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사과는 껍질이 온전히 덮여 촉촉함을 유지하지만, 오른쪽 사과는 껍질이 가로로 벗겨져 그 부분이 마르고 쪼그라들었다. 숲에 임도가 나면 토양이 햇볕에 직접 노출되어 메마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이미지
한무영
돌발가뭄은 '마이너스 통장'이다
돌발가뭄은 토양 물통장이 단기간에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이다. 수입(P: 강수)이 거의 없고, 지출1(ET: 증발산)이 폭염·건조로 갑자기 늘어나며, 지출2(R: 유출), 지출3(D: 침투)까지 커지면, ΔS(잔고)는 며칠 만에 바닥난다.
임도를 내는 것도 문제다. 숲이 잘 덮여 있을 때는 토양이 사과 껍질처럼 촉촉함을 지키지만, 임도가 나면 그 부분은 껍질이 벗겨진 사과와 같다. 태양열에 직접 노출돼 금세 마르고,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버려지는 통로'가 된다.(관련기사:
임도 논란, 사과 하나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https://omn.kr/2dcx3)
게다가 '수종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두베기 벌목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큰 나무를 베어내고 작은 묘목만 심어 놓는 것은, 풍성한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대머리로 만들어 놓은 것과 같다(관련기사:
"대머리 총각"과 대머리 산: 머리를 생각하며 산을 바라보다 https://omn.kr/2ddkc). 숲의 차양 효과와 뿌리 네트워크가 사라진 산은 토양을 지켜줄 힘을 잃는다. 산불이 난 지역에서조차 모두베기를 하면 마찬가지다. 이미 화마로 지쳐버린 산에 다시 대머리를 씌우는 꼴이 된다.
양 두 마리 그림처럼, 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다. 나무의 그늘과 낙엽층, 뿌리들이 서로 연결돼 산을 감싸 안는 하나의 보호막이다. 이 보호막이 벗겨지면 산은 쉽게 메마르고, 토양의 물통장은 금세 바닥난다.

▲ 왼쪽 양은 온몸에 털이 풍성하게 덮여 있어 햇볕을 막고 시원함을 유지한다. 오른쪽 양은 등어리의 일부 털이 깎여 맨살이 드러나 햇볕에 직접 노출된다. 이는 숲이 온전히 덮여 있을 때와 모두베기·임도로 일부가 드러났을 때 산이 얼마나 쉽게 메마르는지를 보여주는 비유이다. 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이미지.
한무영
그렇다면 해법은 명확하다.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며, 불필요한 새는 구멍을 막는 것이다.
산림 관리 (ET↓, R↓) : 큰 나무 그늘은 토양 증발을 줄이고, 뿌리와 낙엽층은 유출을 막아준다.
빗물 관리 (P↑) : 학교·건물·마을 곳곳에 빗물을 저장·침투시켜 수입을 늘린다.
토양 보전 (ET↓, R↓) : 낙엽과 풀피복이 햇볕을 차단하고 빗물을 붙잡아 잔고를 지킨다.
예측 시스템 (ΔS 모니터링) : 토양 잔고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 미리 경고하면 선제 대응 가능하다.
돌발가뭄을 단지 탄소 탓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토양 물통장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잃으면서 잔고가 순식간에 바닥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해법은 통장 관리와 다르지 않다.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며, 잔고를 지켜내는 것. 숲과 물을 함께 관리하는 일이 바로 돌발가뭄을 막는 길이다.
이 기사는 카드뉴스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link24.kr/7x7710Y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공유하기
뉴스에 나오는 돌발가뭄, '빗물 박사'가 알기 쉽게 설명 드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