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의 어린이들> 책
을유문화사
조선 어린이와 일본 어린이의 글, 이렇게 달랐다
- 주석과 설명을 덧붙이면서 자료 해설에 특별히 공을 들인 이유는.
"그 시대를 생생히 전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라 봤다. 고민 끝에 우연히 만난 <땅의 심장>이라는 동화책이 큰 영감을 주었다. 글짓기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 땅에서 들려오는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고, 그 가치를 전하고 싶어 411편 가운데 작품을 신중히 골랐다. 또한 당시의 단어와 지명은 주석으로 보완해 독자들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제국의 어린이들>에는 식민지 어린이들의 일상이 수필 형식으로 담겨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본 당시 시대상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나.
"한자 문화권에서 어린이가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큰 노력이 필요했다. 패전 일본의 글짓기 교육은 형식주의, 자유 발표주의, 사생주의, 문예주의, 생활주의, 황국주의로 나뉘었는데, <제국의 어린이들>에 실린 제1·2회 조선총독상 글짓기는 '생활주의'와 '황국주의'의 경계에 있었다."
- '생활주의와 황국주의의 경계'라니.
"1940년 제2회 대회 이후 일상을 다룬 글은 사라지고 전쟁을 위한 글만 쓰이게 됐다. 전쟁을 소재로 하지 않은 글들은 어린이들이 일상을 솔직히 기록한 것이었으며, 그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조선인 어린이들은 가난했다'는 점이었다."
- 조선 어린이와 일본 어린이가 함께 글짓기에 참여했다. 이 어린이들의 생활상을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나 세계관은?
"조선인 어린이들의 글을 보면,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가계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소 먹이 값이나 소 판 돈, 일꾼의 삯 등을 적어 마치 가계부를 쓰듯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인 어린이들의 글에서는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과 주변 인물, 또는 위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 인식이 뚜렷해졌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거나, 에디슨이나 이토 히로부미 같은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과 자신을 비교하는 글들이 등장했다."
그랬다. 전라남도 광주 중앙공립 심상고등소학교 제3학년 타마루 사다코 일본 어린이가 쓴 '군대에서 돌아온 오빠'의 내용을 보면, "전쟁터에서 돌아온 오빠는 어딘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며 "한쪽 눈은 유리 눈을 했고 이는 천황폐하가 주셨다"고 말하며 오빠를 걱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가 하면, 이영은 작가는 여기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착하고 모범적인 얼굴, 그 만들어진 얼굴(혹은 가면)은 종주국인 일본인 어린이들보다 식민지인 조선인 어린이들에게 더 두텁게 씌워져 있었다. 이런 얼굴-가면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씌워진 것일까?'라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감추고 '제국'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은이),
을유문화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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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상 글짓기 대회에 비친 '조선 어린이'의 일상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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