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 기록 공유
정누리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혼자 뛰든, 가족들과 뛰든, 어떤 장소에서든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러닝 앱을 통해 전국의 러너들과 '추석 챌린지'를 하는 것도 하나의 유행이다. 추석 연휴 동안 어디서 어떤 코스로 뛰었는지 공유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지로 이동하는 추석이니만큼 평소보다 더 다채로운 러닝 코스들이 나온다. 사진 밑 내용도 볼거리 중 하나다.
가족들과 함께 뛴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날쌘 조카들과 스프린트를 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햇볕을 쬐며 슬로우 조깅을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친척들에게 달갑지 않은 잔소리를 들어 몰래 러닝화를 들고 나가기도 한다. 어느새 찜찜했던 맘은 모두 날아가고, 지금 이 순간 호흡하는 숨소리만 들린다. 매 해마다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이 다르듯, 한 바퀴 달리고 오면 출발했을 때와 도착했을 때의 내 맘도 다르다.
이번 명절에는 시간을 내어 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일 듯하다. 실제로 요 몇년 새 러너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대표 러닝 앱인 런데이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고, 가민 커넥트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서는 한국 사용자의 주간 평균 러닝 거리가 9.17km, 한 번에 달린 평균 최장 거리도 17.7km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러닝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가족들과 함께 달린다면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차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인도를 이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에서는 들개나 농기구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긴 연휴에 모처럼 달리다 보면 과욕을 부리기 쉬운데, 무리한 페이스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석 음식으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 바로 달리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런 점을 주의한다면, 달리기는 명절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된다.
추석은 농부에게도, 러너에게도 수확의 계절이다. 농부는 탐스러운 과일로, 러너는 신기록으로 돌려받는다. 이제 난 여름을 섭섭하지 않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날이 더 추워진다 한들, 내 몸 안에서 열을 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긴 추석 연휴, 아직 계획 없고 어딘가로 떠나기에도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신발 한 켤레만 꺼내보자.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 높아진 하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수많은 러너들이 보일 것이다. 그때야말로 우리는 추석이 다가왔음을,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다음 '가을의 전설'을 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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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반갑습니다. 정누리입니다.
snflsnfl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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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저는 전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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