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색채로 덮인 감천동의 집들은 버텨온 삶의 흔적이자 동시에 불평등의 현실을 감추는 장막이다. 이곳은 여전히 서민들이 살아내는 현재진행형의 마을이다.
정남준
추석 명절이 곧 돌아온다. 오랜 세월 달빛을 바라보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던 시간은 이제 도시의 불빛과 집들의 색채로 대체되었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와 사하구 감천동은 바로 그 불빛과 색채로 오늘 우리의 안부를 묻고 있다.
산복도로는 가파른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로 이루어진다. 밤이 되면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이 골목마다 별처럼 번진다. 겉으로는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그 빛은 사실 삶을 버티는 신호,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작은 사회적 맥박이다. 일방적 개발에서 난감한 채, 가파른 계단과 낡은 집 속에서 이어지는 삶의 고단함이 불빛 너머에 숨어 있다.
낮의 감천동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알록달록한 색채로 덮인 집들이 언덕을 가득 채우며 화려한 풍경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서민들이 세월의 무게 속에서 버텨낸 흔적이자, 현실을 예술로 바꾸어낸 생활의 자취다. 동시에 그 화려함은 '문화마을' 관광지로 소비되는 이미지 뒤에 감춰진 주거 불안과 노후화, 그리고 삶의 고단함을 가리고 있기도 하다.
추석은 풍성한 명절로 기억되지만, 이 집들이 던지는 질문은 불편하다. "당신의 안부는 괜찮은가. 우리 사회의 안부는 안녕한가." 고향을 잃고, 집값에 짓눌리며, 불평등한 도시 구조 속에 밀려나는 현실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다.
산복도로의 불빛과 감천동의 색채는 오늘도 우리를 향해 묻는다. 명절이 단순한 가족의 재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때, 추석은 비로소 그 본뜻을 되찾을 것이다.
달빛은 흐려져도 산복도로의 불빛은 꺼지지 않습니다. 감천동의 색채는 오늘도 삶을 이어냅니다. 올 추석, 서로의 안부를 시처럼 건네며 작은 불빛 하나라도 지켜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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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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