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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장의 '개학 증후군', 마음의 근육통을 글쓰기로 다스리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 달, 글쓰기가 치유이자 연대의 씨앗이 되다

    등록 2025.09.26 17:55수정 2025.09.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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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kimberlyfarmer on Unsplash

    교사들은 개학을 앞두고 어김없이 몸살을 앓는다. 교사 사회에서는 이를 '개학 증후군'이라 부른다. 방학 동안 힘들었던 업무와 사람들을 애써 밀어내고 '딴 세상'에 몸을 담갔지만, 잊혔다고 믿었던 장면들이 개학 며칠 전부터 하나둘 기어 올라온다. 곧 마주해야 할 현실이 머릿속을 흔들고, 급기야 근육통과 복통까지 불러온다. 마음속 불안이 핏줄을 따라 퍼지며 아픔으로 번지는 것이다.

    어찌 교사들만 그럴까. 방학 내내 학교를 지키며 공사와 행정을 챙겼던 교장도 사정은 같다. 개학을 앞두면 교장 역시 '개학 증후군'을 겪는다. 특히 더 무거운 건 리더로서의 책임감이다. 다양한 시각을 조율하고,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하다. 교장에게도 개학은 두려운 순간이다.

    사실 이는 교사나 교장만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긴 휴가 뒤 일상 복귀를 앞두면 비슷한 마음의 근육통을 겪는다. 학생도 학부모도 개학 앞에 모두 나름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마음의 근육통을 풀어내는 법

    이 지긋지긋한 '개학 증후군'을 이겨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택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직업계고가 안고 있는 숙명적 과제를 피해 가지 않고 마주 보며 쓰기 시작했다. 쓰고, 읽고, 다시 쓰는 과정에서 문제의 뿌리를 직면할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다르게 생각할 길은 없는지, 치열하게 되묻는 과정 속에서 단단한 힘이 생겨났다.

    그렇게 시작한 교육 수필들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블로그에 하나둘 쌓였다. 창고에 곡식이 차듯 글이 쌓이자, 자연스레 책 한 권에 대한 꿈도 피어났다. 정년까지 남은 4년,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책을 정년 무렵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선물한다면 얼마나 뜻깊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크롬볼츠의 '계획된 우연' 이론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이 완성될 때마다 관련된 이들에게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감동적이었다"는 다소 상투적인 칭찬조차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 내 글이 경직된 벽을 허무는 작은 망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아내에게도 글을 몇 편 보여주었다. 그러자 아내가 흘러가듯 말했다. "어디 언론에 한 번 투고해보는 건 어때요?" 사실 아내는 늘 말해왔다. 보잘것없는 나를 배우자감으로 택한 이유가 '연애편지'였다고. 글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의 권유였다.

    괴짜라 불려도 좋은 이유


    나는 늘 남이 정해놓은 길보다 스스로 부딪히며 깨닫는 길을 택했다. 삶은 닦인 오솔길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면 낯섦이 먼저 말을 걸어왔고, 자갈밭과 비바람이 기다리기도 했다. 그래서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실패는 장벽이 아니라 이정표였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나만의 나침반을 얻곤 했다.

    이런 나를 사람들은 '괴짜'라고 불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 같은 이들도 괴짜 아닌가. 그들처럼 나도 남다른 길을 택했다. 공과대학을 다니다 교직으로 방향을 튼 것도, '경상도 사투리로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12년간 EBS 직업탐구영역 강단에 섰던 것도, '장학사나 대기업 임원급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평교사 출신 서울로봇고 공모 교장에 도전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아내의 한마디가 나를 또 한 번 움직였다. 마침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도전했다. 2007년 동호공고 폐교 저지 투쟁 때 직업계고의 목소리를 담아주었던 언론, 오마이뉴스였다. 장난삼아 올린 글이 '잉걸' 기사로 채택됐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그 벅찬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댓글보다 더 두려운 건 무관심

    8월 29일 첫 기사 송고 이후, 한 달 동안 18편의 글을 세상에 보냈다. 그중 세 편은 떨어졌다. 시의성이 부족했거나 개인적 이야기였다는 게 내 나름의 분석이다. 나머지 15편 중 세 편은 잉걸, 여덟 편은 버금, 한 편은 으뜸, 세 편은 오름 기사로 채택됐다. 한 달 만에 내 글이 이 정도 반향을 얻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기사들이 퍼져 나가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대학 교수, 은퇴한 교사들, 낯선 독자들까지 감사의 인사를 보내왔다. 때론 "왜 중요한 이슈를 다루지 않느냐"는 질책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중히 답했다. "선생님의 생각을 글로 옮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보시면 어떨까요?"

    한 달이 지나자 아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블로그에만 글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악성 댓글이 걱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악플은 관심의 다른 이름이지만, 무관심은 곧 외면이다. 나는 직업계고의 목소리를 외면당하지 않게 하려고 쓰는 것이니까.

    원고료도 모였다. 이 돈으로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에 가입할 예정이다. 남은 금액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 지방 학생들을 위해 쓰고자 한다. 내 글이 만들어낸 작은 수익이 다시 공동체의 연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도구이자, 우리를 이어주는 씨앗이라고. 작은 씨앗 같은 글이 누군가의 가슴에서 움트고, 언젠가 큰 나무로 자라나길 꿈꾸며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글쓰기치유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직업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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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응원하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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