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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꿈꾸는 안양천 사랑꾼, 텃밭 설계 해보니

'안양 시민 정원사' 과정 참여기... 현장 체험부터 정원 견학까지, 식물 마니아의 꿈을 키웁니다

등록 2025.09.26 14:03수정 2025.09.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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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민정원사 기초과정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9월4일 개강한 안양시민정원사 4차시 수업에서 김민경 강사가 올리브 나무의 가지를 잘라 번식시키는 삽목( 揷木)강의 중인 모습
▲안양시민정원사 기초과정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9월4일 개강한 안양시민정원사 4차시 수업에서 김민경 강사가 올리브 나무의 가지를 잘라 번식시키는 삽목( 揷木)강의 중인 모습 김은진

요즘 매주 목요일, 내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그 밭은 다름 아닌 제철 꽃과 채소가 풍성한 미래의 나의 정원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는 타샤 튜더처럼 꽃밭을 가꾸며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새소리를 들으며 꽃밭과 텃밭을 돌보다가 작은 의자에서 땀을 닦고 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살며시 미소가 번지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아직 혼자 두기엔 어리고 식물과 농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나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9월부터 인근 대학에서 '안양시민정원사' 양성 과정이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열린 개강식에서는 이상욱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과 주동완 안양시 생태하천과 과장이 참석해 25명의 수강생을 격려했다. 안양시민정원사 과정을 수료 후, 수강생은 지자체에서 봉사를 하게 될 예정이다. 시내 공원과 천변 고수부지 정원에서 활동하게 되는 듯했다.

안양천 고수부지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곳곳에 있다. 대부분 한해살이 꽃들이 많아 봄과 가을에 파종을 하는 것을 보았다. 봄에 심는 모종은 잡초와 냉해를 막기 위해 비닐을 씌웠다. 사람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었다. 가을에 심는 모종은 겨울을 잘 나기 위해 볏짚으로 덮어 두었다가 봄에 피는 꽃을 볼 수 있었다.

꽃과 나무를 공부합니다

수박페페로미아 삽목 과정 안양시민정원사 기초과정 수업 4차시 , 김민경 강사가 식물의 무성번식 강의 중이다.
▲수박페페로미아 삽목 과정 안양시민정원사 기초과정 수업 4차시 , 김민경 강사가 식물의 무성번식 강의 중이다. 김은진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안양천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걷다 보면 뛰는 이들도 많아 가볍게 함께 뛰기도 한다. 짙은 풀내음에 선선한 가을 향기까지 더해 자주 나가게 된다. 또 하천에서 마주하는 나무와 화초들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의 하나다. 대부분 이름을 몰라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왔는데 수업을 들으니 검색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 많아졌다.

안양천 고수부지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핀다. 봄에는 개나리와 벚꽃, 유채꽃, 튤립이 피고 여름에는 가시 바늘꽃, 꼬리조팝나무꽃, 양귀비, 목백일홍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또 가을이면 초목에 단풍이 들어 노랗고 붉게 달아오른다. 겨울에는 갈대와 억새가 휑하니 지키고 있던 길에 종종 눈꽃이 덮인다.


아름다운 꽃들이 하천을 따라 있으니 더 나가고 싶다. 하루라도 내 얼굴을 안 보여주면 왠지 식물들이 나의 안부를 엄청 궁금해 할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곳에서 봉사도 하며 식물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가 왔으니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안양시민정원사' 수업은 총 13차 중 벌써 4회 차 수업이 진행되었다. 장정은, 남유경, 김민경, 권두환, 배은선 강사가 분야를 나누어 수업하고 있다. 식물에 대해 문외한이던 나도 조금씩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아가고 있다. 수업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다. 배우는 속도가 느려도 같이 듣는 수강생 중에는 고수 분들이 있어 잘 알려준다.


1회차 수업은 장정은 강사가 우리나라 여러 정원을 알려주었다. 1호 국가정원은 순천만 정원이고 2호 국가정원은 태화강 정원이다. 그 외에도 그녀는 여러 곳을 추천했다. 앞으로 많은 정원을 방문하고 싶다. 정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함으로 채워진다. 이번 교육 중에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단체 견학을 가는 일정이 있어 설렌다.

2회차 수업은 남유경 강사가 정원 식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특히 꽃차례(화서)가 인상적이었다. 꽃차례는 식물의 줄기나 가지에 1개 이상의 꽃들이 모이는 상태를 말한다. 수상꽃차례, 총상꽃차례, 산방꽃차례 등 모양에 따라서 이름도 여러 가지였다. 나는 '꽃차례'라는 이름이 참 예뻤다. '차례'라면 줄을 맞춰 서야 하는 딱딱한 언어라고 생각했는데 '꽃'이 앞에 붙으니 금세 아름다운 언어가 되었다.

정말로 농부가 된 기분, 식물 마니아가 되고 싶습니다

안양천에 핀 튤립정원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안양천변 고수부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안양천에 핀 튤립정원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안양천변 고수부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은진

안양천도 시민들이 나서서 돌보고 가꾸면 도심 하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웅장하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하천을 따라 수상꽃차례가 달린 것처럼 곳곳에 피어오를 아름다운 공간을 상상해 보았다.

3, 4회차 수업은 김민경 강사가 강의했다. '나만의 작은 텃밭'을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Bees Garden'이라는 이름으로 정원을 만들었는데 곳곳에 꿀단지라도 숨겨 놓고 싶을 만큼 애착이 생겼다. 작은 텃밭을 그리는 동안 정말로 농부가 된 기분이었다.

덕분에 씨앗을 사고 밭을 갈고 수확하고 씻어서 식탁으로 가져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농사가 쉽지 않은 줄은 귀농하셨던 친정 부모님을 보고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자연 속에 머물고 싶은 소망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4회차 수업에서는 강의실에서 직접 흙을 만져보는 수업을 했다. 상토와 펄라이트를 배합해서 화분에 담고 올리브나무, 베고니아, 수박페페로미아, 백향과를 심었다. 삽목으로 심었는데 이는 식물의 가지나 줄기, 잎을 잘라 흙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흙도 부드러웠고 식물도 예뻤다. 일을 하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이 편안함으로 차올랐다. 특히 베고니아와 수박페페로미아는 엽삽이라는 걸 했는데 식물이 하나의 개체로 번식하기 위해서는 잎사귀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조원들은 작업을 할 때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리고 식물을 좋아하는 취향까지 같아서 대화가 잘 통한다. 어쩌면 작은 잎 한 조각이 우리 마음속에도 심어져 번식을 시작하고 있는 걸까. 벌써 3분의 1의 수업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는데 시민 정원사 과정은 이번이 기초 과정이고 내년에 심화 과정도 있다고 한다. 심화 과정까지 수강해서 식물 마니아가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안양시민정원사 #치유 #안양천 #대림대평생교육원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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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을 사진과 글로 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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