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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이오덕 100돌 기림 한마당이 열립니다

이오덕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함께 합시다

등록 2025.09.22 09:46수정 2025.09.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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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농사꾼입니다. 어제는 비 그치고 나서 오후에 들에 나갔습니다. 먼저 논과 밭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그러면 할 일이 나타납니다. 먼저, 논에 물꼬부터 보았습니다. 비가 와서 논으로 들어오는 물이 많아 논두렁 낮은 데가 질퍽할 정도여서 아예 물 나가는 턱을 확 낮추었습니다. 이제는 나락이 거의 다 익어서 논바닥을 말려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다음에는 무 심어놓은 데로 가서 무를 솎았습니다. 올해는 너무 더워서 이랑 만들고 무씨 심고, 물 주는 일이 어느 해보다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때 놓치지 않고 심은 무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튼튼하게 자라니까 벌레도 달라들지 않습니다. 솎아낸 무를 모아보니 꽤 많았습니다. 집에 가져오니, 아내가 이웃 몇 집에 나누어드리고, 조금은 나물을 무쳐 저녁 밥상에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김치 담그려고 절여놓습니다.

농사꾼으로 지낸 지 올해로 열다섯 해이니, 학교로 치면 대학교 3학년 학생인 셈이네요. 그러나 그 앞에는 초등학교 선생이었습니다. 통영 섬마을 선생으로 첫발 내디딘 뒤로, 거창 샛별초등학교에서 선생 노릇하며 지냈습니다.

저는 통영에서 지내던 1970년대에 편지로 이오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이오덕 선생님이 내신 책 <삶과 믿음의 교실>을 읽었고, 출판사에 물어서 선생님 주소를 알아내어 편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은 그때마다 저에게 기운 북돋아주는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관료주의 교육 행정에 맞서 싸우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네 해 동안 한글을 기계로 쓰자며 공병우 한글 타자기 보급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마음을 내었더니, 이오덕 선생님이 저한테 맞을 거라며 샛별초등학교로 가보라고 편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글쓴이 무 밭에서 무를 솎았습니다
▲글쓴이 무 밭에서 무를 솎았습니다 들꽃 주중식
무 솎기 더위를 잘 견뎌내고 잘 자란 무
▲무 솎기 더위를 잘 견뎌내고 잘 자란 무 들꽃 주중식

샛별초등학교에 온 그해, 1983년 여름에 이오덕 선생님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처음 세우셨고,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이주영 선생은 총무, 저는 출판, 이오덕 선생님은 대표 일을 맡았습니다. 겨울에만 열었던 글쓰기회 배움터를 1986년 여름 방학 때 처음으로 거창에서 열었는데, 잠은 샛별초등학교 교실에서 자고,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거창고등학교 기숙사 식당에서 밥 먹고, 강당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는 서로 시간 맞추어 전화 걸기도 쉽지 않아, 제가 글쓰기 모임 회보 만드는 일을 이오덕 선생님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해냈습니다. 저는 선생님한테 어떤 마음으로 일해야 할지 혼자 따로 배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돌아가신 지도 벌써 스물두 해가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때 받은 편지를 읽어보면 선생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선생님 몸은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마음과 가르침은 살아서 언제나 제 삶의 빛으로 함께 계십니다.

1986년, 글쓰기회 처음 여름 배움터 마치고 샛별초등학교와 한 울타리에 있는 거창고등학교 강당 앞 뜰
▲1986년, 글쓰기회 처음 여름 배움터 마치고 샛별초등학교와 한 울타리에 있는 거창고등학교 강당 앞 뜰 들꽃 주중식
1983.12.3 이오덕 선생님 편지 편지 주고받으며 글쓰기회보를 만들었다
▲1983.12.3 이오덕 선생님 편지 편지 주고받으며 글쓰기회보를 만들었다 들꽃 주중식
2013. 8. 24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모임 이오덕 선생님 무덤 앞에서
▲2013. 8. 24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모임 이오덕 선생님 무덤 앞에서 들꽃 주중식
2013. 8. 24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모임에 오신 분들 이오덕 선생님 무덤가에서
▲2013. 8. 24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모임에 오신 분들 이오덕 선생님 무덤가에서 들꽃 주중식

지난 7월 초순이었습니다. 저는 아내가 모는 자동차로 대전 갔다오는 길에 이주영 선생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올해가 이오덕 선생님 나신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1월에 태어나신 때 맞추어 선생님 뜻 기리는 잔치를 열어야겠지요? 그런데 아직 이 일을 꾸려보겠다고 나서는 분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마다 8월 25일 돌아가신 날 열어오던 추모 행사로 올해는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때 의논하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주영 선생한테 함께 길을 찾아보자 하고서, 그 이튿날에 제 생각을 몇 자 적어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한테 배운 길벗 가운데서 쉽게 연락이 닿는 이들에게 알려서 구름방 줌에 모여 의논하였고, 찾으니까 길이 열렸습니다.

8월 25일, 이오덕 선생님 돌아가신 날,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1부, 이오덕 선생님 나신 100돌 기념 행사 추진위원회 협의, 2부, 우리말 우리글 정책토론회'를 잘 열었습니다.

2025. 7. 11 구름방 줌에 모여 의논하는 길벗님들 함께 의논하여 길을 찾았다
▲2025. 7. 11 구름방 줌에 모여 의논하는 길벗님들 함께 의논하여 길을 찾았다 들꽃 주중식
2025. 8. 25 이오덕 선생님 뜻 기리며 토론회를 마치고 함께한 분들 가운데 몇 분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25. 8. 25 이오덕 선생님 뜻 기리며 토론회를 마치고 함께한 분들 가운데 몇 분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한재경

2025년 11월 14일은 이오덕 선생님이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선생님은 경북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군청에 들어가 일하다가 아이들과 지내고 싶어서 교원 시험을 쳐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주로 농촌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냈습니다. 아이들이 남 흉내나 내고 번드르한 말로 글을 지어내던 글짓기를 물리치고, 제 삶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쓰도록 하였습니다. 이래서 이 땅에 글쓰기가 꽃피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쓴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었고,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시 모음과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라는 이야기글 모음이 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어린이가 시인이 되는 자리였고, 온갖 억눌림에서 괴로워하는 어린이를 해방시키는 교육 혁명이 이루어진 때였습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로 삶을 가꾸는 교육을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자고 초, 중등 교사들을 모아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가꾸는 교육 길잡이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펴냈습니다.

'말을 살리는 일이 겨레를 살리는 일입니다. 배달말을 살리지 않고 배달겨레가 살아날 수 없습니다. ... '

이 말씀에서 보듯이, 이오덕 선생님은 이런 믿음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살리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우리글 바로쓰기> 1, 2, 3, 4, 5로 이어가며 낱말 하나, 글월 한 줄 바로잡아 놓은 이 책은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기 배우고 익히는 교과서 구실을 하였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이땅에 오셔서 이루신 일, 그 덕분에 우리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꽃피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만나고 배운 덕에 아이들하고 지낸 지난날이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이오덕 선생님이 심고 가꾼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서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오덕 교육 사상과 아동문학론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이주영 선생은 유시민 작가와 이오덕 선생님 책 이야기를 시원스럽게 펼칩니다. 서정오 선생은 우리 옛이야기와 우리말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어 맛깔나게 전해줍니다. 구자행 선생은 지난 8.15 광복 80돌에 맞추어 '2음절 한자말+하다'로 된 4500 남짓 말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쉬운 배달말>이라는 전자책으로 펴내어, 읽고 싶은 이에게 거저 나누어줍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 제4부, 학급문화의 꽃에 '온 나라에 알리고 싶은 <우리>'라는 제목으로 최교진 선생이 지도한 학급문집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동안 세종시 교육감으로 일하다가 이제는 대한민국 교육부장관이라는 일을 맡았습니다. 스스로 나라 일꾼이라고 하는 이재명 대통령하고 손발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오덕 선생님한테 배운 이분들을 길벗으로 만났으니, 이또한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표가 안 나서 그렇지, 이오덕 선생님이 이 땅에 오셔서 닦아놓으신 길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면서 복된 삶 누리는 분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구자행 선생이 펴낸 <쉬운 배달말> 전자책인데, 사진에서 왼쪽처럼 1권만 종이책으로 엮었다
▲구자행 선생이 펴낸 <쉬운 배달말> 전자책인데, 사진에서 왼쪽처럼 1권만 종이책으로 엮었다 들꽃 주중식

'어떤 사람이 죽고 나서, 그 사람을 기리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아직 죽은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기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그 사람은 죽어 없어진다.'

이 말을 어디서 읽고는 옮겨 적어놓은 것 같은데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나신 100돌을 기뻐하는 잔치에 제 처지에 맞추어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신청서에 ❶잔치 마당에 갈 수 있다고 표를 해도 좋고, ❷잔치 마당에 가지는 못해도 선생님 만난 이야기를 글로 써 내거나, ❸이것도 어려우면 한 줄 마음만 적어 내어도 괜찮습니다.

이 잔치는 이오덕 선생님 만난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 글 읽으시는 여러분이 먼저 신청하시고, 알 만한 이웃에도 권하여 이오덕 선생님 나신 100돌을 기리면, 선생님은 더 반갑게 우리 삶을 잘 가꾸도록 기운 북돋우어 주실 것입니다.

2002. 10. 이오덕 선생님 국민훈장 받은 날이다
▲2002. 10. 이오덕 선생님 국민훈장 받은 날이다 들꽃 주중식

알리는 말씀
이오덕 100돌 기림 한마당
- 아이들 삶을 하늘처럼

ㅇ때: 2025년 11월 14일(금) 낮 3시 ~ 6시
ㅇ곳: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몇 호실인지 나중에 알림)
ㅇ함께하려면? 구글 신청서 + 후원금 1만원

#여는 뜻? 이오덕 선생님이 태어나시고 100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선생님이 던진 물음은 우리 속에 남아 있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한다, 가난하게 이름없이 살아야 한다'는 그 말들을 살면서 떠올리고는 합니다. 이오덕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을 모시고 다시 삶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누가 오나요? 단체든 개인이든 이오덕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사람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 일 했던 분,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을 읽고 가슴에 불이 붙었던 분, 세상을 바꾸고자 함께 땀 흘린 동지, 우리 말을 지키려 애쓴 분, 이제야 이오덕을 알게 되었지만 누구보다 이오덕을 사랑하는 분. 모두 모여 우리 삶을 나눠봅시다.

#모여서 하려는 일?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하며 쓴 글을 모아서 나누려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이오덕 선생님 뜻을 이어가는 모임들이 많습니다. 그 모임들 이야기를 돌아가며 들으려 합니다.
-오늘날에도 선생님 뜻을 이어나가고 펼쳐나갈 길을 찾고자 머리 맞대 생각을 모으려 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을 떠올릴 수 있는 시와 노래를 듣고, 연극과 영화를 보려 합니다.

#함께 하려면?
-구글 신청서를 써주세요. https://forms.gle/h46RXxN8r2Dty9Xy8
-후원금 1만 원을 보내주세요. 국민은행 762301-04-250797 (어린이문화연대)로 보내시면 됩니다.
-글 한 편 보내주시면 모아서 엮을게요. '이오덕'을 알맹이로 한 글이라면 어떤 갈래든 어떤 길이든 좋습니다. 보내주신 글 모아서 엮고 함께 나누려 합니다.
언제까지? 10월 25일(토)까지
보내실 곳: nice239@hanmail.net

#그밖에
-이오덕 선생님 자료를 찾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했던 행사나, 이오덕 선생님이 나온 기사나 글, 선생님 사진이 있으면 전자우편(nice239@hanmail.net)으로 보내주세요.
-궁금한 건? 일꾼 손전화로 (010-3701-8998) 문자 남겨주시면 답 드리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태어나신 100주년 기념 행사 추진위원회
잔치 알림판 이오덕 기림 잔치는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잔치 알림판 이오덕 기림 잔치는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한재경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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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으로 지내왔고, 지금은 농사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려고 틈틈이 글을 쓰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온 누리 사람들하고 통하는 누리말 esperanto를 배우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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