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찾은 연결의 지혜, 시작 Death & Us의 백현주 발행인이 사회자로 진행하는 모습
김지환
한국에선 죽음은 보통 부정적인 단어로 취급한다. 소멸, 상실, 단절, 마지막 등. 인간이 태어나 언젠가 죽음으로 끝나는 건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천 년을 살 것처럼 살기에 죽음은 항상 우리와 먼 단어로 느껴진다. 가족, 친구와 이 주제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보통 두렵거나 어떻게 준비할 지 막막하다. 막상 내 가족이나 친척,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겪게 되면 남일 같지 않은 게 죽음인 것 같다. 지난 16일 저녁, 죽음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죽음 가운데 '연결'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단체 '디톡스'가 대화와 나눔의 시간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가졌다.
백현주 Death&Us 발행인의 진행 가운데, 식사 및 네트워킹, 3개의 질문을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식사 시간을 주면서 참가자들의 자기 소개 시간을 넉넉히 진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30대이지만, 올해 상반기 몸이 안 좋게 되면서 죽음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어떤 회사 대표는 자신이 아침에 눈을 떠서 계속 뛸 수 있음에 감사한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떤 여성 분은 '잘 죽어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죽음에서 뜻밖의 가능성과 지혜를 찾고, 교감의 시간도 된다는 것이 남다른 것 같았다. 백현주 진행자의 말처럼, 죽음이란 주제는 어쩌면 10대부터 모든 연령대까지 다 나눔이 가능한 주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 대화' 시간에는 각 스탭들이 3개의 소그룹에 들어가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자는 2가지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졌는데, 첫번째는 '죽음이 나의 삶과 연결된 경험이 있는지?', 두 번째는 ' 나의 죽음은 어떤 연결을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어떤 참가자는 외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가족이 연결된 경험을 나누기도 했고, 어떤 이는 죽음에 대한 책을 통해서 죽음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얘기하면서, 시어머니의 죽음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등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또 다른 연결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 어떤 이는 자신이 가진 조그만 자산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떤 청년은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또 어떤 이는 죽음 시점에 따라 연결 시키고 싶은 주제가 다를 거라고 말했다. 죽으면 혼자가 될 텐데,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생각부터, 장례식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들을 수 없고, 옷도 입을 수 없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을 수 없으니,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떤 50대 참가자는 재산은 죽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니 자신이 죽고 나면 휴대폰 명의만 간단히 정리하고, 자신의 기일에 좋아하는 카페라테 한 잔만 상에 놓고 자식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엄마는 이랬었지' 추억하는 하루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죽음에 대한 '최소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3번째 질문은 '나의 부고를 쓴다면 어떤 걸 쓰고 싶은가?'였다. '디톡스' 스탭인 송추향님이 '이런 부고가 있나'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어린 아이의 부고부터 짐 카터 미국 대통령의 부고까지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보통 우리가 부고를 받으면, 'OO 부친상, OO빙부상, 모친상' 등으로 소식을 듣거나 문자를 받게 되는데, 죽은 이가 직접 남긴 부고는 없다. 그런 면에서 내가 죽기 전 부고를 쓴다는 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연결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고에 대한 강의 디톡스 스텝인 '송추향'님의 '이런 부고가 있나'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지환
강의 후 15분 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고를 쓰기 시작했다. 기자 또한 부고를 적었는데, 다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어 깊은 상념에 빠졌다. 참가자들은 부고를 쓴 뒤에 창가에 붙였다. 부고를 다 붙이고 일부 부고를 읽기도 하였다.
기자는 아래와 같이 부고를 써봤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와 함께 했던 분들에게 저의 죽음을 알립니다.
제 평생, 가장 마음 속에 남은 시 1편이 당신의 삶에 위로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방문객, 정현종 지음
이 시는 한 사람의 방문객에게 그만큼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방문객이 이렇게 중요한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일까요?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울고 소리치며, 속상해 하고, 괴로워하는 일들이 많았을 겁니다. 누군가 배신하고 속이며, 가슴에 사무치는 일이 있어도, 시에서 방문객이 소중한 거처럼, 당신 자신을 먼저 사랑하길 바랍니다. 당신을 그렇게 여기듯 남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조금은 세상이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저는 그 일이 당신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도 부고를 한 번 남겨보면 어떨까? 죽음을 통해 연결된, 희망을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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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쓰레기 버리는 일을 하게 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혼자서 어떻게 할지 모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기자 분이, 환경 관련 글을 쓰면 좋겠다고 하셔서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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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나의 부고에 시 한 편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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