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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 원자력 산업계가 감추는 SMR의 불편한 진실

[기후의 시간] 새로운 포장지 속 오래된 기술 '소형모듈원자로'

등록 2025.10.14 14:55수정 2025.10.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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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경호

최근 정부와 정치권, 원자력계가 앞다투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홍보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깨끗한 에너지, 안전하고 경제적인 차세대 원전이라는 그럴듯한 수사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면 SMR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원자로의 역사는 애초에 소형에서 출발했다.

1950년대 군사용 잠수함과 항공모함에 탑재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가 먼저 개발되었고, 초기 상업 원자로 역시 소규모였다. 하지만 출력이 작은 원자로는 대형 원자로에 비해 발전 단가가 비싸 수익성이 떨어졌다. 인력·보안·인허가 등 고정 비용은 비슷하게 드는 데 전력 생산량은 적으니, 단위 전력당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업 원전은 1970년대 이후 점점 대형화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대형 원전 신규 건설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원자력 산업계는 다시 '소형 원자로'를 꺼내 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70여 종의 SMR 설계가 전 세계적으로 연구 중이지만, 대부분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상업 운전 실적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SMR은 수십 년 전부터 검토되고 폐기되었던 소형 원자로 개념을 모듈화와 안전성 강화라는 미명 하에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산업계가 "새로운 미래"라고 내세우지만 이는 원자력 산업의 위기를 가리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SMR의 다양한 설계와 되풀이되는 기술적 난제

 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한국수력원자력

SMR은 사용되는 냉각재와 감속재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대형 원자로와 기술적 원리는 동일하지만, 규모가 작고 모듈화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오히려 더 큰 기술적 문제와 안전성 우려를 낳고 있다.

경수로 SMR의 경우 가장 전통적인 형태로, 기존의 대형 경수로(PWR)를 소형화한 모델이다. 미국 뉴스케일, 한국의 SMART가 대표적이다. 기술적으로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본질적 약점은 경제성이다. 소형 원자로도 대형 원자로와 동일한 인허가, 인력, 보안, 운영 비용이 들어가지만 전력 생산량은 훨씬 적다. 결국 단위 전력당 비용은 더 커지고 이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뉴스케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3년 35MW 설계로 시작했으나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출력을 늘려 77MW까지 확대했지만, 미 유타주의 무탄소 전력 프로젝트가 취소되며 사실상 좌초했다. 경수로 SMR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더라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본질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사용되는 소듐은 열전도성이 뛰어나 매력적 냉각재로 꼽히지만, 물과 접촉하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증기발생기에서 소듐과 물이 만나면 화재와 폭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원자로 안전에 치명적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추진했던 고속증식로는 결국 소듐 누설과 화재 사고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 끝에 모두 중단되었다. 각국이 수십 년간 다양한 설계를 시도했으나 안정된 표준을 확립하지 못했고, 현재 미국·일본·러시아 등이 다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납냉각고속로(LFR)는 납이나 납-비스무스를 사용하는 고속로는 과거 소련 잠수함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있으나 상업적 경험은 전무하다. 납-비스무트는 고온에서 금속을 심하게 부식시키며, 장기 운전 시 재료 피로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납-비스무트가 중성자 포획 반응으로 치명적 방사성 동위원소인 폴로늄-210을 생성한다는 점이다. 폴로늄-210은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며, 작업자 안전과 폐기물 관리에 큰 부담을 준다. 게다가 납과 납-비스무트는 밀도가 매우 높아 구조물에 큰 기계적 하중을 가해 설계와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킨다.

융용염원자로(MSR)는 고온의 용융염을 냉각재이자 연료로 사용하는 개념으로, 인도네시아 ThorCon, 영국 Moltex, 덴마크 Seaborg의 CMSR 등이 있다. 가장 큰 난제는 부식이다. 용융염은 고온에서 금속 구조재를 지속적으로 침식하며 장기 운전에 견딜 수 있는 재료는 개발되지 않았다. 연료가 순환하기 때문에 요오드-131, 크립톤, 제논 같은 휘발성 방사성 핵분열생성물이 설비 전반에 퍼질 위험이 있고, 온도가 내려가면 용융염이 굳어 배관을 막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흑연 감속재는 중성자 조사로 방사화되어 해체와 폐기물 처리 부담도 크다.

헬륨을 냉각재로,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고온가스로(HTGR)는 이론적으로 900°C 이상의 초고온을 낼 수 있어 수소 생산과 같은 미래 에너지 활용이 주목받았다. 중국의 HTR-PM은 세계 최초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고 미국 Xe-100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헬륨은 원자 크기가 작아 고압 상태에서 쉽게 누출되며 무색·무취라 탐지조차 어렵다. 흑연은 고온에서 산소와 접촉할 경우 연소할 수 있어 산소 차단과 격납 설계가 필수이며, 이는 곧 막대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구조재 역시 고온에서 열화되어 장기 운전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처럼 각 노형은 모두 독특한 장점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각각의 치명적 기술적 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작다'는 장점이 곧 냉각 능력 부족, 재료 열화, 격납 구조 취약성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경제성의 환상과 규제의 공백

 2024년 7월 11일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한수원의 군위 SMR 설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24년 7월 11일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한수원의 군위 SMR 설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정훈

SMR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모듈화·대량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원자로는 자동차처럼 수천 대씩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며 시장 수요도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량생산 효과를 얻기 어렵고 결국 건설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캐나다에서 추진 중인 300MW급 SMR 4기 건설에는 약 21조 원, 10년의 건설 기간이 예상된다. 이는 대형 원전보다 저렴하지 않으며 오히려 단위 전력당 비용은 더 비싸다.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서 9월 22일 착공이 발표된 오클로 SMR은 경제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클로는 2027년 말 상업운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허가 절차, 구조물 공사, 계통 연계 시험 등 수년의 과정이 남아 있어 계획대로의 가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설 비용도 문제다. 오클로 측은 약 945억 원 규모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15MW급 단일 Aurora 건설에만 약 99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평균 추정치 역시 약 700억~1600억 원으로 상당한 금액이고, 건설 지연이나 물가 상승 리스크를 반영하면 2000억 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저렴하다"는 홍보와 달리 SMR의 경제성은 허구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핵폐기물이다. 스탠퍼드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SMR은 동일한 전기 생산량 기준으로 대형 원전에 비해 2~5배, 많게는 5.5배의 고준위 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 원자로가 작을수록 중성자 누설이 커지고, 이는 방사성 핵종 생성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폐기물 관리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기술을 '미래형 친환경 원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규제 문제도 심각하다. SMR은 도심 인근 설치 가능성을 내세우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행 20~30km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수백 미터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안전성을 희생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실증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기관이 허가를 내주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정 SMR 설계에 맞춘 규제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규제기관 본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2025년판 SMR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27개의 SMR 설계가 확인되었으나, 이 중 상당수는 아직 실제 개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취소·중단된 상태이다.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것은 고작 7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원자력 업계는 "강력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라는 장밋빛 수사를 내놓지만, 실질적으로는 초기 설계 단계조차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연료 문제는 심각하다. 검토된 SMR 설계 중 60% 이상인 47개가 현재 상업적으로 전혀 공급되지 않는 신형 연료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30개는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 10~20% 농축)이라는 아직 생산 인프라조차 없는 연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HALEU를 확보한 설계는 절반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국가 연구소와의 비구속적 협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시 말해 핵심 연료 공급망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운 상용화'를 운운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지적하듯 SMR은 점점 더 다양한 연료 형태(복합 세라믹 연료 등)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들 연료는 제작 기술, 검증 시험, 안전성 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기존 대규모 경수로에서 사용하는 표준 산화우라늄 연료와 달리, 대부분은 시험조차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결국 원자력계 스스로도 SMR이 아직 설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연료도 확보되지 않았으며,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원자력 산업계는 이러한 근본적 불확실성을 감춘 채 "탄소중립과 수출산업의 미래"라는 홍보 문구로 포장해 정책 결정자와 시민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을 빌미로 한 일종의 '기술적 도박'에 다름 아니다.

한국은 이미 SMR 개발에 25년간 5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7년 SMART 개발을 시작했으나 담수화용으로 추진되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폐기되었다. 이후 여러 정권에서 수출용으로 재추진했으나 실패했고,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발 SMR 열풍에 편승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에 성공한 SMR은 아직 단 한 기도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금 이 순간이 골든타임이다. 실증도 되지 않은 SMR에 매달리며 수십 년을 더 허비할 여유는 없다. 이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전력망 효율화 등 검증된 대안이 존재한다. 시민에게 더 비싼 전기요금과 더 큰 방사능 위험을 떠넘기는 SMR에 또다시 수십 년과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다.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원자로가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다. SMR은 미래 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라 원자력 산업계가 만든 또 하나의 허상이다.
#SMR #원전 #소형모듈원자로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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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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