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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3174억 세금 낼 때, 메리츠 조정호 0원 낸 비결

[오너리포트 - 조정호 회장②] 54.3% 지분 보유에도 주식 배당금 세금 안 내, 국회에서도 '규제' 움직임

등록 2025.10.14 12:04수정 2025.10.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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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사회적 의제를 다룹니다.[편집자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메리츠금융그룹

2025년 3월 6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소식이 주요 일간지를 모두 장식했다. 관련 보도만 30여 건. 제목은 달라도 내용은 같았다.

"삼성 이재용 제치고 메리츠 조정호가 주식 부자 1위에 올랐다."

기업분석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한 기사로, 연구소는 조정호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를 12조 4334억 원으로 집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2조 1666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주식은 하락세,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은 상승세를 이어가다 조 회장이 주식 부자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한 달 가량 이어진 후 이 회장이 1위를 재탈환했지만, 조 회장이 '대부호' 자리에 올랐음은 주지의 사실로 각인됐다.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전세계 자산가 순위에서도 조 회장의 자산은 84억 달러(약 12조 3000억 원)로 361위, 이 회장은 82억 달러(약 12조 원)로 369위를 차지한 바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형들이 대한항공·한진중공업 등 주요 재산을 모두 물려받은 후 "남은 것을 받았다"던 재벌집 막내아들. 조 회장의 '반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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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조정호 회장 자산 12조 3000억 원으로 추정


조 회장이 자산 규모를 꾸준히 늘릴 수 있었던 비결로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원 메리츠' 그리고 '감액배당'이다.

일단 '원 메리츠'.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를 위해 두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지주회사로 이전하고, 자회사 주주들에게 지주회사의 신주를 배정했다. 당시 조 회장이 "그룹 전체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며 원 메리츠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메리츠금융그룹 조직도
메리츠금융그룹 조직도 메리츠금융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이후, 메리츠는 '대주주의 1주와 일반 주주의 1주 가치는 동일하다'며 주주환원을 강조했다.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38.41% 상승했고 지난해 75.97% 상승했다. 올 초 10만 4200원이던 주가는 10월 중순 현재 11만 1800원을 기록하며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 메리츠 시대' 이전(2022년 9월 30일 종가 기준 2만 85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5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조 회장이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부담에 인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조정호 회장이 상속(승계)을 포기해 상속세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10년 만에 10배가 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메리츠는 2024년 '2023~2025년 회계연도까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50% 넘는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공시했으며 이를 지키고 있다. 2023년 주주환원율은 51.2%, 2024년 주주환원율은 53%였다.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현 지분율은 54.3%. 9774만 7034주 보유)은 당연히 가장 큰 수혜자다. 2023년 결산 기준, 조 회장은 배당금으로 2307억 원을 받았다.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2022년 103억 원이던 조 회장 배당금은 23배가량 껑충 뛰게 됐다. 조 회장의 배당금은 메리츠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1549억 원보다도 월등히 많은 규모다.

'원 메리츠'를 통해 그룹 전체 파이를 키웠고,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주가가 상승했다. 동시에 주주환원율을 높였다.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의 자산이 급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액배당'으로, 배당금에 대한 세금 0원

맹점은 조 회장은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23년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와 계열사 주식을 통해 324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러나 소득세(2000만 원이 넘을 시 종합소득세에 포함돼 세율이 49.5%까지 오름)를 내면서 실수령액은 1785억 원이었다. 반면 배당금 2307억 원을 받은 조 회장의 세금은 '0원'이었다. 2024년에도 실수령액이 1750억 원(배당금 3465억 원)이었던 이 회장과 달리 조 회장은 배당액 1320억 원을 전부 실수령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한국CXO연구소

'감액배당' 때문이다. 영업 활동 등으로 생긴 이익이 아니라, 자본금 감액분을 배당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다. 자본금 일부를 돌려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계산되지 않아 비과세다.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가장 많이 감액배당을 한 기업으로 두 차례에 걸쳐 6890억 원의 감액배당을 실시했다.

메리츠금융지주처럼 감액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지난 7월 말, 정부는 감액 배당 과세 방안을 발표했다. 배당액이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면 '대주주 등'에 한해 초과분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메리츠는 '감액 배당'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2025년도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 감액 배당과 관련해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존의 정책을 변화시킬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전문가 "감액배당도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이 정당"... 국회에서도 '규제' 움직임

 코스피가 전장보다 47.90포인트(1.40%) 오른 3,461.30에 거래를 마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9.18
코스피가 전장보다 47.90포인트(1.40%) 오른 3,461.30에 거래를 마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9.18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감액배당'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9월 10일 '2025년 세제개편안 평가 토론회'에서 "상법상 자본준비금은 원칙적으로 자본금 전입이나 결손 보전에만 사용해야 하는 항목인데, 이를 배당재원으로 인정한 것은 법리상 무리가 있다"라며 "배당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짚었다. 이어 "일반배당을 먼저 하고, 재원이 부족할 때 감액배당을 실시하며 이 경우만 비과세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감액배당'에 비과세에 대해 제동을 걸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중에서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금액, 이익잉여금을 실질 재원으로 한 금액,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질적 이익의 분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했다.

차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감액배당은 형식상 자본환급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의 분배이며, 그동안 이를 통해 일부 대기업·대주주들이 배당소득세를 우회적으로 회피해 온 사례가 적지 않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실질과세 원칙에 입각한 조세정의 회복 조치로,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조세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메리츠금융그룹 측에 '소액주주 배당 총액은 얼마인지', '감액배당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조정호 회장이라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주식회사로서 주당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대주주의 혜택을 위함이 아니라 모든 주주들을 위한 혜택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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