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장군 동상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상현 의원, 김 후보, 배준영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과 자유한국당 모두 맥아더 장군을 찾을 때마다 인천상륙작전을 강조한 것에서도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김문수 후보는 당시 지지율 열세 상황 속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강조하며 대역전을 자신했고, 황교안 당시 대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며 '자유 대한민국' 수호의 명분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수 야당=대한민국을 구원한 해방군' vs. '민주 여당=대한민국을 망가뜨린 친북 공산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선물한다. 양당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비록 현재는 열세이지만 인천상륙작전처럼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낙관적 희망을 지지자에게 심어준다. 참배자가 한국전쟁의 영웅 맥아더 장군의 후광을 업으려는 의도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이 낡은 상징자본을 재활용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공당의 지도부가 외국 군인 동상에 참배하는 연출은 단순히 그림의 미감 문제만이 아니다.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고, 진영 양극화를 부추기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기여하는 행위라는 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강성 지지층 결집을 바탕으로 한 장외투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게 크다.
황교안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은 단식과 삭발, 과격한 구호와 색깔론에 매몰됐다.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추느라 음모론도 자주 소환됐고, 대규모 집회를 연달아 열며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큰 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했다. 최악의 위기에 몰렸던 보수 야당은 결국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소환해 혁신과 쇄신의 기조를 천명한 이후에야 간신히 반등에 성공한다.
그런데 6년 만에 맥아더 장군 동상에 참배하는 국민의힘은, 6년 전 실패한 자유한국당 참패의 길을 정확히 그대로 따라가는 분위기이다.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탓이다.
"이승만·박정희 대체할 새 상징... 궁여지책·맹목적 숭배"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인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 간판으로 삼았던 이승만·박정희가 더 이상 힘을 못 쓰게 되자 새로운 상징을 찾은 것 같다"라며 "보수 세력의 반공·친미적 정체성을 고려하면 맥아더라는 이미지를 붙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시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에서도 이승만과 함께 트루먼·맥아더를 배치한 사례가 있었다"라며 "그 나름대로의 내적 연관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또 그는 "박정희는 박근혜 정권 붕괴와 함께 힘을 잃었고, 이승만 역시 윤석열 정권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라며 "결국 강한 미국, 우리를 구원해 줄 미국이라는 믿음을 반영한 것이고, 트럼프에 대한 신앙적 지지와도 연결된다. 살아 있는 트럼프 대신 그 연원으로서 맥아더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심 소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수 정당의 "궁여지책, 혹은 맹목적 숭배에 가깝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보수 정권의 레토릭은 미국·일본과 손잡으면서도 결국 민족 자주와 자존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설득력이 통하지 않는다"라며 "차라리 인천 자유공원 자체를 3·1운동과 임시정부 전신인 한성정부 수립 대회가 열린 장소라는 역사적 의미로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맥아더 장군 동상에 대해 "고증도, 역사적 가치가 부족한 독재시절 유물에 가깝다"라며 "어느 나라가 남의 나라 장군 동상을 세워 기리는가?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시대성은 있으니 보존하되, 다른 박물관 등으로 이전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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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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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맥아더 동상 찾아가 고개 숙인 국힘,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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