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 삼각형의 정의는 '각이 세 개인 도형'이 아니었다.
네이버, 초등수학개념사전
삼각형 3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도형
사실 휴대전화를 사 준 이후, 너는 휴대전화가 게임기냐고 채근한 적은 있지만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검색해 정보를 얻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했다. <초등수학개념사전>과 <국어사전> 실물을 구비해 두고 종종 같이 찾아보겠다고 생각한 적은 많은데 실행으로 옮기지도 못했다.
다음날 이등변 삼각형을, 그다음 날은 정삼각형을 다뤘다. 그때 '정삼각형은 이등변삼각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도 다루었는데, 그것을 기억한 모양이다.
사실 딱 이만큼이 아이와 얼굴 붉히지 않고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양이다.
<7개의 테이프를 이어 붙인 문제> 사건 이후로 나는 '내 안의 평화'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었다. 많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고, 잘 가르쳐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다만,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이야기 나누는 것은 꼭 지키기로 했다. 그것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만.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며칠에 걸쳐 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정삼각형 이야기만 조금 나눴다. 문제집을 특별히 풀지도 않고, 그저 던지듯이.
그러면서도 '세 각'을 말해야 할 때 '세 변'이라고 하거나 '각의 크기'라고 할 때 '각의 길이'라고 할 때마다, 불필요한 말과 부적절한 조사, 정의와 성질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계속 답답해 했다. 내 가슴에는 '이야, 잘 한다. 너 정말 대단하다'가 아닌, '왜 자꾸 이렇게 말하지?' 의문이 가득했다. 다행이라면, 그 답답함이 화로 번지기 전에 공부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열정과 패기가 넘쳤던 1단원과 달리 담백하기 그지없는 2단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담이는 엄마가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 이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오, 그랬어? 기분 좋았겠네."
덤덤하게 말했지만, 가슴속에서는 눈물이 장대비처럼 내렸다.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걸까, 내가 가진 벽이 아이를 저 너머에 닿지 못하게 할까'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아이는 이미 그 벽을 훌쩍 넘어 있었다.
그렇게 간식을 먹고 피아노학원을 다녀온 담이는 저녁 공부를 위해 자리에 앉았다. 나 역시 근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약간의 생기를 되찾아 함께할 수 있었다.
문득, 책가방에서 <수학익힘책>을 꺼내 드는 솔이가 눈에 들어왔다. 솔이는 말없이 내 폰을 가져가 알림장을 확인하더니 스스로 숙제를 했다.
엄마 공부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가까워 온다.
시나브로 우리 집 공기가 달라졌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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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는 힘과 지혜를 동경하며 책 <과학샘의 그라운딩, 자연에서 춤추다>를 펴냈다. 두 아들(초1,4학년)을 키우며 늘 흔들리면서도 읽고 쓰고 나누길 멈추지 않는, 앎을 삶으로, 삶은 예술로, 좋은 건 다 하고 싶은 현실적 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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