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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처럼 나도 얼음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썼다

평범한 내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이유

등록 2025.09.29 17:34수정 2025.09.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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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이스버킷 챌린지 가수 션님으로부터 배우 박보검님이 이어받았던 그 챌린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연결되어있음을 느끼는 순간
▲2025 아이스버킷 챌린지 가수 션님으로부터 배우 박보검님이 이어받았던 그 챌린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연결되어있음을 느끼는 순간 김태리

내가 사는 이곳 제주 서귀포는 아직 여름이 가시지 않은 끝자락, 지난 24일 나는 얼음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경험을 했다. 평범한 일반인인 내게도 세계 최초 루게릭 전문병원 '승일희망재단'의 안정적 운영과 루게릭 환우들의 쾌유를 바라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의 기회가 온 것이다.

얼음물 속에 담긴 '용기'


9월 6일 가수 션님을 시작으로 배우 박보검님으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이 챌린지가 처음 나에게까지 지목이 되어 전해졌을 때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이런 걸 내가 해도 되나?'라는 의문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응원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챌린지의 의미'라는 생각에 금세 마음이 움직였다. 말해야 할 문장이 길어 프롬프트를 만들어 모니터하며 휴대폰 카메라 앞에 섰고,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뜻깊은 경험을 시작했다.

제안은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제부로부터 왔다. 처음에 지목을 받고선 어떻게 찍어야 할지, 남들과 다르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유명인들의 챌린지 영상을 보며 막연히 멀게만 느꼈는데, 이제는 그 물결이 평범한 내 앞에까지 닿은 것이었다.

루게릭병은 몸의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어 결국 호흡조차 힘들어지는 병이다. 나는 환자가 말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떠올리며 얼음을 부지런히 얼렸다. 내가 겪을 짧은 차가움이 그들의 고통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까지 찾아온 이 기회가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기로 했다.

문장을 외운다는 것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단순히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기부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릴레이가 핵심이다.


나는 노트북에 문장을 적어 여러 번 읽었다. "승일희망재단", "세계 최초 루게릭 전문병원", "안정된 운영", "환우들의 쾌유" 같은 말들이 혀끝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 연습도 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떨렸지만, 평범한 나의 목소리도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작은 응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살짝 뭉클해지기도 했다.

연대가 이어진다는 것


챌린지는 '세 명의 지목'으로 이어진다. 나는 러닝과 운동을 즐기는 세 명을 지목했고, 그중 한 명은 기부로 대신했다. 그래서 한 번 더 챌린지를 이어 총 네 명을 지목했다. 마지막 지목으로는 독일에 있는 친구까지 연결해 릴레이가 해외로 이어지는 기쁨이 더해졌다.

지목은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자"는 연대를 전하는 일임이 느껴졌다. 이후 내가 지목한 지인들이 차례차례 도전 영상을 올리자, 하루가 다르게 가지가 뻗어나가는 걸 보는 즐거움과 감동이 뒤섞였다. 수줍지만 마음을 보태는 작은 손짓들이 수많은 갈래로 번져 사회적 물결이 되어가는 현장을 다 함께 지켜보는 듯했다.

유명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처음엔 '내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들 듯, 평범한 참여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이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수 션님이 시작했고, 배우 박보검으로 이어졌던 그 챌린지가 SNS를 통해 영상이 확산되는 과정을 보며, 누군가의 작은 용기가 또 다른 이의 큰 용기를 이끌어내는 장면을 곳곳에서 확인했다.

아파트 어디서 촬영해야 할지, 어떤 방식이 좋을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함께한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은 유명인의 영향력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진짜 힘이었다.

두 차례의 참여를 통해 나는 단순히 퍼포먼스를 한 것이 아니라 '연대의 증인'이 되었다. 문장을 외우는 어색함도,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용기도 모두 사회적 운동과 내가 연결되는 통로였다.

챌린지가 이어지는 지금도, 내가 지목한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참여했다는 의미"를 다시 새긴다. 그것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내가 사회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이제 또 다른 참여자가 세 명을 지목하고, 그 연대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면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 릴레이는 끝없이 이어질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희망의 다른 이름 아닐까.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연대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그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연대의 한 줄기에 함께할 수 있어 뜻 깊었다. 계속해서 사회가 한 마음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아이스버킷챌린지 #루게릭전문병원 #승일희망재단 #션 #박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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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 제주에서 달리고, 쓰고, 만들며 작은 일상을 기록합니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한 <그마음굿즈>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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