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오염물 방류(2025년 4월 20일) 제주하수처리장 오염물 반복 방류 기사
한라일보
사람들의 배설물이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어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그리고 '여전히 똥물로 넘쳐나고 있다.'(116쪽) 제주 도민의 주 수입원이었던 미역도 사라졌다. 노란 성계알이 검게 변하고, 산호도 죽어 백화현상이 발생한다. '바당에 풀도 없고 소라도 없고 삶도 없고....'(123쪽)라는 구절은 현실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입법, 행정, 학계의 긴밀한 소통 없이는 죽어가는 제주 바다를 살릴 수 없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문제의 메커니즘은 엇비슷하다. 여러 사례 중 '하수종말처리장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분석해 보았다.
행정이나 언론에서 바당에서 모든 해조류 생물이 사라져 가는 원인이 해수 온도 상승, 기후변화와 백화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면 제주도 연안 모든 바당이 공평하게 균등하게 같은 시기에 어디를 가든 해조류와 바당 생물이 백화현상으로 사라져야 한다. 근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일반 사람들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의 바당하고 그 시설이 없는 바당이 너무나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매일 보고 직접 피부로 느끼는 해녀들은 하수처리장이 뿜어내는 양만큼의 탄식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 105쪽
이 짧은 글 속에 현재 기후변화 정책의 문제점 세 가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첫째, 기후가 변화하면,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 70∼80년대 규정으로 건물을 짓거나, 댐을 만들면 강해진 기상현상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 규정을 유지하는 분야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는 하수종말처리장의 규정이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는 어떠한 사건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이 다른 지역보다 더 오염이 되었다고 해도 과거에는 큰 문제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임계점을 넘어 피해가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셋째, 요즘 기후변화 정책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기후불평등'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점이다. '기후불평등'이란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불일치한다는 개념이다.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극심한 가뭄, 강력한 태풍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저지대 섬나라나 가난한 농업 국가에 집중되는 현상이다.
제주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2차 산업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공장이나 산업은 없다. - 149쪽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복잡하다.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 없이 규정으로만 막을 수 없다. 기후변화 관련 규정 수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산업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국가 입법 관련 부서와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NGO, 그리고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바당은 없다>는 제주 바다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후변화 탓만 하며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맞게 규정을 새로 만드는 등 거시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바당을 실제로 죽인 것은 행정이고 또한 살려낼 수 있는 것도 행정이다. 그것이 내가 지난 3년간 바다환경지김이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 343쪽
바당은 없다 - 기후와 인간이 지워낸 푸른 시간
송일만 (지은이),
맑은샘(김양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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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현대문학 장편소설상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근작『남극 펭귄 생포 작전』(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블루픽션-85)은 2024년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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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도 탄식하는 제주 바다, 기후변화 탓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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