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얼마 전 이란희 감독의 영화 <3학년 2학기>를 보았다. 이 영화는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해도, 타고난 재능을 찾지 못해도, 꿈이 없어도,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빛나는 성취를 이루지 못해도, 운이 좋지 못해도, 성실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너무나 소박한, 하지만 이 땅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주제를 던지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에 1개월에서 3개월가량 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하지만 현장실습에 참여한 청소년의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2014년 울산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2017년 제주 생수공장 안전사고 등으로 현장실습 도중에 생명을 잃는가 하면, 2015년 충북 진천의 한 공장과 2017년 전주의 한 고객센터에서는 현장 실습생이 자살하였다. 2021년에도 여수의 모 특성화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한 요트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더욱이 현장실습 나간 학생들은 노동을 해도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최저임금의 40%만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지난해 교육부의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졸업자 6만 3500명 가운데 대학 진학자 비율이 47.9%로, 26.3%에 불과한 취업자보다 훨씬 많았다. 취업보다 진학을 선택하고 있는 특성화고의 현실을 우리 사회는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3학년 2학기이기 때문이다.
차별을 공정이라 부르는 사회
그렇다면 이렇게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교육이야말로 계급 구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순응하게 하는 생각의 감옥이다. 이러한 사고의 감옥에 갇혀 우리는 시험과 공정이란 이름 아래 계급적 차별을 당연히 여기게 하고 순응하게 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모두가 명문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성적 순서대로 대학 입학과 대기업 취업이 결정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에 '8학군', '강남 대치동', '목동', '분당', '안양' 등의 지역적 교육 서열이 만들어지고, '맹모삼천지교'가 부모로서의 미덕인 양 사교육 천국 지역에 진입하기 위해 열정을 바친다.
부모 노력, 부모 재산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명문대 진학도, 대기업 입사도 이루어지게 된다. 재수, 삼수라는 기이한 현상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교육 상황만 봐도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계급적 질서가 공고히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이렇게 교육을 매개로 한 계급적 질서를 공고히 하는 것이겠는가? 당연히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다. 이 기득권 세력이 교육을 매개로 자본을 자녀에게 상속하고 그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체계가 자리 잡은 셈이다. 그것을 '공정'이라고 치장하고 '평등한 경쟁'이라고 혹세무민하는 격이다.
사실 누구나 똑같이 교육받고 있다는 환상은 국제학교, 흔히 말하는 외고와 과고 등의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특성화고라는 학교별 서열만 들어도 금방 무너지게 된다. 국제학교, 특목고는 누구나 노력하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진함은 굳이 국제학교, 특목고 학생의 부모 직업과 소득 수준 통계만 들이대도 금방 무색해지게 마련이다. 재수, 삼수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동일 대학을 다녀도 '알바' 등을 통해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현실이라면, 공부만 할 수 있는 여건에 있는 동료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아래에서 대학 교육 무상화, 고교평준화 전면적 도입 등등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로밖에 들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경쟁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교육과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 현실을 우리는 이제 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현실 한복판에 '3학년 2학기'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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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경기남부본부장,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평택안성오산지역협의회 의장,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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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학년 2학기'가 던지는 질문, 우리 교육은 정말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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