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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과연 옳은가?

[기후의 시간] 한미 원자력협정의 구조적 한계와 재처리 논쟁

등록 2025.09.25 12:00수정 2025.09.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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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하고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했다고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체결된 협정으로, 기술·물자 이전과 함께 농축·재처리 같은 민감한 기술을 규율하는 제도적 틀이다. 1956년 최초 협정으로 미국은 한국에 연구용 원자로와 연료를 제공했고 1973년 개정을 통해 상용 원전 협력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핵확산 방지를 이유로 삽입된 '사전 동의' 조항 때문에 한국은 독자적으로 농축이나 재처리를 추진할 수 없었으며, 이는 핵연료주기 기술 개발을 근본적으로 제약해 왔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은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개정안에 담길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 기술 확대가 실질적 이익은 거의 없으면서도 경제적 부담과 환경 위험을 키우고, 국제 비확산 체제와의 충돌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재처리 확대라는 불확실한 해법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일부 진전을 담았지만 근본적 제약은 여전하다. 저농축우라늄 연구와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연구가 허용되었으나, 이는 실험적 범위에 한정되고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수적이다. 상업적 농축과 재처리는 여전히 불가능하며, 협정은 2035년까지 유효 후 자동 연장된다.

결국 한국은 독자적 핵연료주기 기술 확보에 제한을 받았다. 최근 정부가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비확산 체제와 미국의 정책을 고려할 때 협정 개정은 쉽지 않고, 성급한 추진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현행 협정의 중요한 한계는 연구 대상이 '미국 기원 핵연료'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2015년 개정 당시 한국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대한 미국의 장기 동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미국이 공급한 연료와 기술에 국한된다.

문제는 한국 고준위 핵폐기물의 상당량이 월성 원전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 핵연료는 미국 기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수로 핵연료는 협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어, 한국이 당면한 고준위 핵폐기물 포화 문제 해결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재처리의 실질적 효과도 제한적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분리·재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 고준위 핵폐기물의 약 1%에 불과해, 실제 줄어드는 핵연료의 양은 미비하다. 결국 재처리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한국의 현실적 필요와 크게 괴리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재처리와 파이로프로세싱의 한계


재처리 문제는 특히 복잡하다. 한국이 추진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기존 습식 재처리와 달리 고온 용융염에서 전기화학적으로 연료를 처리해 우라늄과 일부 초우라늄 원소를 분리하는 기술로, 정부는 부피 감축과 자원 회수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실험실·공학 규모에서만 검증됐을 뿐 산업적·상업적 실증 사례는 없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미국 국립과학원(NAS) 등 국제 기구와 학계는 파이로프로세싱의 상업적 실용성과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확산저항성 역시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재처리는 경제성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준위 핵폐기물 재처리는 직접 처분보다 최소 두세 배 이상 비싸다. 특히 MOX 연료는 기존 저농축우라늄보다 훨씬 고가여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재처리 시설 운영에는 안전·환경·보안 비용이 막대하며 사회적 갈등도 뒤따른다. 한국은 이미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큰 반발을 겪어왔는데, 고준위 폐기물을 다루는 재처리 시설 건설 시 저항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재처리는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 모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핵연료 재처리는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여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프랑스 라아그와 영국 셀라필드 재처리 시설은 수십 년 동안 방사성 물질을 북동대서양으로 방류해 왔고, 오스파(OSPAR) 위원회(북동대서양 해양보전국제기구)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동대서양에 배출된 인공 방사성 물질의 70~80%가 이 두 시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로 버려진 방사성 물질은 해양 생태계에 생물학적으로 농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리튬은 수소 동위원소로 물과 결합해 환경에서 분리·제거하기 어렵고, 체내 흡수 시 내부 피폭을 일으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 정책은 도카이 재처리 시설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설은 기술적 결함과 잦은 사고로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키다 1997년 방사성 폐액 누출로 30여 명의 작업자가 피폭되는 중대 사고 이후 2007년부터 영구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대체 방안으로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대규모 상업용 재처리 공장을 건설했으나, 20년 넘도록 가동을 못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건설과 유지에 투입된 비용은 이미 수십조 엔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재처리 추진은 안전성, 경제성, 기술적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모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만약 롯카쇼므라 재처리 시설이 가동이 시작될 경우, 대량의 고준위 액체폐기물과 트리튬, 방사성 요오드, 탄소-14가 발생한다. 일본 원자력연료주식회사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서만 연간 수백 테라베크렐(TBq) 규모의 트리튬이 해양으로 방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량의 연간 총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로 인해 국제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아오모리현 주민과 지역 사회는 수십 년간 강하게 반대해 왔다. 환경단체들 역시 롯카쇼무라가 가동된다면 "세계 최대의 방사성 오염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실패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재처리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고,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위험을 남겼다. 일본은 수십 년간 재처리에 집착했지만 도카이 시설은 폐쇄되었고, 롯카쇼무라는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조 엔의 세금이 투입되었으며, 방사성 폐기물과 배출 문제는 여전히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2020년 6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높이 6미터짜리 핵폐기물 시한폭탄 모형이 만들어졌다. 환경운동연합과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월성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에 대한 울산 북구 주민들의 찬반 투표(6월 5~6일 본투표)를 앞두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진 위험지역인 경주에 위치한 월성핵발전소는 중수로형 모델로 경수로형 보다 고준위핵폐기물이 4.5배 많이 발생하며, 가장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지만 세계 어느나라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높이 6미터짜리 핵폐기물 시한폭탄 모형이 만들어졌다. 환경운동연합과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월성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에 대한 울산 북구 주민들의 찬반 투표(6월 5~6일 본투표)를 앞두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진 위험지역인 경주에 위치한 월성핵발전소는 중수로형 모델로 경수로형 보다 고준위핵폐기물이 4.5배 많이 발생하며, 가장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지만 세계 어느나라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우성

그런데도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재처리 권한 확대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우려를 낳는다. 겉으로는 핵주권 확대와 첨단 기술 확보를 내세우지만, 실제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비롯한 건식 재처리 기술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상업적 실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제기구와 학계는 경제성과 실용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설령 미국의 동의를 얻더라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거나 상업적 활용에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위험은 매우 크다.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액체폐기물, 방사성 가스, 트리튬은 장기 관리가 어렵고 환경 부담을 크게 늘린다. 프랑스 라아그, 영국 셀라필드, 일본 롯카쇼무라 사례에서 보듯 재처리 시설은 막대한 비용과 지역 갈등을 낳는 대표적 사회적 위험 요인이다.

더구나 한국의 재처리 권한 확대 시도는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개발 의혹을 불러올 수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비확산 체제에도 배치된다. 결국 이번 협상은 실질적 국익보다 미국의 통제 구조 속에서 더 큰 제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 환경성, 외교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재처리 확대는 실익 없이 위험만 키우는 선택일 뿐이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불평등한 협정으로 큰 타격을 입은 뒤, 원자력계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 개발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실체 없는 '재처리 협상 가능성'뿐이며, 기술 이전이나 독자적 수출 권한은 여전히 미국의 통제 속에 묶여 있다. 더구나 SMR 자체도 아직 상업적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미완의 기술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운영 사례가 없고, 개발은 지연되는 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국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계의 이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자국 내 원전에서 이미 9만 톤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음에도 재처리를 택하지 않고 그대로 저장해 왔다. 그 이유는 경제성과 안전성이 전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자력 보유국인 미국조차 회피하는 선택을 한국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굳이 떠안을 필요는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재처리를 추진한다면 국익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한 구조와 막대한 부담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술이나 권한이 아니라 위험과 비용뿐이다. 이제는 실익 없는 정책 추진을 멈추고,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주권'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니라, 포화 상태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재처리는 결코 해법이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 처분장 확보, 원전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이야말로 현실적 대안이다. 일본과 프랑스, 영국의 재처리 경험은 재처리가 막대한 비용과 환경적 위험, 사회적 갈등만 남겼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은 핵무기 보유에 대한 욕망이나 '핵주권'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재처리 권한 확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에너지 정책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원 체계 구축,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체계 마련이야말로 국가적 과제다. 일본의 실패와 미국의 선택을 교훈 삼아, 한국은 불필요한 핵연료주기 확대 논의 대신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 #고준위핵폐기물 #에너지전환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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