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 보수 집회 현장
황희두
- 그 핵심어가 젠더 갈등일 것이다. 그런데 젠더 갈등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본격화되고, 그 중심에 이준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 시기에 반페미니즘·공정·능력주의 담론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며 청년 세대의 정서를 흔든 건 사실이다. 이때 온라인 여론전과 프레임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분명 뼈아프다. 또 이준석이 반페미 담론에 올라타 정치적 이득을 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기원을 추적하면 결국 이명박 정부에 닿는다. 나는 사이버 내란의 뿌리를 파고들수록, 이명박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웃음)
- 그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격상하며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투입했다. 그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페미니즘을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정부가 직접 이념을 방어하면 반발이 크지만, 페미니즘을 공격하면 진보 진영 내부에서 갈등이 폭발해 스스로 무너질 거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당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의 카페에도 '소모전이 될 수 있는 전면적인 이념 논쟁은 피하고 모든 남성이 공감할 수 있는 페미들의 만행을 성토하는 걸로 동조 세력을 늘려가자', '페미니즘을 때리면 결국 좌파도 타격을 받게 되어있다'는 식의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정부와 극우 단체가 손잡고 젠더 갈등이라는 어젠다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확산한 것이다.
- 젊은 남성들의 우경화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캐나다·유럽에서도 젊은 여성은 진보적, 젊은 남성은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이와 유사한 흐름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 추세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똑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특수한 맥락이 있다.
첫째, 분단의 특수성과 압축적 근대화가 만든 세대 간 격차가 있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시기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이 주도한 조직적 온라인 공작이 청년층의 극단화를 심화시켰다. 여기에 자유·안보·반공·반페미 같은 말이 반복·확산하면서, 낙인과 공포를 기반으로 한 감정 동원 방식이 강화됐다.
나는 이런 요소들이 청년 세대의 의제 인식과 정치 감정 지형에 깊은 상처와 왜곡을 남겼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 이사님도 한때 극우 커뮤니티에 깊이 휩쓸린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셨다. 그 경험이 이 현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통찰을 주었나?
"그들 내부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세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빠진 결정적 계기는 열등감과 공허함이었다. 현실이 초라할수록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들고 타인을 조롱하며 위로와 쾌감을 얻었다. 그러다 점차 사회적 강자에 동일시하며 약자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시절 나에게 강자는 이명박이었다. 'ㅇㅇ왕 이명박' 시리즈가 대표적이고, 나중에는 '수트핏 이명박' 짤을 보며 그를 멋진 리더라 믿기까지 했다."(웃음)
- 와… 수트핏 이명박은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웃음) 그 정도면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고 봐야겠지?(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웃음) 사실 단 한 발짝만 벗어나면 보이는 건데, 그 한 발짝이 그렇게 어려웠다. 아마 지금 극우화·과격화에 빠져있는 청년들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민주당, 문화 전쟁의 심각성 제대로 인식 못해
- 이런 문제가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 특히 민주당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2019년 내가 처음 민주당에 합류했을 때, 당은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 전쟁의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 외곽에서 조직적으로 확산하는 여론조작과 혐오 담론에도 진지한 대응 의지가 부족했고,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단순히 '인터넷상의 가십' 정도로 치부했다. 그때 이미 극우 진영은 커뮤니티·인터넷 방송·유튜브·SNS·밈 생태계를 조직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부차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물론 엘리트 코스를 밟아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과 나는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한 개인의 정신이 무너지고 회복되는 과정, 조롱이 쾌감으로 치환되는 메커니즘, 집단의 환호가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지 등을 실전으로 체험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건 2019년에 비해 지금도 큰 틀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인식이 조금씩 확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 전략을 설계하는 단계에조차 이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민주당 정치인인들이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을 꼭 읽어줬으면 한다.
- 설득하려는 시도는 많이 했나?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당·정·청을 무수히 돌아다니면서 시도했지만 음모론자 취급이나 받고 (웃음) 진짜 여러 사연이 많았다. 20대 대선 때도 비슷했는데, 온라인 대응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했지만 나를 마치 어디서 댓글 몇 개만 보고 과몰입하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민주당 내부를 설득하기보다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 작업의 주요 목표인 10대 청소년들을 최대한 만나자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 책을 출간한 것도 그 일환인 셈이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느려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0대는 미래의 유권자 아닌 이미 공론장 만드는 시민

▲ 2024년 12월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고3보다 안 바쁜 윤석열 당장 내려와!'라는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권우성
-그래서 그런지 최근 10대 청소년 강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직접 만나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일부 청년·청소년들이 극우화의 길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결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혐오와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본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10대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미래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미 오늘의 공론장을 함께 만드는 시민이다."
-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기성 세대는 민주·진보 성향의 10·20대 남성들이 겪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공론장에서 이들은 존재 자체가 삭제된 것처럼 취급받고 있으며,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
그래서 우선 인맥·정보·자금 네트워크로 결합된 사이버 내란 세력을 법과 제도로 해체해야 한다. 아무리 선의로 커뮤니티를 조성하더라도, 그 정신적 영토는 언제든 침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도 목소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젊은 민주·진보 성향 남성들이 당당히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 즉 그들을 위한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청산과 환경 조성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아마 이 인터뷰를 보지는 않겠지만(웃음) 지금 극우화·과격화에 빠져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세상은 키보드 밖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이준석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준석에게도,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또 지금 극우 세력에 빠져있는 청년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아무리 온라인 공간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라 해도 삶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키보드 앞에서 타인의 멘털을 긁으며 얻는 순간적 만족으로는 결코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라는 걸 보여주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이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 - 민주주의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황희두 (지은이),
시월,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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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내란 뿌리는 이명박...'혐오 놀이화'로 청년세대에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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