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다산초당
호랑이가 사라지는 이유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2021년 복원이 필요한 동물을 설문조사한 결과 1위가 호랑이(16.7%)로 나타났다. 애석하게도 한반도 내에서 호랑이에 대한 기록은 1924년 2월 강원도 횡성에서 포획한 2.7m 크기의 개체(아무르 호랑이)가 마지막이다. 북한에서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신뢰할 자료를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사라졌다.
10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 곳곳을 주름잡았던 호랑이가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호랑이와 관련한 역사를 차분히 되짚는다. 우선 조선 건국 후 인구가 증가했고, 산과 들로 터전을 넓힌 인간과 호랑이의 갈등이 대두됐다. 나라에서는 '호환'을 물리치기 위해 대대적인 포호 정책을 실시했다. 또 일제강점기에는 해수구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한 포획이 이뤄졌다.
이런 흐름은 한반도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전 세계에 남은 호랑이는 800여 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라오스 남엣푸루이에는 2010년만 해도 약 20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가축 보호를 위해 호랑이 사냥에 나선 주민들이 매년 5마리씩 잡아들이며 자취를 감췄다. 결국 호랑이는 인간과의 갈등으로 터전을 잃었고, 개체 수가 급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복원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요하지만, 공존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지와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인간 중심의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이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야생동물과의 공존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p.45)
책에는 호랑이를 비롯해 산양, 삵, 표범 등 여러 멸종 위기종을 보전하기 위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있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일은 때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주민들은 당장의 삶에 허덕이고 있어 야생 생물의 보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치권도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좀처럼 뛰어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무리 질 것 같은 싸움이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며 의지를 다졌고, 야생 생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서서히 바꿔 나갔다. 이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과정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저자는 한반도에서 호랑이 복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아쉬워 하면서도 현재 인간과 함께 도시에 살고 있는 야생 생물과 공존하는 법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존을 위해 필요한 건 사람들의 의지와 너그러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체를 공유 재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 인간 중심의 관점도 내려놓아야 한다.
호랑이와 표범을 비롯한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건 단순히 희귀 동물을 보존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일이다. 호랑이와 표범이 살아 있다는 건 생물다양성이 유지되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와 같다. 이는 곧 인간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 와닿지 않는다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140조 달러라는 걸 기억하자.
보전생물학자로서 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호랑이와 표범이 더 이상 멸종위기종으로 구분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개체 수가 20~30마리까지 줄었던 아무르 표범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그 수가 조금씩 늘어 현대 150여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다만, 근친교배 등 유전 문제가 나타나 여전히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임정은 연구원의 꿈이 실현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은이),
다산초당,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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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연구자의 20년, 그가 포기하지 않은 '지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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