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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 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1년에 최소 2억 3천만 원 쓴다

[구영식의 사건파일] 회계자료 분석...감독·코치의 급여부터 상여금·퇴직금까지 모두 학부모 부담

등록 2025.10.15 06:50수정 2025.10.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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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호씨는 지난 2006년 <초등학교 야구부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석사학위논문(강원대 교육대학원)에서 당시 초등학교 야구팀과 선수가 감소한 이유 중의 하나로 '경제적 비용'을 들면서 "야구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경기종목으로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부모가 느끼는 야구부의 문제점을 다중 응답 분석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재정적인 부담'이 1순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재정적인 부담을 진로가 아직 결정되지 않을 시기인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교육청·학교에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학부형들의 바람으로 보인다. 또 재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학교, 학부형, 지도자와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현재 초등학교 야구부의 현실이다."(54쪽)

이 논문이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은 초등학교 야구부의 1순위 문제였던 '재정적인 부담'이 해결됐을까? <오마이뉴스>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의 회계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야구부 학부모회가 1년에 부담하는 비용이 최소 2억 3500여 만 원에 이르렀다. '서울 강남'이라는 특수성을 헤아리더라도 야구부 선수를 둔 학부모들의 부담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구부 선수 30명 안팎, 월 정기회비 규모 1800만 원 수준

 서울 강남 D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규약 제5장. 정기회비는 수석코치 등의 인건비, 식대와 간식비, 소모품비, 물품구입비 등에 쓰인다고 적시돼 있다.
서울 강남 D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규약 제5장. 정기회비는 수석코치 등의 인건비, 식대와 간식비, 소모품비, 물품구입비 등에 쓰인다고 적시돼 있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는 지난 9월 16일 <교육지원청, 왜 강남의 초등학교 야구부 감사에 나섰나>라는 기사를 통해 ▲불공정한 12세 이하(U-12) 국가대표 선발 ▲학부모로부터의 금품 수수 ▲학부모에게 세탁을 맡기는 등의 갑질(지위남용) ▲학부모에게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요구 등 서울 강남 소재 D초등학교 야구부 K감독을 둘러싼 의혹들과 함께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이례적으로 해당 학교를 이틀 동안 실지감사를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교육지원청, 왜 강남의 초등학교 야구부 감사에 나섰나 https://omn.kr/2f9lw)

<오마이뉴스>는 이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D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에서 작성한 회계자료의 일부를 입수했다. 이는 2020년(3개월치)과 2021년(11개월치), 2023년(6개월치) D초등학교 야구부 운영비 지출내역들에 관한 자료다. 이 회계자료를 작성한 야구부 학부모회는 야구부 발전 도모, 회비를 통한 야구부 재정 확보, 야구부의 원활한 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야구부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학부모가 회원이다. 1년 임기의 임원으로 회장과 총무, 감사를 두고 있다.

야구부 학부모회 규약 제2장(회원)와 제5장(재정)에 따르면 야구부 학부모회의 재정은 정기회비와 특별회비 등으로 충당하고, 이를 위해 매달 "정기회비, 특별회비, 기타 모든 제반 경비"가 포함된 회비를 내야 한다. 정기회비는 인건비, 식대 및 간식비, 야구부 운영 소모품비, 물품구입비 등에 사용되고, 특히 인건비에는 "수석코치, 보조코치 등 지도자들의 급여, 성과상여금, 4대보험기관 부담금" 등이 포함된다. 정기회비는 야구부 운영을 위한 재정의 중심축이다.

야구부 학부모회 규약(제5장 제18조)에는 "정기회비는 학년별로 아래표를 기준으로 차등하여 부과하며 매달 스쿨뱅킹으로 해당금액을 징수하여 집행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3학년 이하 45만 원, 4학년 50만 원, 5학년 56만 원, 6학년 62만 원의 정기회비를 냈다. 2021년과 2023년에는 정기회비가 5만 원씩 올라 각각 50만 원/55만 원과 55만 원/60만 원, 61만 원/66만 원, 67만 원/72만 원을 부담했다. D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는 30명 안팎으로 이들이 내는 월 정기회비 규모는 총 1800만 원 안팎이다. 이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2억 1600만 원에 이르는 규모다.


K감독, 보너스와 퇴직금 등 합쳐 '1466만 9160원~1769만7220원'

 서울 강남 D초등학교 K감독은 2023년 2월 성과상여금과 퇴직금을 포함해 총 1769만7220원의 급여를 받았다.
서울 강남 D초등학교 K감독은 2023년 2월 성과상여금과 퇴직금을 포함해 총 1769만7220원의 급여를 받았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울 강남 D초등학교의 K감독은 2021년 2월 보너스와 퇴직금까지 받아 총 1466만9160원을 챙겼다. (4대 보험료 포함)
서울 강남 D초등학교의 K감독은 2021년 2월 보너스와 퇴직금까지 받아 총 1466만9160원을 챙겼다. (4대 보험료 포함) 오마이뉴스 구영식

정기회비 등 학부모들이 내는 회비의 대부분은 야구부 감독과 코치의 인건비로 들어간다. 야구부 학부모회 규약에 따르면, 야구부 코치(수석코치와 보조코치)의 급여와 성과상여금, 4대보험료 등이 회비로 충당된다. 급여에는 기본급과 급식비, 후원회비, 수당, 성과상여금 등이 포함되는데, 2021년 수석코치(감독)와 보조코치의 기본급은 각각 350만 원과 204만 원으로 책정됐다.


K감독은 2020년 9월 급여(370만 원)와 4대 보험료(64만 원)를 합쳐 총 434만 원을 받았다가 같은 해 11월에는 462만5000원의 보너스가 추가돼 총 896만5000원을 받았다. 심지어 2021년 2월에는 보너스(462만5000원)와 퇴직금(570만4160원)까지 지급돼 무려 1466만9160원을, 2023년 2월에는 성과상여금(265만5400원)과 퇴직금(632만2390원), 출장비(26만 원)을 합쳐 1769만7220원을 챙겼다. 같은 시기 코치1과 코치2는 각각 448만5000원과 408만 원(2020년 11월), 731만9860원과 697만9320원(2021년 2월), 1102만4920원과 949만6060원(2023년 2월)을 받았다.

수당에는 근속수당과 가족수당, 연차수당, 정기상여금, 명절휴가비 등이 있는데, 규약에 따르면 근속수당은 재직년수에 따라 최대 70만 원까지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2023년 8월에는 정기상여금으로 각각 45만 원씩, 같은 해 9월에는 명절휴가비로 각각 70만 원씩이 감독(1명)과 코치(2명)에게 지급됐다.

성과상여금은 "학생 지도 및 야구부 운영에 공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대하여 기본급의 70%만큼 연 2회까지 지급"할 수 있는데 "지급여부, 지급비율은 후원회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D초등학교 야구부는 2020년 서울컵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당시 감독과 코치에게는 각각 370만 원(100%)과 220만 원(80%), 200만 원(80%)의 성과상여금(성적성과금)이 지급됐다.

학부모 1인당 약 784만 원 부담… 안전기원제 비용 등 고려하면 1000만 원 넘을 듯

 야구대회 때에는 감독과 코치의 숙박비와 주유비도 학부모들이 부담한다.
야구대회 때에는 감독과 코치의 숙박비와 주유비도 학부모들이 부담한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D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계자료는 2020년도 3개월치와 2021년도 11개월치, 2023년도 6개월치다. 이를 바탕으로 급여와 상여금, 성과상여금, 퇴직금, 4대보험료, 간식·소모품, 물품구입비, 대회비용 등에 대한 연단위 지출내역을 분석했다.

2020년과 2021년 2023년에는 각각 약 1억 187만 원과 1억 3575만여 원, 약 1억 5098만 원이 감독과 코치 2명의 급여로 지출됐다. 상여금과 성과상여금으로는 각각 1515만 원과 약 1256만 원, 약 1305만 원, 퇴직금으로는 각각 약 1144만 원(2021년 기준)과 1144만 원, 약 1429만 원이 지급됐다. 4대보험료로는 각각 약 1517만 원과 2128만 원, 2128만 원(2021년 기준)이 소요됐다.

인건비(급여) 외에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간식·소모품 비용이다. 2020년 4370만 4000원, 2021년 4140만 5333원, 2023년 4281만 원이 간식·소모품 비용으로 쓰였다. 이와 함께 야구대회 때에도 각각 약 284만 원(2020년)과 1004만 원(2021년), 약 3731만 원(2023년)의 비용이 소요됐고, 물품구입비로는 각각 약 106만 원과 176만 원이 지출됐다. 야구대회 때 소요되는 감독과 코치의 숙박비와 주유비도 학부모들의 부담이다.

이러한 지출을 모두 합하면 야구부를 운영하는 데 2020년에는 1억 9121만 8260원, 2021년에는 2억 3422만 9409원, 2023년에는 2억 7971만 6882원이 쓰였다. 연평균 약 2억 3505만여 원을 쓴 것이다. 야구부 선수를 30명으로 잡았을 때 학부모 1인당 부담한 금액은 약 784만 원이다. 다만 봄철 안전기원제 때 내는 돈(100만 원 안팎), 회비 외에 6학년 학부모들만 상대로 비정기적으로 걷는 돈(25만 원), 감독 등에게 건네는 촌지, 개인 레슨비 등까지 합치면 학부모 1인당 연 부담액은 1000만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금호씨가 지난 2006년 <초등학교 야구부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석사학위논문(강원대 교육대학원)에서 학부모가 느끼는 야구부의 문제점을 다중 응답 분석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재정적인 부담'이 1순위로 나타났다.
백금호씨가 지난 2006년 <초등학교 야구부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석사학위논문(강원대 교육대학원)에서 학부모가 느끼는 야구부의 문제점을 다중 응답 분석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재정적인 부담'이 1순위로 나타났다. 강원대 교육대학원

이러한 재정적 부담 때문에 학부모와 선수, 지도자 등은 KBO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서 지원하거나, 감독과 코치의 급여는 학교에서 전액 지급하거나, 학교와 학부모가 야구부 운영비의 반반씩 부담하거나, 야구발전기금과 동문을 통한 후원회에서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요구해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고등학교 운동부를 육성하기 위한 전임코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수석코치(감독)의 급여를 지원해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D초등학교 야구부는 감독의 교육청 급여 지원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야구부 #강남서초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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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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