐"라는 질문으로 모였다. 건강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 혹은 윤리적 이유 때문인지 말이다.

윈터스는 "사람마다 출발점은 다르다"고 인정하면서도, 윤리적 동기가 가장 오래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환경이나 건강은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지만, '내 선택으로 한 생명이 죽는다'는 문제의식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비건식품 산업이 주춤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경제 위기와 물가 상승 탓에 외식이 줄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집 안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소비하는 흐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변화는 직선이 아니라 파동처럼 움직인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맛과 대체식품이 함께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사냥이 생존이었지만, 지금은 기술과 유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앞으로는 배양육과 식물성 식품이 '고기의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튜브 채널 ‘Earthling Ed’로도 잘 알려진 그는 강연과 저술, 미디어 활동을 통해 전 세계 청중과 소통한다.
유튜브 채널 ‘Earthling Ed’로도 잘 알려진 그는 강연과 저술, 미디어 활동을 통해 전 세계 청중과 소통한다. 임정우

비건 제품, 친환경일까

패션 분야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가죽 대신 비건 레더가 정말 친환경적인지 묻자, 윈터스는 고개를 저었다. "동물 가죽은 가공 과정에서 엄청난 화학처리를 거친다. 그렇다고 합성가죽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석유 기반이기에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는다."

그는 "비건 제품이라는 라벨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며 "제품의 수명, 재활용성, 생산 과정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영국 비건의 최애 한국음식

한편, 분위기를 바꾸는 질문도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윈터스는 "김치를 좋아한다. 다만 덜 매운 쪽으로"라며 웃었다. "한국에는 채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많다"는 말은 한국 청중의 공감을 자아냈다.

 강연을 마친 뒤, 청중들은 ‘한 끼 식사에서 시작되는 작은 선택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에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강연을 마친 뒤, 청중들은 ‘한 끼 식사에서 시작되는 작은 선택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에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임정우

윈터스는 강연의 끝에서 '비거니즘은 완벽함을 요구하는 철칙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세상을 바꾸려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단 1밀리미터씩 움직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이 빠질 수 없는 술자리라 해도, 비건이라고 해서 자리를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불판 위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옆에서 비빔밥을 시켜 함께 웃고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공동체의 일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겹살 사회에서 비건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당장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 지가 아니라, 같은 식탁에 앉아 서로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윈터스, 한국 돌며 비거니즘 전파할 예정

 에드 윈터스는 《This Is Vegan Propaganda》 등의 저서를 통해 비거니즘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에드 윈터스는 《This Is Vegan Propaganda》 등의 저서를 통해 비거니즘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임정우

한편 에드 윈터스는 이번 방한 동안 전국을 돌며 강연과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13일 이태원에서의 소규모 강연은 한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참가비 전액은 곰 보호 단체인 '문베어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이번 14일에는 강원 인제의 동물 보호구역 '달뜨는 보금자리'를 방문해 마을 주민과 보호소 관계자들을 만난다.

그는 이어 서울 곳곳을 다니며 고등학생·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과 음식 선택을 주제로 강연과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진행한다.

오는 25일에는 광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음식 선택이 중요한 이유"라는 강연을 한다.

이어 오는 28일에는 제주 여성영화제 무대에 올라 다큐멘터리 상영 후 특별 대담을 진행하고, 오는 29일에는 제주의 '앤드유 카페'에서 영화를 매개로 한 비건 토크를 이어간다.

서울에서 시작해 광주·부산을 거쳐 제주까지 이어지는 이번 순회 강연에서 윈터스는 "비거니즘은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사회 속에서도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건 #비거니즘 #에드윈터스 #채식 #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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