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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철밥통엔 밥이 없다

[민주노총 기획 - 이재명 정부 100일, 청년과 노동 ①] 청년 공무원 저임금, 대통령 결단이 필요하다

등록 2025.09.15 14:43수정 2025.09.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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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이재명 정부 100일을 맞아, 청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말하는 '다시 만난 세계' 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과 희망을 담은 글을 전합니다.[기자말]
"돈을 벌려면 기업으로 가라. 창업을 하는 게 낫다."

지난 7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신임 5급 공무원들에게 던진 말이다. 대통령의 말은 공직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님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서비스직이며, 공공성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라는 점에 많은 공무원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헌신'이 지속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철밥통에 밥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근로자의 평균 보수를 100으로 볼 때, 공무원 보수 수준은 83.9%에 불과하다. 국민 전체 평균 임금이 약 312만 원(정규직 379만 원)인데, 청년 공무원들의 임금은 이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OECD 평균 연봉과 비교하면 약 천만 원 낮다. 우리 사회 전체의 소득 수준이 국제 평균보다 낮은 가운데, 공공부문은 그보다 더 뒤처진 대우를 감내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오명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정작 현실의 밥통은 비어 있다. 이제 청년 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안정성'으로 포장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공무원은 국민의 안전과 삶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일한다. 그러나 그 책임과 역할에 비해 대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낮은 보수는 단순히 월급의 크기 문제가 아니라, 청년 공무원의 삶 전체를 제약하는 구조적 족쇄다.

주거 불안은 청년 세대 전체가 겪는 어려움이며, 청년 공무원 역시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월급으로는 집을 마련하기는커녕 전월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삶의 안정성을 흔들고, 장기적인 미래 설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혼과 출산, 노후 준비는 현실적으로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은 심리적 소외감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안고 입직했지만, 국가는 그 봉사가 지속될 최소한의 기반조차 마련하지 않는다. 청년 공무원은 "헌신하라"는 요구만 받으며, 존중 받지 못한다.

나아가 같은 청년 세대 안에서도 격차가 확대된다. 민간과 비교해 임금 수준이 뒤처지면서 공직에 있는 이들이 역설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는 공직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인재 유입을 가로막는다. 결국 청년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면서도 국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우 속에 서 있는 것이다.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서 발언하는 필자의 모습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서 발언하는 필자의 모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청년 공무원들의 현실, 현장에서 드러나다

이 같은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정부 총지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재정은 늘었지만, 복지와 SOC 등에 집중되면서 공무원 보수는 후순위로 밀렸다. 청년 공무원 채용 확대도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인력은 늘었지만 총 인건비 예산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개인 몫은 줄어든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에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는 만큼 낮은 임금은 감수할 수 있다"는 오래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누가 공무원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이른바 '누칼협'이라는 혐오적인 말까지 나온다.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한 청년 공무원 300인 집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사명감만으로는 미래도, 생계도 지탱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진행된 토론 결과, 참가자들 간 공유된 의견 속에는 "월급이 모자라 외식을 포기했다", "밥조차 굶은 적이 있다"는 절박한 증언이 이어졌다. 이는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수많은 청년 공무원이 공유하는 일상의 현실이다.

참가자들은 또 "낮은 보수 때문에 공직을 떠나는 동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청년 세대가 공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신호다.

이날 집회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였다. 청년 공무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주거 불안, 생활비 부족, 미래 설계 좌절이 더 이상 개인적 사정으로 치부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서 청년 공무원 저임금 문제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하는 모습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서 청년 공무원 저임금 문제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하는 모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회적 파급효과와 미래 세대의 문제

청년 공무원의 저임금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를 위협한다. 당장은 공직의 매력을 떨어뜨려 신규 임용자의 중도 퇴사율을 높이고, 남은 이들도 생계 걱정에 시달리며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 결국 국민이 받는 서비스의 수준이 낮아지고, 이는 곧 국가 신뢰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장기적으로도 위험은 크다. 지금의 구조가 유지된다면 청년 세대는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미래의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국가 재정에 더 큰 복지 지출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결국 청년 공무원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는 일은 개인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국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전체의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특정 직급이나 연차만이 아니라, 공무원 모두가 국민 평균에 걸맞은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수가 조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도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 위에서 세부적인 개선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공무원임금위원회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금의 보수위원회는 인사혁신처 훈령에 근거한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해야 정부가 임의로 합의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실질적인 논의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차등인상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처럼 직급별·연차별로 조금씩 다른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은 청년 공무원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역부족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공무원 전체가 최소한 국민 평균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수 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일이다.

셋째, 수당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초과근무수당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들이 실제 노동·생활 현실과 괴리가 크고, 과중한 업무와 책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당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공무원들이 정당한 임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근무여건 개선, 직급 간 불합리한 격차 해소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공무원 임금 문제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제도 전반을 바꾸는 개혁 과제다.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 참가한 청년 조합원들이 국정기획위원회까지 행진하고 있다
2025. 7. 18. 청년공무원대회에 참가한 청년 조합원들이 국정기획위원회까지 행진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공무원이 돈을 좇지 않는다고 해서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청년 공무원의 저임금 문제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국가 신뢰와 사회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 그러나 그 봉사가 지속되려면 국가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 벌고 싶으면 기업으로 가라"는 말이 아니라, 국민 평균에 걸맞은 삶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가능한 변화이며, 청년 공무원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사무국장이자, 해양수산부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근무하는 김남은 조합원이 작성했습니다.
#민주노총 #청년노동자 #공무원노조 #이재명100일 #불평등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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