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제2공항 백지화 작년 2024년, 제주기후정의행진 당시 시민들이 들었던 피켓.
김순애
주변에 제주로 이주한 이들로부터 1년 정도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결국 할부로, 혹은 중고로 차를 구입했다는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제주에서 버스 이용은 불편하며 이동 시간도 자가용에 비해 두 배 이상 걸린다. 관광객들 역시 당연하게 렌트카를 선택한다. 렌트카 업체 경쟁이 심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렌트카 비용이 저렴한 데다, 중산간 관광지로 가는 버스는 심한 경우 한 시간에 한 대도 안 될 적도 많기 때문이다.
제주의 2023년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1.6%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열 명 중 한 명 꼴로 버스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도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017년 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했다. 도입 첫 해 273억 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2022년 1177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조금이 증가한 만큼 사람들의 버스 이용률이 증가한다면 보조금 증가에 명분이 있겠지만,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버스 이용률은 급감했고 한번 떨어진 버스 이용률은 예전 수준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11%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증가하는 예산에도, 사람들이 버스 타지 않는 이유
'제주특별자치도 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준공영제는 '버스운송사업자는 버스 운행과 노무·차량관리 등을 담당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버스 노선 및 운행계통 등의 조정·관리 권한을 가지면서 표준운송원가에 비해 부족한 운송수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제주의 경우 해안가 중심의 구도심권 버스 노선이 여전히 많고 새롭게 들어서는 신도심 노선은 빈약한 데다, 어떤 지역은 많은 노선들이 중복으로 다니고 어떤 곳은 버스가 한 시간에 두 대 정도 다니고 있어 노선 효율화가 급선무다. 하지만 2~3년 단위로 보직이 변경되는 공무원들이 수십 년 동안 버스 회사를 운영해 온 노련한 사업자들을 상대하며 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수 있을까? 매년 천 억 원 이상의 보조금 지원에도 버스 노선은 예전 노선 그대로이고, 굴곡 노선이나 배차 시간 등 이용자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의 경우 2017년과 2020년 사이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여 공항, 학교, 대규모 점포나 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모두 길어졌지만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의 이동 시간은 모두 짧아졌다. 특히 교육시설의 경우 대부분의 광역권에서 대중교통·도보 접근성이 개선되고 승용차 접근성은 악화되었지만 제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등교 시간에 학교 주변에 승용차가 열을 지어 있는 모습은 자동차 이동은 점점 편해지고 대중교통 이동은 점점 불편해진 제주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버스완전공영제 공론화를 청구한다! 2025년 2월,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가 제주버스 완전공영제 공론화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
준공영제 도입 후 8년, 적극행정과 같은 특단의 대책 필요할 때
버스 준공영제 도입으로 제주의 지방 재정 투입은 더 확대되었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은 더 떨어진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그 결과 버스 준공영제는 '돈 먹는 하마'라는 뭇매를 맞고 있고 제주도는 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며 지난해 8월 전체 운행 버스의 11%를 줄였다. 올해는 버스 요금을 인상하려 했지만 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예했다.
버스 감차는 바로 버스 이용자 감소로 돌아왔다. 제주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12월 매월 버스 이용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는데 2024년 8월 버스 감차 이후 9월부터 400만 대로 떨어졌다.
버스 준공영제로 보조금은 늘어나는데 버스 수송분담률은 늘지 않아 재정 적자가 커지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버스 편수를 줄이니 다시 버스 이용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올해부터 무료 버스 요금 대상을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 아동 청소년으로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버스에 드는 재정 역시 증가할 것이고 제주도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버스 요금 인상을 다시 시도할 것이다.
1단계에만 5조 4500억 원에 달하는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비는 전액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 국비 지원 비중이 매우 낮고 대부분 지방비에 의존하기에,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과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제2공항 건설 예산을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면 대규모 개발로 인한 생태 파괴 논란, 쫓겨나는 지역주민들에 대한 국가폭력 논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예산이 다시 지역에 투자된다면 제2공항 건설로 국가 예산 5조 원이 지역에 투입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의 불안도 잠재울 수 있다. 재정 지원이 확대되면 현재의 준공영제에서 완전공영제로의 전환 시도 역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공항과 도로 건설에 치우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방향이 각 지역 대중교통 활성화로 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시작되어야 한다.
* 필자 소개: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이며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실행위원장입니다.

▲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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