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디즈니플러스
살인, 추적, 위협까지. 이렇게만 적으면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아주 잔혹하고 자극적인 추리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겠다. 특히 방송보다는 높은 심의 등급을 받는 데에 눈치를 덜 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무수히 만든 그런 드라마들처럼.
하지만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코미디이기도 하다. 그것도 날카롭고 어두운 코미디가 아니라 따스하고 온정적인 코미디. 이 드라마의 플랫폼인 디즈니가 주로 추구해 온 가족적인 코미디에 가깝다. 물론 살인범이 등장하는 드라마이니 인간성의 극단적이고 어두운 면을 아예 다루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그런 측면을 더욱 음험하고 자극적으로 부풀리기보다 담담하고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한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따스한 코미디와 긴장감 넘치는 추리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드라마다. 온화하지만 그 분위기 속에서 냉혹한 사건이 벌어지고 유쾌하지만 그 뒤로는 팽팽한 긴장감이 조여 온다. 이런 성격이 혼재된 개성 덕분에 이 드라마는 끔찍한 사건을 다루지만 전반적인 묘사에서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톤을 보인다.
내가 시청하는 걸 누군가 지나가면서 힐끔 쳐다봐도 전혀 부담이 없지만 동시에 충분한 자극을 주며 시청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작품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드라마는 만듦새와 출연진들의 연기력도 출중하다. 에피소드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짜임새 넘치는 묘사와 지루할 틈이 없는 삼인방의 앙상블 연기가 펼쳐진다.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서 나는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가 추리물이지만 동시에 온화한 코미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 온정적인 태도를 주인공 삼인방을 향해서도 보인다. 사실 주인공 삼인방은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그다지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찰스 헤이든 새비지는 90년대에는 잘나가는 배우였지만 드라마 시점에선 한물간 배우다. 올리버 퍼트넘 역시 한때 잘나가던 연출자였지만 현재는 누구도 일을 주지 않아 월세조차 버거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노년의 두 주인공에 비해 젊은 캐릭터인 메이블 모라의 상황이 나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메이블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리고 작중에서 발생한 사건이 메이블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벽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발을 삐끗하여 넘어진 상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찰스와 올리버는 노년의 캐릭터다. 더 이상 변하고 발전할 것도 없이 마무리만 남은 시기라 세상 사람들이 여기는 그 노년 말이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기란 없다.
찰스와 올리버 그리고 메이블은 과거의 과오와 현재의 좌절에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다시 실책을 저지르고 배신을 당하며 좌절하길 반복하지만 동시에 그런 사건들을 계기로 더욱 성숙해지고 성장하기도 한다. 또한 삶의 많은 변화를 겪기도 한다. 앞서 나는 이 드라마가 가족적인 코미디에 가깝다고 했는데, 이 드라마는 성격도 세대도 전혀 겹치지 않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캐릭터가 마치 가족처럼 뭉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해 추석은 10월이다.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이렇게 해만 지나는 것 같아 우울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휴 동안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를 보며 찰스와 올리버 그리고 메이블을 만나보길 바란다. 삶에 늦은 시기란 없고 우리는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연휴 이후에 다시 달릴 수 있을 만큼 마음을 회복할 것이다.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마지막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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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지 않은 걸로 골랐어요, 추석 연휴엔 이것과 함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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