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컷만화 제주에서 전하는 위로와 공감 여러분의 가을을 응원합니다
김태리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아니 여름은 매년 그 유난을 갱신하며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너무 뜨거웠던 날에는 시원한 소나기를 기다리기까지 했었는데, 마른 장마라나 뭐라나 비 마저도 시원하게 내려주지 않아 더욱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계절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 나는 숨 가쁘게 달려야 했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 놓치면 안 될 것들. 더위에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은 멈출 수 없는 계절이었다. 땀을 흘리며 앞으로만 나아갔다. 하지만 여름의 끝에서 문득 깨닫는다. 달리기만 해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숨을 고르고, 속도를 늦추고, 잠시 걸어야 한다는 것을. 뜨거웠던 여름의 숨속에 앞만 보며 달려오던 것들을 돌아봄의 계절 가을로 넘겨본다.
가을은 쉼표 같은 계절이다
가을은 계절의 쉼표다. 멈춘다는 건 뒤처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달리기만 하던 삶 속에서 가장 필요한 순간이 바로 멈춤일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면 꽤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
이 온도야말로 '멈춤'이 허락되는 신호 같다. 가을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황홀한 일몰이 펼쳐지고, 해가 진 뒤에는 달빛이 고요를 더한다.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쉬어본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달리던 중에는 보지 못했던 길가의 작은 꽃, 어느새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러 산책나온 사람들의 여유로운 풍경들. 삶도 그렇다. 여름 동안 놓쳤던 안부, 미뤄두었던 글쓰기, 읽지 못한 책, 마음속에만 담아둔 다짐들. 가을은 그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는 이 계절에 비로소 나 자신에게 묻는다.
"괜찮아? 너무 서두르지 않았어?"
그리고 천천히 대답한다.
"괜찮아. 이제 잠시 멈춰도 돼."
아이러니하게도, 멈춤은 곧 힘이 된다. 한 번도 멈추지 않는 달리기는 오래 갈 수 없다. 숨 고르기가 있어야 다시 뛸 수 있다. 가을은 우리에게 바로 그 힘을 선물한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다잡고, 몸을 회복하고, 관계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격려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가을을 '고요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다시 힘을 얻는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고. 쉼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고, 오히려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라고. 가을은 멈춤이 주는 선물이다. 황홀한 일몰, 선선한 바람, 잔잔한 달빛이 모두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니 부디, 이 계절에 자신을 위로하고 응원하기를.
나는 오늘도 가을의 고요 속에서, 당신을 향한 작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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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
제주에서 달리고, 쓰고, 만들며 작은 일상을 기록합니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한 <그마음굿즈>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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