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입금하세요"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제안

돈내고 얻는 작가 자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험난한 길, 그럼에도 계속 쓸 것이다

등록 2025.09.24 10:11수정 2025.09.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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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뒤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평가는 간절하다.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누군가 '읽을만 하다'고 여길 글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고이 모아둔 글들을 다듬어 공모전에 내고, 에세이 잡지에도 투고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유명 에세이 잡지에서 '미채택'이라는 답을 받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아마추어고,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사람이니까. 한두 번 미끄러졌다고 상처 받을 일은 아니었다.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제안.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제안. kaitlynbaker on Unsplash

그런데 최근, 한 문예지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보낸 수필이 등단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대화가 길어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동인지 구입, 심사비 명목으로 60만원을 오늘 안에 입금해야 내일 당선자로 발표해 준다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등단을 하면 이력서에 한 줄이 더해지고, '작가'라는 명함도 얻는다. 겉으로는 나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돈을 내고 얻는 '작가 자격'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검색해보니, 몇 년 전 이미 언론에서 이런 일각의 관행을 '등단 장사'라고 비판한 바 있었다. 내가 들은 조건과 똑같았다. 결국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수상작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위로할지, '속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할지 아직 마음은 복잡하다. 다만 앞으로는 무턱대고 투고하기보다 옥석을 가릴 눈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송인으로, 강사로 살아오는 길도 쉽지 않았는데, 글로 사는 길은 더 험난해 보인다.

그렇다 해도 나는 계속 쓸 것이다. 언젠가 '돈으로 사는 등단'이 아니라, 글로 얻은 목소리가 존중 받는 날을 기다리면서.
#등단 #문학계 #작가 #글쓰기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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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도 기록할 이야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가족과 아이의 성장, 작은 사회 변화까지 진심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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