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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언덕 위의 집들이 모여 만든 풍경화

추석, 동구 산복도로와 사하구 감천동이 들려주는 사회적 안부

등록 2025.09.30 14:27수정 2025.09.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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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깔린 언덕 위에 켜진 불빛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신호다. 산복도로의 집들은 좁은 골목과 가파른 계단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루를 버틴다.
어둠이 깔린 언덕 위에 켜진 불빛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신호다. 산복도로의 집들은 좁은 골목과 가파른 계단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루를 버틴다. 정남준

 화려한 색채로 덮인 감천동의 집들은 버텨온 삶의 흔적이자 동시에 불평등의 현실을 감추는 장막이다. 이곳은 여전히 서민들이 살아내는 현재진행형의 마을이다.
화려한 색채로 덮인 감천동의 집들은 버텨온 삶의 흔적이자 동시에 불평등의 현실을 감추는 장막이다. 이곳은 여전히 서민들이 살아내는 현재진행형의 마을이다. 정남준

추석 명절이 곧 돌아온다. 오랜 세월 달빛을 바라보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던 시간은 이제 도시의 불빛과 집들의 색채로 대체되었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와 사하구 감천동은 바로 그 불빛과 색채로 오늘 우리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산복도로는 가파른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로 이루어진다. 밤이 되면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이 골목마다 별처럼 번진다. 겉으로는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그 빛은 사실 삶을 버티는 신호,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작은 사회적 맥박이다. 일방적 개발에서 난감한 채, 가파른 계단과 낡은 집 속에서 이어지는 삶의 고단함이 불빛 너머에 숨어 있다.

낮의 감천동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알록달록한 색채로 덮인 집들이 언덕을 가득 채우며 화려한 풍경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서민들이 세월의 무게 속에서 버텨낸 흔적이자, 현실을 예술로 바꾸어낸 생활의 자취다. 동시에 그 화려함은 '문화마을' 관광지로 소비되는 이미지 뒤에 감춰진 주거 불안과 노후화, 그리고 삶의 고단함을 가리고 있기도 하다.

추석은 풍성한 명절로 기억되지만, 이 집들이 던지는 질문은 불편하다. "당신의 안부는 괜찮은가. 우리 사회의 안부는 안녕한가." 고향을 잃고, 집값에 짓눌리며, 불평등한 도시 구조 속에 밀려나는 현실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다.

산복도로의 불빛과 감천동의 색채는 오늘도 우리를 향해 묻는다. 명절이 단순한 가족의 재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때, 추석은 비로소 그 본뜻을 되찾을 것이다.

달빛은 흐려져도 산복도로의 불빛은 꺼지지 않습니다. 감천동의 색채는 오늘도 삶을 이어냅니다. 올 추석, 서로의 안부를 시처럼 건네며 작은 불빛 하나라도 지켜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산복도로 #감천문화마을 #도시재생 #비주류사진관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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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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