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저정치'의 이면,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

'자민당 시대의 종언' 및 '포스트 이시바 레짐'의 향방이 보인다

등록 2025.09.15 12:31수정 2025.09.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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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원들과의 원탁 회의에 참석한 직후 나오는 모습. 이날 이시바는 재임 의사를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원들과의 원탁 회의에 참석한 직후 나오는 모습. 이날 이시바는 재임 의사를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근 사임을 발표했지만, 반(反)이시바 진영이 우려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설령 총재가 교체되더라도 이시바 레짐의 핵심 권력구조가 그대로 승계될 가능성이다. 이는 자민당 권력 메커니즘의 구조적 맹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본 정치의 '의사(擬似) 정권교체' 전통(마츠리)이 한계에 달했음을 시사한다.

일본 정치에서 정권교체는 총재선거(당내 권력 재배치)와 해산총선(국민적 신임 확인)이라는 두 창구를 통해 작동해왔다. 그런데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민당 권력 메커니즘은 일본 정치권력의 문법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일본 보수 진영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시나리오 1: 총재 사임·총리직 유지
첫 번째는 총재직만 사임하고 총리직은 유지하는 경우다. 이는 반이시바 진영에게 정치적·상징적 피해를 극대화시키는 시나리오다. 권력의 핵심 기능이 총리관저에 남아있어 차기 총재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시나리오 2: 총리 사임·레짐 승계
두 번째는 총리직도 내려놓지만 이시바의 정책라인과 관저 인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다. 외형상 교체 효과는 있으나, 반이시바 진영이 원하는 근본적 '정책 전환'은 제한된다.
헌법 제7조와 해산권의 딜레마: 이시바 레짐이 살아있다?

핵심은 중의원 해산권에 있다. 일본 헌법 제7조는 "일왕(덴노)이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하여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규정하며, 이는 사실상 총리의 전권사항이다. 총재가 바뀌어도 현직 이시바 총리가 해산권을 행사하거나, 후임 총재가 이를 승계할 수 있다.

이시바 총리가 직접 조기해산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 당내 지지기반과 공명당과의 연립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해산 리스크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 총재·총리가 확정되면 해산권은 자동으로 이관되며, 새 총리는 2026년 9월 임기 만료 이전 언제든 해산을 단행할 수 있다.

파벌정치 해체 이후의 권력 공백

2024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자민당 주요 파벌이 연쇄 해산하면서 전통적인 파벌 중심 권력투쟁 체계가 붕괴했다. '세이와 정책연구회'(清和政策研究会), '근미래정치연구회'(近未来政治研究会), '굉지회'(宏池会), '지수회'(志帥会) 등 주요 파벌이 해체되며 의원 과반수가 무파벌 상태가 되었다.


파벌 해체는 이시바와 같이 당내 기반이 약했던 정치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당내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도 약화시켰다. 과거 자민당에서는 "여러 파벌들이 경쟁해 총리가 민의와 어긋나는 정책을 추구하면 바로 하극상이 벌어지는 틀"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그런 활력을 찾기 어렵다.

왜 '재앙'인가: 세 가지 핵심 이유


첫째, 권력 이동의 지연이다. 총재 교체에도 불구하고 행정 권한이 즉시 이동하지 않아 반이시바 진영의 영향력 회복이 늦어진다.

둘째, 정책·인사의 연속성 문제다. 예산, 인사, 외교안보 의제 설정 권한이 관저에 남아있으면 차기 총재는 실질적 정책전환을 주도하기 어렵다.

셋째, 정치적 상징 관리의 문제다. 전후 80주년 메시지 등 중요한 역사·외교 메시지가 이시바 라인의 기획 하에 발표될 경우, 국내외 정치 지형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차기 총재선거의 변수들: 중의원 해산 후 다수당 확보를 위한 경쟁력이 관건

2025년 10월 4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는 '풀스펙' 방식으로 치러진다. 국회의원 표 295표와 당원·당우 표 295표, 총 590표로 구성되며, 과반 득표자가 당선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에 앞서거나, 공동 1위(각 19.3%)를 기록하고 있다. 당원 투표 비중이 크기에 지명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향후 중의원 해산 후 총선에서 다수당 확보를 위한 경쟁력(최초여성 vs. 세대교체론 vs. 연립정권의 구성능력 vs. 파벌간 연계정치 등)과 연동되어 있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9월 11~12일 실시) 결과는, 다카이치 전 장관이 차기 총재 적합도에서 28%, 고이즈미 장관이 22.5%를 기록하며 선두권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관저 중심 거버넌스의 지속성 vs. 단절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관저 중심의 권력구조 자체에 있다. 차기 총재·총리가 누가 되든, 관저 인맥·정책 라인·관료 네트워크가 그대로 유지되면 '이시바 레짐'은 실질적으로 연장된다. 반이시바 진영에게는 총재 교체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의 핵심 엔진이 멈추지 않는 '승복할 수 없는 게임판'이 되는 셈이다.

이는 자민당 내 권력 교체의 정석인 '총재선거→해산총선' 흐름을 차단하고, 당권 경쟁의 최대 목표였던 '자민당 내 정권교체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론: 권력지형의 재편으로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결론적으로, 포스트 이시바 시대의 진정한 변화는 단순한 총재 교체가 아니라 '관저 중심 거버넌스' 구조의 개혁에 달려 있다. 이 가설이 현실화된다면, 일본 정치의 권력 메커니즘과 파벌정치 변화를 읽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반이시바 진영이 우려하는 '정치적 공포'는 단순한 권력투쟁을 넘어 자민당 체제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시바의 사임 이후 요동치는 일본 정치는 결코 과거 자민당 중심 체제로 돌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즉 연립정권 4.0 시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일본 정치는 이미 세 차례의 연립정권을 거쳐왔다. 1.0은 1993년 비자민 연립, 2.0은 1994년 자민·사회당 연정, 3.0은 2012년부터 이어진 자민·공명 연정이다. 이제 두 여당의 과반 상실로 그 구조마저 무너졌다. '연립정권 4.0'의 시대가 불가피하다.

핵심은 분명하다. 일본 정치의 성패는 더 이상 '누가 총리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연립정권이 구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자민당 시대의 종언' 및 '포스트 이시바 레짐'의 향방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일본의 총재 선거는 단순히 차기 총리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이념 및 정책연합의 새로운 지형을 가르고, 나아가 동북아 질서와 한일관계의 궤적까지 규정하는 분기점이다.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합이 권력을 쥐느냐. 그 선택이 일본의 전후레짐을 새로이 대체할 정치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 『포스트 제국주의』(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II: 경제』(공저), 『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편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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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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