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의 횡단보도 정지선 대만은 차량 정지선과 오토바이 정지구역이 동시에 존재한다. 횡단보도 기본 정지선과 오토바이 정지구역을 어기는 차는 일주일의 여행기간 동안 한 번도 관찰하지 못했다.
임은희
오토바이가 없어도 차들은 오토바이 정지구역 뒤쪽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일주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정지선을 어기는 차량을 한 번도 관찰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지선을 어기는 차, 횡단보도와 차도를 오가며 위험하게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볼 수 있는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초록불 시간이 길어질수록 편안한 마음
보행차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가장 오래 걷는 사람들이었다. 건강한 성인이 끄는 유아차나 휠체어보다는 혼자 끌고 가는 휠체어 이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초록불 시작했을 때 출발한 교통 약자보다 뒤늦게 출발해 뛰어서 건너는 성인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특별시 교통실 공개정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은 보행속도 1m/s를 적용해 횡단보도 길이 1m당 1초로 산출하지만 노인보호구역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교통약자 통행을 고려해 보행 속도를 최대 0.7m/s로 적용한다. 20m 횡단보도는 횡단보도 진입 시간 7초를 고려해 일반 구역 내에서는 27초이며, 보호 구역 내에서는 보행 신호 시간이 최대 36초로 적용된다.
지난해부터는 보행 신호시간 연장이 필요한 횡단보도 123개소를 선정해 신호 연장 적용을 했다. 나의 경우, 초록불이 길다고 느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조급하지 않았다. 시간 안에 건너기 위해 미리 인도 앞쪽에 서있거나 차도로 발을 내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오히려 한발 뒤에서 느긋하게 초록불을 기다렸다. 모든 차량이 멈추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안전함을 느꼈다.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 구역이 넓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점은 인도를 침범하지 않는 자전거 주차장 전용 공간이었다. 대만의 타이중도 마찬가지로 자전거 전용 공간이 존재했다.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인도는 충분히 폭이 넓었다. 그렇지 못한 곳은 자전거가 차도의 갓길로 다녔다.

▲(좌) 보행자를 위한 길 (우)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길 (좌)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뉴욕의 자전거 주차장, 종로의 보행로, 필라델피아의 산책로. 자전거가 인도를 침해하지 않고, 인도에는 보행을 방해하는 시설물이 없다. (우) 종로의 자전거 주차장, 명동의 인도, 광화문 광장. 인도를 침해하는 자전거 주차장, 인도를 가로막고 있는 오토바이, 펜스로 둘러싸인 광장의 보행로다.
임은희
광화문 주변의 인도를 떠올렸다. 자전거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고 아무 곳에나 전동 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물건 상하차 트럭의 경우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인도에 차를 세운다.
인도를 창고처럼 쓰는 쓰는 경우도 있다. 집회가 열릴 때 사용하는 경찰의 일부 이동식 펜스는 평소 인도 여기저기에 보관한다.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인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환풍구들과 예고 없이 등장하는 간판들도 보행을 방해한다. 보행 전용 도로에서조차 제일 먼저 잊히는 것은 보행권이다. 보행자들에게는 인도마저 지뢰밭이다.

▲걷기 좋은 거리라 할 수 없는 서울의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지켜지지 않는 정지선, 인도를 점령한 간판, 안전장치가 없는 환풍구, 인도를 주차장으로 트럭
임은희
보행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2011년 6월, 서울시는 도심 전체를 '걷고 싶은 서울길'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 534개 노선 1876km를 관광문화 상품으로 개발하고, 서울 시민의 출퇴근 걷기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걷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관광용 산책로 정비도 좋지만 평소에 마음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사람이 지나가면 운전자가 안전 거리를 지키며 기다려주는 길, 인도의 설치물은 최대한 줄이고, 계획 단계부터 사람을 위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원한다. 사람을 배려하는 길을 걷고 싶다.

▲미국 산타모니카의 자전거 전용도로 차도, 인도와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차로부터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물이 있어서 보행자의 경우 이중으로 보호받는다.
임은희
쩨쩨하고 궁핍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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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폰' 박살난 날, 내가 느낀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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