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MZ세대가 정한 이름 '북향민' 북향민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온'이 <민주주의 리더십 스쿨(Democracy and Leadership School) 사회활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Z세대(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우리온
물론 여전히 '탈북민'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들의 의견 역시 존중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향민'이라는 이름이 현 정권의 입맛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 북향민들 안에서 자발적으로 사용돼온 호칭이라는 점이다.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20여 년 전 정동영 장관이 만들어낸 '새터민'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분명하다. 당시 정 장관은 하나원을 방문했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탈북자'라고 놀림을 받아 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아이들이 싫어하는 표현을 대신할 좋은 이름을 주고자 '새터민'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북향민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나온 이름이 '새터민'이었기에 비판을 받았다.
반면 현재 '북향민'은 우리 스스로 원해서,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 호칭이라는 것이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 불리움을 당하는 주체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 안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더욱이 지금은 탈북 입국자 수도 현저히 줄었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시대에 맞는 의견이 수용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이름은 우리 사회의 거울
여기서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호칭 논쟁은 사실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의 문제는 단지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려 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탈북민'이라는 말은 분단과 이념의 언어에 가깝다. 반면 '북향민'은 고향과 그리움, 통일의 언어에 가깝다. 이름 하나에도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북한 지역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다. 이 헌법적 맥락에서도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은 자연스럽다. 이는 단지 북향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 북이 언젠가 만나게 될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다.
호칭 하나 바꾼다고 북향민 사회가 당장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호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향민들의 정착 관련 정책 개선과 피부로 와닿는 지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이 모든 호칭 논의가 필요 없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대한민국에 왔을 때 애초에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논쟁은 부질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우리에게 '명찰'이 필요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가장 순화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 아닐까.
호칭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그리고 서로의 목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드러내는 잣대다. 정치적 성향이나 정권의 색깔론으로 서로를 재단하기보다 옳은 것은 옳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 바로 그런 민주주의 사회가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4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24년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에서 생의 반씩을 살아온 경험으로, 왜곡된 인식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북한주민, 북향민의 삶을 전하려 합니다. 남북을 잇는 다리로서 ‘사람의 통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정동영 장관이 쏘아 올린 '북향민', 당사자인 우리가 원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