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 11일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한수원의 군위 SMR 설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정훈
SMR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모듈화·대량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원자로는 자동차처럼 수천 대씩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며 시장 수요도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량생산 효과를 얻기 어렵고 결국 건설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캐나다에서 추진 중인 300MW급 SMR 4기 건설에는 약 21조 원, 10년의 건설 기간이 예상된다. 이는 대형 원전보다 저렴하지 않으며 오히려 단위 전력당 비용은 더 비싸다.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서 9월 22일 착공이 발표된 오클로 SMR은 경제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클로는 2027년 말 상업운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허가 절차, 구조물 공사, 계통 연계 시험 등 수년의 과정이 남아 있어 계획대로의 가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설 비용도 문제다. 오클로 측은 약 945억 원 규모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15MW급 단일 Aurora 건설에만 약 99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평균 추정치 역시 약 700억~1600억 원으로 상당한 금액이고, 건설 지연이나 물가 상승 리스크를 반영하면 2000억 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저렴하다"는 홍보와 달리 SMR의 경제성은 허구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핵폐기물이다. 스탠퍼드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SMR은 동일한 전기 생산량 기준으로 대형 원전에 비해 2~5배, 많게는 5.5배의 고준위 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 원자로가 작을수록 중성자 누설이 커지고, 이는 방사성 핵종 생성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폐기물 관리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기술을 '미래형 친환경 원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규제 문제도 심각하다. SMR은 도심 인근 설치 가능성을 내세우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행 20~30km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수백 미터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안전성을 희생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실증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기관이 허가를 내주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정 SMR 설계에 맞춘 규제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규제기관 본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2025년판 SMR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27개의 SMR 설계가 확인되었으나, 이 중 상당수는 아직 실제 개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취소·중단된 상태이다.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것은 고작 7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원자력 업계는 "강력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라는 장밋빛 수사를 내놓지만, 실질적으로는 초기 설계 단계조차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연료 문제는 심각하다. 검토된 SMR 설계 중 60% 이상인 47개가 현재 상업적으로 전혀 공급되지 않는 신형 연료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30개는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 10~20% 농축)이라는 아직 생산 인프라조차 없는 연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HALEU를 확보한 설계는 절반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국가 연구소와의 비구속적 협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시 말해 핵심 연료 공급망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운 상용화'를 운운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지적하듯 SMR은 점점 더 다양한 연료 형태(복합 세라믹 연료 등)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들 연료는 제작 기술, 검증 시험, 안전성 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기존 대규모 경수로에서 사용하는 표준 산화우라늄 연료와 달리, 대부분은 시험조차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결국 원자력계 스스로도 SMR이 아직 설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연료도 확보되지 않았으며,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원자력 산업계는 이러한 근본적 불확실성을 감춘 채 "탄소중립과 수출산업의 미래"라는 홍보 문구로 포장해 정책 결정자와 시민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을 빌미로 한 일종의 '기술적 도박'에 다름 아니다.
한국은 이미 SMR 개발에 25년간 5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7년 SMART 개발을 시작했으나 담수화용으로 추진되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폐기되었다. 이후 여러 정권에서 수출용으로 재추진했으나 실패했고,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발 SMR 열풍에 편승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에 성공한 SMR은 아직 단 한 기도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금 이 순간이 골든타임이다. 실증도 되지 않은 SMR에 매달리며 수십 년을 더 허비할 여유는 없다. 이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전력망 효율화 등 검증된 대안이 존재한다. 시민에게 더 비싼 전기요금과 더 큰 방사능 위험을 떠넘기는 SMR에 또다시 수십 년과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다.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원자로가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다. SMR은 미래 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라 원자력 산업계가 만든 또 하나의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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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 원자력 산업계가 감추는 SMR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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