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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제2의 하와이'가 되고 싶지 않다

[9·27 기후정의행진] 제주 제2공항 사업비로, 관광지 아닌 삶터로서의 제주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등록 2025.09.25 13:52수정 2025.09.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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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녹색당 기후정의행진단'에서 9·27 기후정의행진 기획으로 작성한 글입니다.[기자말]
대한민국에서 제주도의 기능을 관광지로 구상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박정희 정권은 국가경제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지역별 역할을 부여했는데 제주가 맡은 역할이 관광지였다. 1973년 수립된 제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중문관광단지가 조성되었고 1991년에는 관광개발을 위해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던 양용찬 열사는 이에 저항하며 "제주가 제2의 하와이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삶터로서의 제주를 원한다"는 말을 남기며 분신했다.

국가 정책에 따라 제주는 급격하게 관광지로 변신했고, 2013년 처음으로 관광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후 2016년 1580만 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제주 면적의 1.2배의 일본 오키나와 섬이 인구 143만 명, 관광객 수가 1000만여 명 규모이고 제주와 비슷한 면적의 미국 하와이 오하우 섬이 인구가 2020년 기준 약 100만 명, 2019년 기준 관광객이 약 61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제주의 관광객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주의 산업 구조는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이 80%를 차지할 만큼 기형적으로 변했다. 관광에 의존하는 섬이 되면서 비계 삼겹살 논란 등 외부적 요인에 지역 경제와 지역 이미지가 크게 휘청거린다. 관광객들은 제주 물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높은 임대료로 인한 주거비 상승과 물가 상승은 관광지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제주를 관광지로만 바라본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양용찬 열사 기림비 2022년 2월 17일,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광장에서 '제주사랑 민주사랑 양용찬 열사 기림비' 제막식이 개최되었다.
▲양용찬 열사 기림비 2022년 2월 17일,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광장에서 '제주사랑 민주사랑 양용찬 열사 기림비' 제막식이 개최되었다. 헤드라인제주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공항 하나를 더 짓겠다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은 지역주민들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주를 대한민국의 관광지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바라본 결과이다.

지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유럽의 유명 관광지인 바르셀로나, 말라가, 나폴리, 밀라노, 베네치아 등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는 등의 격한 시위를 벌였다. 관광지가 아닌 삶터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제주 역시 관광지로서 개발 정책에 치우쳤던 정책 방향을 생태 환경을 지키고 거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정책 전환의 첫 번째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그 예산을 지역의 녹색공공교통 강화에 쓰는 것이 돼야 한다. 제주도의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 432만 톤 CO2eq이다. 그 중 수송이 219만 톤 CO2eq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도로수송과 항공수송이 각각 66%, 33%에 달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항공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으며 도로 수송 비중 또한 압도적이다.

저가 항공 취항으로 운송 편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항공 수송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17년 버스 준공영제를 전격 도입하고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제주 도로 수송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버스가 아닌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자동차 등록 현황을 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 증가와 함께 전체 자동차 대수 역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제2공항 백지화 작년 2024년, 제주기후정의행진 당시 시민들이 들었던 피켓.
▲지금 필요한 건? 제2공항 백지화 작년 2024년, 제주기후정의행진 당시 시민들이 들었던 피켓. 김순애

주변에 제주로 이주한 이들로부터 1년 정도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결국 할부로, 혹은 중고로 차를 구입했다는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제주에서 버스 이용은 불편하며 이동 시간도 자가용에 비해 두 배 이상 걸린다. 관광객들 역시 당연하게 렌트카를 선택한다. 렌트카 업체 경쟁이 심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렌트카 비용이 저렴한 데다, 중산간 관광지로 가는 버스는 심한 경우 한 시간에 한 대도 안 될 적도 많기 때문이다.

제주의 2023년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1.6%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열 명 중 한 명 꼴로 버스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도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017년 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했다. 도입 첫 해 273억 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2022년 1177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조금이 증가한 만큼 사람들의 버스 이용률이 증가한다면 보조금 증가에 명분이 있겠지만,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버스 이용률은 급감했고 한번 떨어진 버스 이용률은 예전 수준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11%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증가하는 예산에도, 사람들이 버스 타지 않는 이유

'제주특별자치도 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준공영제는 '버스운송사업자는 버스 운행과 노무·차량관리 등을 담당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버스 노선 및 운행계통 등의 조정·관리 권한을 가지면서 표준운송원가에 비해 부족한 운송수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제주의 경우 해안가 중심의 구도심권 버스 노선이 여전히 많고 새롭게 들어서는 신도심 노선은 빈약한 데다, 어떤 지역은 많은 노선들이 중복으로 다니고 어떤 곳은 버스가 한 시간에 두 대 정도 다니고 있어 노선 효율화가 급선무다. 하지만 2~3년 단위로 보직이 변경되는 공무원들이 수십 년 동안 버스 회사를 운영해 온 노련한 사업자들을 상대하며 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수 있을까? 매년 천 억 원 이상의 보조금 지원에도 버스 노선은 예전 노선 그대로이고, 굴곡 노선이나 배차 시간 등 이용자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의 경우 2017년과 2020년 사이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여 공항, 학교, 대규모 점포나 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모두 길어졌지만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의 이동 시간은 모두 짧아졌다. 특히 교육시설의 경우 대부분의 광역권에서 대중교통·도보 접근성이 개선되고 승용차 접근성은 악화되었지만 제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등교 시간에 학교 주변에 승용차가 열을 지어 있는 모습은 자동차 이동은 점점 편해지고 대중교통 이동은 점점 불편해진 제주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버스완전공영제 공론화를 청구한다! 2025년 2월,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가 제주버스 완전공영제 공론화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버스완전공영제 공론화를 청구한다! 2025년 2월,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가 제주버스 완전공영제 공론화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

준공영제 도입 후 8년, 적극행정과 같은 특단의 대책 필요할 때

버스 준공영제 도입으로 제주의 지방 재정 투입은 더 확대되었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은 더 떨어진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그 결과 버스 준공영제는 '돈 먹는 하마'라는 뭇매를 맞고 있고 제주도는 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며 지난해 8월 전체 운행 버스의 11%를 줄였다. 올해는 버스 요금을 인상하려 했지만 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예했다.

버스 감차는 바로 버스 이용자 감소로 돌아왔다. 제주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12월 매월 버스 이용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는데 2024년 8월 버스 감차 이후 9월부터 400만 대로 떨어졌다.

버스 준공영제로 보조금은 늘어나는데 버스 수송분담률은 늘지 않아 재정 적자가 커지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버스 편수를 줄이니 다시 버스 이용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올해부터 무료 버스 요금 대상을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 아동 청소년으로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버스에 드는 재정 역시 증가할 것이고 제주도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버스 요금 인상을 다시 시도할 것이다.

1단계에만 5조 4500억 원에 달하는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비는 전액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 국비 지원 비중이 매우 낮고 대부분 지방비에 의존하기에,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과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제2공항 건설 예산을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면 대규모 개발로 인한 생태 파괴 논란, 쫓겨나는 지역주민들에 대한 국가폭력 논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예산이 다시 지역에 투자된다면 제2공항 건설로 국가 예산 5조 원이 지역에 투입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의 불안도 잠재울 수 있다. 재정 지원이 확대되면 현재의 준공영제에서 완전공영제로의 전환 시도 역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공항과 도로 건설에 치우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방향이 각 지역 대중교통 활성화로 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시작되어야 한다.

* 필자 소개: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이며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실행위원장입니다.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 김순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주투데이에도 실립니다.
#제주제2공항, #신공항 #제주관광 #제주도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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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기후정의행진으로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녹색당의 기후정의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당 프로젝트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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