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선진국 꿈꾸며 교사직 버리고 온 한국, 현실은 '현대판 노예' 취급

    [민주노총 기획 - 이재명 정부 100일, 청년과 노동 ②] 이주노동자도 사람입니다

    등록 2025.09.16 15:28수정 2025.09.16 15:28
    0
    기자말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부 100일을 맞아, 청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말하는 '다시 만난 세계' 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과 희망을 담은 글을 전합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입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 농업 등 다양한 산업을 운영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자본을 형성하는 데 있어 노동은 핵심 요소입니다.

    '빨리빨리' 문화로 더 많은 생산을 해내며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은, 발전 초기에는 자국민의 노동으로 그 수요를 충당했지만, 지난 몇십 년 사이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주노동자 대리고 와서 노동력을 충당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용허가제(EPS)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17개국의 20~39세 청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5년 최근 통계에 따르면 EPS 제도를 통해 34만1천 명, 기타 경로를 포함해 총 140만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청년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공통된 취약성

     글쓴이 시버 파우델은 네팔 출신 노동자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제조업 현장조합원이다
    ▲ 글쓴이 시버 파우델은 네팔 출신 노동자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제조업 현장조합원이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한국의 청년노동자와 이주 청년노동자는 국적과 세대는 달라도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 과로와 위험한 작업환경, 주거 불안 등 구조적 취약성을 공유하며 동일한 착취 체계의 피해자입니다. 기업은 고용의 유연성·단기계약·비정규직화를 통해 노동비용을 낮추고, 이는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와 경력을 쌓지 못하게 하며 동시에 이주노동자를 더욱 교섭 불가능한 위치로 몰아넣어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조장합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비준한 국가입니다. 2021년에는 강제노동 금지협약(29호)을 비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협약의 중요한 내용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서류상에만 존재하며 실제로는 법제도적으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 본 화려한 도시 모습, 높은 빌딩, 반짝이는 도로, 첨단 기술사회, 법치주의, 급속한 발전, 노동에 대한 존중, 정당한 임금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기대를 품고 입국합니다. 저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저도 한국에 대한 이런 정보를 접하고 교사직 그만두고 한국에 노동자로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들은 것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 경험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와 기계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믿고 한국에 오지만, 막상 도착하면 '듣고 본 세계는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제도, 현장에서 겪는 차별, 부당한 대우들 때문에 너무나 실망합니다. 산업재해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는 사전 교육에서 거의 제공되지 않으며, 한국어 교육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안내가 없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2025.3.18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행진에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함께 하고 있다
    ▲ 2025.3.18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행진에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함께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입국 전에 실제 근무지를 보지 못한 채,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입국합니다. 낯선 환경과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곧바로 근무지에 배치됩니다. 하지만 일단 한 회사에 배정되면, 사업주의 동의 없이 직장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사장이나 관리자의 부당한 대우 괴롭힘, 폭행, 폭언을 견디며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고강도로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기계 속도에 맞춰 빠르게 일해야 하며,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는 시간도 제한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간 근무도 건강에 해롭지만 자주 강요됩니다. 작업에 필요한 장갑, 신발, 마스크 등의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며, 농업 분야에서는 안전장비 없이 농약을 취급하도록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전 위협

    이처럼 적절한 안전장치, 안전장비 없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아리셀 배터리 공장' 사고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2025년 상반기 동안만도 38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 및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체의 13.2%나 된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죽기 위해 일하러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목적은 자유롭게 노동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본국에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나 위험한 작업환경, 사업주의 부주의와 안전장비 미비 등으로 인해 부상, 장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사장 허가 없이는 직장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강제로 일을 계속하게 되며, 고용허가제(E-9비자) 외에도 전문·기능인력(E-7비자), 계절노동(E-8비자), 선원취업(E-10비자) 등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사실상 현대판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할 권리 보장해주지 않아서 이주노동자가 사장한테 아무 요구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적절한 주거 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임시가건물 같은 곳에 거주하며, 냉난방 시설 제대로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화재나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숙소입니다. 그런데도 매달 많은 숙소비를 회사가 공제합니다.

    한국 내에서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간의 임금 및 복지에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단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주노동자 차별을 폐지하고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ILO에 따르면, 노동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하거나 떠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의 고용허가제(EPS)는 폐지되고, 노동허가제(WPS)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주고 자유롭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25.6.1 차별을 넘어 평등사회를 향해 함께하는 시민행진 모습
    ▲ 2025.6.1 차별을 넘어 평등사회를 향해 함께하는 시민행진 모습 이주노동조노동조합

    현재 한국 경제의 번영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피와 땀 위에 세워져 있지만, 정작 우리는 안전한 근무환경, 적절한 의료, 건강, 주거, 식사, 교육, 여가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에 비해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 모두의 임금 수준은 매우 낮으며,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는 인구와 사회 유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박탈한 채 값싼 인력으로만 쓰다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변경의 권리, 주거권, 안전권, 건강권 보장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고용허가제 비롯한 차별적인 이주노동 법제도 유지해서는 안됩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답게 노동자답게 평등하게 일하고 살 수 있도록 권리보장 해주기 바랍니다.

    노동현장의 폭력, 모두의 문제다

    최근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감금 사태는 단순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노동현장에 만연한 권리 침해와 폭력의 구조를 드러낸 경고입니다. 사업주의 물리적·정신적 압박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이주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착취와 주거·안전권 침해 문제가 결코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 사태를 계기로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노동감독의 실효성 확보, 사업장 이동권 보장, 안전·주거·산재 보호 강화 등 제도적·행정적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일하고 살 권리를 보장받을 때 비로소 사회가 안전해지고 공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시버 파우델 (Shiva Paudel) 조합원이 작성했습니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인종차별철폐 #고용허가제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2. 2 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3. 3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4. 4 누구나 아는 유명 노래에 이런 사연이? 윤동주 육촌의 정체 누구나 아는 유명 노래에 이런 사연이? 윤동주 육촌의 정체
    5. 5 윤석열이 무죄라고 오세훈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윤석열이 무죄라고 오세훈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