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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주마다 방학 시작일이 다른 이유

국내외 여행 과부하로 인한 혼잡을 막기 위해... 한국도 도입해보면 어떨까

등록 2025.09.16 08:37수정 2025.09.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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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딸린 가난한 유학생으로 치열하게 보냈던 삶의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 어떤 것에 홀린 것처럼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땐 가야할 이유가 꼭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을 했지만, 출발 날짜가 임박해지자, '굳이?'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돈과 시간을 깨가며 꼭 가야할 이유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탑승 전까진 끝난 싸움이 아니라며 스스로에게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그런 망설임과 예약 취소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드디어 독일 키일(Kiel)을 향해 출발했다. 키일까지는 13시간의 비행 후, 다시 기차로 6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 탓에 나이와 체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본전 생각에 시차 적응은 뒤로 하고, 도착 다음 날 새벽부터 시청을 중심으로 당시의 추억의 장소들을 밟기 시작했다.


당시 관리비 포함 30만 원짜리 월세방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다녔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둘러보고, 아이들 손을 잡고 누볐던 집 근처의 공원과 놀이터도 돌아봤다. 또 듣는 귀가 제대로 트이지 않은 채 기를 쓰며 드나들던 대학의 강의실과 식사비 아껴보려고 바둥대던 학교 식당 그리고 문 닫는 시간까지 머물던 도서관 등등을 찾아 그때의 그 시간들을 다시 한번 소환해 보았다.

그렇게 한 주쯤 보냈을까? 내 눈 앞에 갑자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니 보통 이맘때쯤이면 휴가와 방학기간이 겹쳐 도시가 한산한 것이 보통인데, 아이들이 왜 아직도 학교에 드나들지?

그제야 독일의 경우, 주마다 방학기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래서 빠른 주는 6월 말부터, 늦은 주는 8월 초에야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올해 이곳, 키일이 속해 있는 주(쉴레스비히 홀슈타인)는 8월 초부터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것이다. 방학 시작일은 아래 표처럼 주마다 다르고, 번갈아 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작일을 조정한다.

독일 주(州)별 방학 기간 독일의 주별 다른 방학시작일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주(州)별 방학 기간 독일의 주별 다른 방학시작일을 보여주고 있다. https://chat.openai.com

그럼 독일이 이렇게 주(州)마다 방학 시작일을 달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내외 여행 인프라(고속도로, 기차, 숙소 등)의 과부하로 인한 혼잡을 막기 위해서이다. 즉, 겹치는 휴가철 인파로 교통체증, 숙박난 그리고 숙박비 폭등을 막아 효율적인 휴가와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독일의 경우, 인구가 8200만으로 우리나라의 1.6배인데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3.5배이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우리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스템은 합리성을 넘어 인간에 대한 배려로 읽힌다.


휴가는 일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이것은 곧 체력의 회복과 재충전으로 이어져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휴가는 어떠한가? 이런 순기능을 지닌 휴가를 아예 포기하는 '휴포족'이 생길 정도다. 바로 휴가철의 휴가비용의 폭등이 그 이유 중 하나다. 해외파의 경우 항공권 가격의 폭등을 감내해야 하고, 국내파의 경우 평시의 3배 가까이 오른 숙박비와 교통체증, 그리고 인파에 시달려야 한다. 이로 인해 휴가를 떠나기 전 가졌던 설렘과 기대는 어느새 짜증과 피로로 변하기 십상이다. 거기다 휴가지에서 마주하는 바가지 요금은 불쾌감을 넘어 때론 분노를 유발하기까지 한다.


휴가는 단순히 일에서 벗어난 쉼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기회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이것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휴가는 단순히 일로부터의 자유만이 아닌, 자신을 돌보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이런 휴가가 휴가답게 되도록 우리도 독일처럼 방학 기간을 분산하면 어떨까? 이런 노력이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일 수 있으니 말이다.
#독일 #휴가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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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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