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9.30 11:50수정 2025.09.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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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갑자기 뒷동산이 시끄럽다. 무슨 소리일까 창문을 열자 산소에 풀을 깎는 소리다. 아, 추석이 가까워오는구나! 삶과 장례 문화가 바뀌었지만,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매장 문화다. 시골에는 추석을 맞이하는 모습이 변함없는 이유다. 우선은 부모님 묘소가 궁금했다.
주말을 잡아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수시로 찾아갔지만 칡덩굴과 잡초가 무성하다. 낫으로 칡덩굴을 걷어내고 조카와 함께 예초기를 둘러멨다. 봉분의 잡초를 깎고 부근의 풀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오랜만에 하는 노동은 피곤하지만 가지런하게 정리된 묘소를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얼른 술 한잔을 올리고 인사를 한다.
추석이 돌아오면 해마다 하는 연례 행사다. 세월은 성큼 변해 벌초 문화도 바뀌었다. 묘소를 정리하고 납골묘나 수목장으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벌초는 추석 무렵의 대세다. 부근의 산소에도 친척들이 모여 산소를 정리하고 도시락을 먹는다. 그간의 삶을 이야기하며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한다.

▲익어가는 가을 들녘 여름을 이겨낸 밭 곡식들도 익어가고 있다. 추석에 즈음하여 풍성해지는 가을 들녘, 수수가 익고 인심마저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박희종
시골길을 오가는 곳곳에는 현수막이 펄럭인다. 각종 축제를 알리는가 하면 벌초를 대행해 준다는 현수막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있음을 알게 한다. 일상이 바빠서 벌초를 하기 어려운 사람은 산소 위치만 알려주면 된단다. 벌초 대행 업체에서 벌초를 하고 사진을 보내주면, 벌초한 비용만 보내주면 된다는 세상이다.
추석 무렵의 시골 풍경은 다양한 모습으로 바쁘다. 아침 체육관으로 향하는 시간은 오전 7시다. 얼른 차를 몰고 나서는 시골길, 동네 어귀가 시끄럽다. 동네에 들어오는 길에 잡초를 제거하는 소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가의 잡초를 깎는 모습, 추석 무렵에 해오는 풍경들이다. 풀을 깎고 길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모습, 추석을 알려주는 풍경이다.
북적북적, 정겨운 추석 무렵 시골 풍경
주말을 맞아 지나는 길가엔 주차 차량들이 많다. 곳곳에 들어선 차량들,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산소를 정리하고 풀을 깎는 시골 길의 모습이다. 시골 동네 예초기를 고쳐주는 곳도 문전성시다.
도시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에게 예초기는 낯선 기구다. 조작법도 서툴고 고장이 나면 방법이 없으니 수리점을 찾아야 한다. 시골이지만 이래저래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유다. 곳곳에 있는 식당들도 신이 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선다. 각지에서 모인 친척들이 산소를 정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온 것이다.
한바탕의 노동 끝에 만난 친척들, 막걸리 잔이 오고 간다. 그동안의 삶을 풀어놓는 시간은 길다. 끝날 줄 모르는 삶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엇이 그렇게도 할 말이 많을까? 기어이 산소문제로, 토지문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사람 사는 곳에 모든 것이 원만할 수가 있다던가? 돈 앞에 가릴 것도 없이 고성이 오고 가는 추석 전의 풍경이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 가을이 성큼 익어가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시골은 바쁘게 돌아간다. 묘소를 정리하고 길가에 풀을 깎아야 하며, 길가의 노점상들도 바쁘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이 한결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박희종
길가에 선 노점상들도 한 철을 맞이했다. 포도 상자가 쌓여있고, 늙은 호박이 등장했다. 여름 배추가 진열됐고 가을을 알려주는 알밤도 등장했다. 추석을 겨냥한 갖가지 농산물이 진열된 노점상이다. 길가에 들어선 과일 가게도 추석을 벼르고 있다. 불황과 더위로 허덕이던 상점들도 추석이 돌아왔으니 한몫을 잡으려 한다. 과일을 수북이 쌓아 놓고 손님을 부른다. 동네 초입도 모습을 바꾸었다.
가지런히 단장된 도로 위에 대형 현수막이 펄럭인다.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다.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났던 고향이다. 얼마나 성공을 거두고 돌아올까? 떠난 사람들을 남아있던 사람들이 반겨주는 고향이다. 성공을 했어도 좋고, 아니면 불편한 삶이어도 안아주는 고향 땅이다. 추석 전의 다양한 시골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은 널따란 들판이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출렁거리고, 황갈색으로 익은 수수가 하늘에 솟아있다. 푸르른 가을 배추밭이 풍요롭다. 밝은 햇살이 찾아와 익은 벼이삭이 반짝인다. 오래 전 아버지를 따라 산소에 가던 철부지, 이젠 앞장서서 산소에 간다. 세월은 성큼 앞서가며 어서 오라 한다. 언제나 함께 할 줄 알았던 부모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세월은 어림없다는 듯이 추석이 오고 있다.
깜짝 놀라 날아가는 뜸부기가 추억을 불러준다. 서울 가신 오빠를 생각나게 하는 새, 누렇게 익은 논에서 먹이를 찾다 놀란 모양이다. 미안함과 그리움 속에 바라보는 하늘은 마냥 푸르다. 가을이 익어가는 시골 모습, 추석이 오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시골 풍경이 정겨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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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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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방문 환영' 펄럭, 시골은 벌써 시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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