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꽃 소년, 박노해, 느린걸음, 2024. 리뷰 도서의 표지 이미지
느린걸음
그리고 '1시간에 50원'으로 빌려야 했던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어머니 몰래 저금통에서 돈을 꺼냈던 사건을 떠올리며, 나중에 그 사실을 안 어머니가 돈 100원을 건네며 자신 앞에서 마음껏 타보라고 했던 아련한 추억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까마득한 시절의 기억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에, 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이처럼 생생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주위의 따듯한 마음을 지닌 이들과 함께 외롭고 힘든 시기를 겪어냈던 저자의 과거는 또한 비슷한 시절을 살아왔던 이들에게 공감을 안겨줄 것이다.
"나의 졸업장은 빛나지 않았다. 눈발 날리는 교정을 돌아보니, 빛나는 나의 길은 학교라는 저 너머에 있는 듯했다. 학교는 그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나에게 놀라운 선물을 안겨주었다."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그날 소년 졸업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다가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다. 저자의 어머님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에, 자식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졸업식 날 저자의 곁에는 부모님 없이 할머니랑 사는 같은 처지의 광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초등학교 졸업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광선이는 졸업식이 끝난 후 저자에게 다가와 그동안 자신이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비록 부모님이 오시지 못한 졸업식이지만, 비슷한 처지의 광선이가 옆에 있어 저자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광선이와 더불어 장터 국밥 집으로 가서 나중에 갚기로 주인에게 약속을 하고, 저자는 당돌하게 국밥 두 그릇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밥집 주인에게 그런 저자의 모습이 한없이 대견하게 여겨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주인이 흔쾌히 제공한 국밥을 두 친구가 나란히 앉아 먹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되고 첫 방학 때 신문 배달을 해 번 돈으로 외상값을 갚"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주인에게 아주머니에게 '동동구르모 한 통' 선물한 사연으로 저자의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거쳐 청소년기로 접어들었으며, 세상에 맞서 살면서 더욱 단단해진 존재로 성장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끝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통해서,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기억되는 순간은 영혼의 순수가 가장 빛나던 시간, 삶의 정수만을 살았던 소박하고 순정한 날들"로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은이),
느린걸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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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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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날 먹은 '외상' 국밥, 먹먹한 시인의 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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