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청년들이 뭉쳤다 강릉 시민 문OO씨(33)를 중심으로 모인 청년들이 ‘토이렛 데몬 헌터스(토데헌)’ 결성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변기 물 사용량을 직접 측정해 물 절약을 생활화하자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무영
강릉시의 물부족을 겪은 뒤, 정부나 시민단체의 대부분의 논의는 "앞으로 물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에 머물렀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와 실천 방안은 없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청년들의 눈에 들어온 '변기 데몬'이었다.
강릉에 토데헌(Toilet Demon Hunters, 화장실 데몬 헌터스)이라는 이름의 젊은 청년들이 모였다. 그들이 모인 목적은 단 하나, 토일렛 데몬을 잡는 것이다. 이들은 2023년 8월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루기 위해 처음으로 모였는데, 이제는 물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시민 인터뷰, 캠페인, 물 절약 팸플릿과 토일렛 데몬 헌터스 캐릭터 제작 등의 활동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물 부족 사태 속에서 청년들은 변기가 악마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배급받은 물의 대부분이 변기 세정에 들어가고, 물을 내리지 못하면 집안이 금세 오염되어 냄새와 위생 문제가 심각해졌다. 쓰레기처럼 쌓이는 오염물과 그것을 치워내는 데 드는 힘까지 생각하면, 변기는 정말로 악마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정작 더 무서운 데몬은 변기통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의 무지였다. 아주 간단한 계산만 해보면 누구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데도, 그 계산을 해보지 않고 외면해온 것이다.
변기 물 사용량 계산, 의외로 간단하다
토데헌이 제안하는 첫 번째 실천은 내 집 변기의 물 사용량을 직접 계산해보는 것이다.
- 변기를 한 번 내린 뒤, 변기통으로 들어가는 유입밸브를 잠그고, 2리터짜리 페트병의 물을 부어본다. 몇 개가 들어가는지로 변기 한 번에 쓰는 물 양을 알 수 있다.
- 변기통 뒤 물탱크의 뚜껑을 열어 가로×세로×물의 높이를 측정해 부피를 계산할 수도 있다.
과거에 설치된 기존 가정용 변기는 보통 한 번에 13리터를 사용한다. 대소변을 포함해 하루 평균 8회 내린다고 가정하면, 4인 가족은 하루에 13ℓ × 8회 × 4명 = 416리터를 변기 세정에 쓰는 셈이다. 물론 집집마다 변기의 종류, 사용 횟수, 가족 수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각자가 직접 계산해 보라는 것이다.
이 변기를 환경부가 고시한 1등급 절수형 변기(4리터)로 교체하면, 하루에 무려 288리터를 절약할 수 있다. 한 달이면 가구당 8.64톤, 1년이면 약 100톤의 물 절약이다. 강릉시에서 단 1만 가구만 바꿔도, 1년에 100만 톤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변기통에 벽돌 한 장이나 페트병을 한두 개 넣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벽돌 부피는 보통 1리터도 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잘 씻겨지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 하루 수백 리터를 절약하려면,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절수형 변기 교체라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절수형 변기에 대해 "물이 잘 안 내려간다"는 불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가짜 절수변기를 썼던 경험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 고시를 보면 1등급 절수변기는 4리터 이하로 규정돼 있으며, 품질 또한 정부가 보장한다.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약하면서도 불편함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수도요금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매달 1만~2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마치 정부가 매달 그만큼을 지원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토데헌 활동은 단순히 청년들 사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강릉의 청년들은 지역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도 물 절약과 빗물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변기 물 사용량을 계산해 보며, "보이지 않는 물 낭비"가 얼마나 큰지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작은 깨달음은 어린 세대에게 더 오래 남고, 미래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된다.

▲강릉시 초등학교에서 교육하는 토데헌 멤버들 강릉의 토데헌 청년들이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물 절약과 빗물 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변기 물 사용량을 직접 계산해보는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도 ‘보이지 않는 물 낭비’를 깨닫게 된다.
한무영
"앞으로 물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흔하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대책과 수치는 없다. 아마도 결론은 시민들은 모른 채 해수담수화나 지하댐 건설 같은 공급 확대로 기울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길은 위험하다. 내년에도 똑같은 물 부족 사태가 반복될 수 있고, 시설비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수도요금으로 이어진다. 도시의 경쟁력까지 잃게 된다는 사실을, 강릉의 청년들은 이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다들 모여라! 변기 데몬을 잡아라! 우리가 모이면, 물은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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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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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청년들, 토이렛 데몬 헌터스 이름으로 뭉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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