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잇는 운탄고도1330

등산을 넘어, 산이 품은 또 다른 가치(3)

등록 2025.09.15 11:43수정 2025.09.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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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오르GO 함양’ 산악완등인증사업이 시작되면서 산악 관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은 오랫동안 지역 주민의 삶과 함께해 온 생활 터전이자, 동시에 외부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체험과 매력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최근 들어 각 지역에서는 산을 단순한 등산의 무대로만 두지 않고, 다양한 관광 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려는 흐름 속에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산을 활용한 전국 각지의 다양한 사례와 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기자말]
<글 싣는 순서>
(1)용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산, 하늘길로 열다
(2)세조의 발자취 따라, 속리산 길을 거닐다
(3)폐광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잇는 운탄고도1330
(4)마이산 북부 먹거리, 특별한 여행을 준비합니다
(5)별빛 가득한 마을을 기다리며 '한우산'
(6)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특별한 여행이 머무는 곳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주간함양

강원특별자치도 영월·정선·태백·삼척을 남북으로 잇는 운탄고도1330은 평균 고도 546m, 총 173.2km에 달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운탄고도'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라는 뜻이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정선 만항재를 지나 삼척 소망의탑으로 이어지는 노선은 한때 석탄을 실은 트럭이 오가던 신작로와 갱구, 인클라인·스위치백 철도 같은 산업 유산의 흔적을 품고 있다. 해발 1330m 만항재의 숫자를 이름으로 달았지만, 코스 설계는 남녀노소가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완만한 길과 옛 도로, 산길을 고루 엮었다. 임야율 80%를 웃도는 청정 산림지대를 통과하며 태화산·태백산·덕항산 등 명산의 어깨를 스친다.

 최성범 운탄고도 통합안내센터장
최성범 운탄고도 통합안내센터장 주간함양

최성범 운탄고도 통합안내센터장은 "폐광 지역의 대체 산업을 고민하던 2019년, 강원도가 트레일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며 "기존에 있던 길을 연결해 출발했지만 운탄고도의 정체성에 맞추기 위한 노선 조정과 정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취지는 좋았지만 길마다 성격이 달라 '운탄고도' 이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는 운영 과정에서 노선을 다듬고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주간함양

운탄고도 통합안내센터는 2022년 4월 15일 문을 열었다. 안내와 안전, 완주 인증을 비롯한 핵심 운영을 총괄하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여정을 시작한다. 인증을 마치면 메달과 기념품이 제공되고, 이름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방문객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길의 성격은 구간마다 뚜렷하다. 1길은 청령포에서 태화산을 넘어 고씨굴로 이어지는 코스라 오르내림이 많아 난도가 높다. 2·3길은 모운동을 중심으로 광업소·폐광터·황금폭포·옥동 광업소 등 석탄산업의 흔적을 연달아 만난다. 망경대산 자락 풍경도 인상 깊다. 4·5길은 예미역을 시작으로 화절령에서 만항재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새비재 타임캡슐공원과 도롱이연못, 1177갱 같은 상징적 지점을 지나며 '광부와 가족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6길은 지지리골 자작나무숲을 지나며 계절의 변주를 크게 느낄 수 있고, 겨울철 설경과 운해가 특히 유명하다. 7길은 통리재 구간의 인클라인·스위치백 철도 이야기를 품은 '운탄철마길'이다. 8·9길은 현재 미개통 상태다. 8길은 삼척 도계역에서 신기역까지 이어지며 폐역을 만나는 길로, 9길은 신기역에서 오십천을 건너 소망의 탑으로 이어진다. 안전 문제와 유산 보전 과제가 해결돼야 개통될 수 있다.

최 센터장은 "입문자라면 3길의 평탄한 일부 구간, 또는 5길 화절령에서 만항재 구간이 걷기 좋다. 단풍철은 백미고, 눈 덮인 태백권 6길의 겨울 풍경도 강력히 추천한다"고 안내했다. 다만 산림청 소관 구간은 봄·가을 입산통제 기간이 있어 연중 상시 개방은 아니다. 이 점은 홈페이지와 현장 안내를 통해 공지된다.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방문객은 패스포트를 발급받아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가고, 인증서와 메달, 기념품을 받는다. 주간함양

앞서 언급한 완주 인증 프로그램은 운탄고도 운영의 핵심이다. 구간별 스탬프를 찍어 모으면 인증서와 메달이 수여되고, 이름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 유효기간 제한은 없으며, 연간 약 5000명이 찾는 가운데 2000여 명이 인증을 마친다. 패스포트와 메달은 주기적으로 디자인이 바뀌어 재방문을 이끌고, 일부 구간에서는 걷기 챌린지와 기념품 증정 이벤트도 열린다.

최 센터장은 또 "스탬프만 찍고 급히 지나치면 정작 볼 것을 놓친다. 리본이나 표지, 국가지점번호 표식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천천히 걸어야 길의 맥락이 살아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길 곳곳에는 광산 마을의 흔적, 산업유산, 지역 주민들의 생활사까지 어우러져 있어 단순한 인증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운탄고도의 과제는 조금 더 머무르는 여행으로 만드는 일이다. 센터는 모운동 등 거점 마을을 중심으로 숙박과 교통 같은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역 체류형 여행으로 이어지도록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변화를 낳고 있다. 모운동은 예능 프로그램 촬영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어 복합 문화공간이 조성 중이고, 태백 자작나무숲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영월에선 제초·세굴 복구와 리본·표지 보강이 수시로 이뤄지며 길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 센터장은 "지속성은 결국 예산과 운영 일원화에 달려 있다. 거점 인프라와 대중교통 보완이 병행된다면 재방문과 체류 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운탄고도 3길(영월 모운동 정선 예미역) 배경
운탄고도 3길(영월 모운동 정선 예미역) 배경 주간함양

운탄고도는 길 자체가 산업 유산을 보여주는 박물관과 같다. 청령포의 물돌이, 모운동의 갱구, 새비재 능선, 태백 자작나무숲, 통리와 심포리 철길 등 구간마다 다양한 흔적과 풍경이 이어진다. 광부와 가족들의 삶의 현장이 남아 있는 장소들이 연결되면서, 산업사와 생활사가 도보를 통해 확인된다. 운탄고도1330은 산업 유산의 길인 동시에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발자국마다 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때, 비로소 이 길이 지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운탄고도 3길(영월 모운동 정선 예미역) 배경
운탄고도 3길(영월 모운동 정선 예미역) 배경 주간함양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김경민·최경인)에도 실렸습니다.
#등산을 #넘어, #산이 #품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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