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워터밤 속초 2025'가 열리고 있다. 이날 워터밤 행사에는 1만5천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연합 / 속초시 제공
최근 여러 언론과 방송은 '속초는 물 축제를 즐기는데 강릉은 제한급수를 한다'는 식으로 두 도시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을 조금만 따져 보면 이는 본질을 가린 단순 비교일 뿐이다. 이런 프레임은 결국 '강릉에도 지하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강릉의 매일 물 사용량은 약 6만 톤이다. 인구 2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300리터에 해당한다. 워터밤 하루 물 사용량 200톤은 강릉 전체 하루 사용량과 비교하면 1/30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강릉 시민 모두가 단 하루 동안 1인당 1리터씩만 줄이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경제적으로 바꿔 말하면, 매일 6만 원을 쓰는 사람이 단 하루 200원짜리 사탕을 사 먹는다고 부러워하는 꼴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 작은 수치를 과장해 속초를 '물 풍년 도시', 강릉을 '가뭄 도시'로 묘사하고, 지하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언론이 만든 프레임
<조선일보>는 9월 1일 사설에서 "강릉은 극심 가뭄인데 속초는 물 축제, 물그릇 대비가 갈랐다"고 썼다. YTN도 "강릉은 제한급수에 들어갔지만 속초는 워터밤 축제로 지역경제 특수를 누린다"며 그 차이를 지하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언론은 서로 다른 도시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면서 '강릉도 지하댐을 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워터밤 때 한번 쓰는 물 200톤은 강릉의 하루 물 사용량(6만 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워터밤 하루 물 사용량 200톤은 10톤짜리 소방차 20대만 동원하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 또 강릉시 아레나 경기장 지붕(1만㎡)에 잠시 20mm 비가 내리면, 그 빗물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200톤이 된다. 즉,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빗물 관리만으로도 워터밤 물 사용량 정도는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강릉 시민의 목소리
물 부족의 고통은 분명 현실이다. 그러나 그 원인은 '속초는 잘했고 강릉은 못했다'가 아니다. 본질은 빗물을 모으지 않고 버리는 시스템 부재다.
물과 생명 강원지부 소속 한 회원은 "요즘은 아침마다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물이 안 나올까 봐 불안하다. 아이들 세수도 아껴야 하고, 빨래도 며칠씩 미뤄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속초 물 축제를 떠들썩하게 보도하니 참 아이러니하다"며 "하루 200톤 축제 물 때문에 우리가 목마른 게 아닌데 왜 지하댐을 꼭 지어야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물과 생명 강원지부 회장인 문OO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거대한 토목공사가 아니다. 비가 올 때 그 물을 잘 모아 두고,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라며 "빗물 관리만 제대로 해도 물 걱정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지하댐만 외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문씨는 강릉시민의 입장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강릉시민도 이런 것을 좀 알았으면 합니다. 지하댐은 공짜가 아니고, 결국 우리의 수도요금을 올리는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댐을 짓기 전 빗물을 먼저 보라
필자는 강릉시가 언론 보도에 휘둘려 '더 큰 지하댐을 만들자'는 쪽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두렵다. 지하댐은 수백억 원의 공사비와 막대한 유지관리비가 들고, 이는 결국 수도요금으로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이미 환경부의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물재이용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체육관, 시청 같은 공공건물에는 빗물이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정작 이런 제도는 흐지부지하면서 괜히 돈만 들어가는 지하댐 건설만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속초 물 축제를 빗대어 강릉 지하댐 건설을 합리화하는 것은 본말전도다. 하루 200톤 축제 물은 소방차 20대, 경기장 지붕 한 번으로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축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강릉의 가뭄을 해결할 길은 지하댐이 아니라 빗물 관리와 수요 관리다. 변기만 몇 개 초절수형으로 교체해도 매일 수천 톤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시민의 주머니를 지키는 해법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댐을 짓기 전에 빗물을 먼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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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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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물축제 vs 강릉 제한급수, 언론이 만든 왜곡된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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