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9.29 14:32수정 2025.09.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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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았다. <은중과 상연>. 15편이나 되는 긴 드라마였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은중의 목소리로 내레이션 되는 차분한 전개 덕분에 오랜만에 몰입이라는 단어를 실감했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순수한 표정과 대사는 어른 캐릭터들이 겪는 상처를 더 짙게 드러내 주었고,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특히 드라마 속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다.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았고 오히려 조용히 장면을 감싸며, 스스로 감정을 따라가게 했다. 슬픈 장면에서조차 음악은 과장되지 않았고, 담담히 흐르며 오히려 여운을 길게 남겼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잔향처럼 울려 퍼졌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스위스로 향해 마지막을 함께하며 마무리된다. '조력사망'이라는 소재는 자극적일 수도 있었지만, 스위스에서 함께하는 며칠을 통해 두 친구가 서로 너무 좋아하고 또 동경해서 미워했던 시간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은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그 울림이 잦아들 즈음 나는 나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읽은 글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암 투병 중인 남편을 요양원이 아닌 집으로 모셔 온 가족이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 글을 읽을 때도 가슴이 먹먹했지만, <은중 과 상연>을 보며 다시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스틸컷
넷플릭스코리아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 하느냐는 단순히 본인만의 선택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에게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 나는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확실한 것은 병원의 하얀 벽과 삐삐 소리가 울리는 침대 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들과 함께.
남편과 나도, 드라마에서처럼 동아리 선후배로 만났다. 드라마를 더 몰입해서 보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드라마 속에 그때의 우리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와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에서처럼 조금은 먼 길을 떠나 스위스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창밖으로 눈 덮인 알프스의 산맥이 보이고, 방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내가 좋아하는 선율, 그리고 남편과 함께 들었던 노래들이 가만히 이어진다. 남편의 손을 잡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숨이 가라앉는 순간. 그 장면은 두려움의 시간이 아니라,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쉬어가는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죽음은 끝이라기 보다 문턱이라고 생각한다.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가 쌓아온 모든 삶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가 남긴 말과 웃음, 내가 건넨 손길 속에서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기에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 인가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와 이어진다.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은 곧 지금을 더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바란다. 나의 마지막 순간 뿐 아니라, 남편의 마지막에도 내가 곁에 있기를. 그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웃었던 날들을 이야기해주며, 그가 두려움 대신 평온을 느낄 수 있도록 곁에 있고 싶다. 그 또한 나의 마지막이 되는 순간, 그가 곁에서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두려움이 덜하고, 사랑이 더 크게 남을 수 있도록.
<은중 과 상연>의 배경 음악처럼, 담담하고 절제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맞이하는 마지막. 그것은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오늘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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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것이 목표인데 도움이될것 같아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호랑이의 기세로 한발 한발 흔들림없이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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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보며 떠올려 본 남편과 나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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