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한 번 더, 아니 여러 번이라도 돕겠다"는 임 양의 대답은 담담했지만 단단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정재현
이동 중 우연히 같은 반 친구 두 명을 만나자, 임 양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친구들은 "기다려, 경찰서 데려다 주고 다시 이야기하자"며 임 양의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했다. 지구대에 도착하자 경찰은 임 양에게 신원(이름, 학교, 학년, 연락처)을 확인한 뒤 "수고했다. 가도 좋다"며 감사를 표했다. 임 양은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용감한 행동을 한 임 양은 평소 "엄청 소심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 행동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임 양은 4살 무렵 대형마트에서 부모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환경미화원의 도움으로 안내 방송을 통해 가족과 다시 만났지만, 그때 느꼈던 막막함과 공포는 임 양의 가슴속에 깊이 남았다.
임 양은 "큰 마트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그 아이 눈빛에서 '그때의 나'를 봐서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언젠가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돌려주자고 마음먹었다. 이번이 내가 선행을 베풀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한 번 더, 아니 여러 번이라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임 양의 선행은 소사경찰서 정원균 지구대장을 감동하게 했다. 정 지구대장은 부원초등학교 오한숙 교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임 양의 세심한 관심과 책임감 있는 행동 덕분에 아이가 무사히 보호자에게 인계될 수 있었다. 평소 학교에서의 인성 교육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도 우리 학생이 보여준 훌륭한 시민 의식을 칭찬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임 양의 도움으로 실종 신고 10분 만에 아이를 부모 곁으로 인계 하게 됐다.
현재 임 양의 꿈은 '요리사'이다. 채소는 잘 안 먹지만 뭐든지 잘 먹는다고 하며, 특히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때의 나처럼, 이 아이도 혼자 남겨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다가갔다"는 임 양의 말처럼, 이번 이야기는 특별한 능력이나 거창한 제도가 없더라도 일상에서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호 하나를 기다리고, 작은 손을 더 꽉 잡아주고,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라고 말하는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부천의 한 초등학생이 조용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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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5살과 지구대 간 초등생... "무사히 보호자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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